지난 4일 SBS가 국가정보원이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관련 동향을 불법 사찰했다는 정황을 보도한 이후 5일 정치권은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강조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함과 동시에 국가정보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SBS는 이날 ‘“탄핵 관련 내용 보고”…국정원, 헌재 불법 사찰 의혹’리포트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동향 정보를 수집해 왔다고 전직 국정원 고위 간부가 폭로했다”며 “과거 오랫동안 사법부 정보 수집을 담당했던 국정원 4급 간부 A씨가 헌재를 전담해 사찰 해 왔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A씨가) 올해 초부터 활동해 왔다고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로 넘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며 “A씨는 헌재와 법조 관계자들을 만나 탄핵에 대한 재판관들의 견해를 파악하고 인용과 기각 여부를 추정해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이 A씨는 지난해 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범위는 대공, 대테러, 대간첩 분야로 제한돼 있으며 그 외 정보 수집은 국정원법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되어있다. 따라서 SBS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가정보원이 불법사찰을 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대공, 대테러, 대간첩 관련 분야가 명백히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야권 인사들은 국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지난번 국정조사에서 드러난 대법원장 사찰보다 훨씬 심각한 사태”라며 “이 민감한 시기에 버젓이 헌재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하려고 했다는 발상 자체가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원을 완전히 개혁해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졌다”며 “적폐청산의 목표가 더 분명해졌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은 대공, 대테러, 방첩 업무로 국한되어 있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헌재를 테러, 공안, 간첩 세력으로 보고 불법 사찰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즉각 국회 정보위원회를 소집해서 진상을 밝히고 검찰은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공식 논평을 통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있는 국정원 고위 간부가 사찰을 직접 지시했다고 하니,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사찰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며 “바른정당은 관련 사안을 다루기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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