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터져나올 수 있었던 역할로 언론을 빼놓는 이는 없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을 연 것이 TV조선과 JTBC, 한겨레의 K·미르재단 보도, 태블릿PC 보도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의 특이한 점은 보수정권을 창출한 데 큰 역할을 한 종편들이 나서서 정권을 무너뜨렸다는데 있다.

'언론복합체의 일탈'. 
3일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 토론회에서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에서 보여진 언론의 모습을 두고 이렇게 해석했다.  

‘서울대, TK, 미국 유학파’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엘리트들 사이에서 함께 영향력을 행사하던 ‘언론복합체’가 박근혜 정권 이후 일탈을 했다는 주장이다. 김성해 교수는 “박근혜 정권에서 나눠먹을 파이가 줄어들었고 세월호 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몇몇 언론들이 복합체에서 일탈했다”라며 “이대로 가다간 근간이 무너진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언론의 일탈은 결국 '사주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임석규 한겨레 총괄에디터는 "4월 총선이후 조선일보는 '대선까지 망칠 수 없다'는 기조를 보이며 정권을 공격했으나 정권은 변하지 않았다"라며 "TV조선은 이미 미르재단이나 '의상실'보도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으나 보도하지 않고 있었고, 보도를 한 이유는 결국 사주의 이해관계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에디터는 "기자들의 취재는 사주의 이해관계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어떤 이해관계로 인한 것인지 밝히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으로 열린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 새로운 출발'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으로 열린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 새로운 출발'토론회. 사진=정민경 기자
김성해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 상황에서는 ‘언론복합체’가 일탈을 했으나, 곧 또다른 형태로 ‘언론복합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때문에 김 교수는 종편으로 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조중동’과 매일경제, KBS, MBC, YTN, 연합뉴스 등을 지목하며 ‘언론복합체’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복합체’를 해체하기 위해 김 교수는 △공영방송 정상화 △종편을 조중동·매경으로부터 분리하기 △뉴스생태계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확보 △KBS 이사회 등 언론학계가 진출하는 직위를 ‘명예직’으로 바꾸기 등을 제안했다.

‘언론복합체’를 해체하기 위해 공영방송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김성해 교수의 의견에 KBS 출신인 ‘뉴스타파’의 최경영 기자는 “공영방송은 복수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정권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어도 공영방송이 제대로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경영 기자는 그 이유를 한국의 출입처 제도와 정부의 외주기관으로 전락한 방송으로 꼽았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 언론에 발주하는 정책홍보지, 정책 홍보성 다큐멘터리 등 정치권력에서 홍보의 외주화가 일상적”이라며 “출입처 시스템을 이용해 정부의 보도자료만 퍼나르는 대다수의 언론이 정권이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KBS의 사장 선임 등의 제도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더했다. 최 기자는 “현재 공영방송 사장 선출시 이사의 3분의2가 동의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를 포함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발의된 상황이지만 이것이 통과된다고해도 쉽지않다”라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흐리멍텅한 사장이라면 공영방송의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경영 기자는 “독과점적 구조인 출입처 시스템을 타파하는 등 언론구조 자체가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역시 정권이 바뀐다고해서 언론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은 맞지않다고 말했다. 김동원 정책국장은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종편을 포함하여 새로운 보수 세력이 재결집하며 KBS와 YTN 등을 통해 보수의 헤게모니를 위한 담론을 만들 것”이라며 “특히 MBC와 같이 ‘일베’의 극우적 사상을 백업(back up)받는 방송사로 인해 점점 보수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동원 정책국장은 “차기 정부에서 언론지형이 매우 우려된다”라며 “언론인의 자정과 복구를 바라고 언론의 전문직 주의를 고민할 때 결국 출입처 제도를 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으로 열린 '탄핵 정국과 일그러진 언론의 초상:한국의 민주주의와 언론, 새로운 출발'토론회에는 김성해 대구대 교수, 박진우 건국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김세은 강원대 교수, 임석규 한겨레 총괄에디터, 이강택 KBS PD,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 김동원 전국언론노조 정책국장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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