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된 미디어 정책, 한 부처로 통합해야”(조선일보)
“3원화된 미디어 관련 정부조직을 단일화해야”(한국일보)
“신문, 방송, ICT분야 총괄할 전담 부처 신설해야”(국민일보)

기사가 쏟아졌다. 종이신문 29곳, 포털 네이버 기준 34개 언론사에서 대동소이한 주제로 기사를 썼다. 토론회 내용을 인용해 찢겨진 ‘신문’ ‘방송’ ‘통신’ ‘ICT’ 등 미디어 관련 정부부처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기사를 쏟아낸 신문들이 소속된 한국신문협회가 주최했다. 박근혜 정부의 간판인 미래창조과학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미디어 분야 조직개편을 해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학계나 정치권이 아닌 사업자가 직접 토론회를 연 건 처음이다.

▲ 지난 2일 신문협회의 토론회를 보도한 신문협회 회원사의 보도.
▲ 지난 2일 신문협회의 토론회를 보도한 신문협회 회원사의 보도.
아니나 다를까. ‘핀트’가 묘하게 달랐다. 기승전 “신문 지원해달라”로 귀결됐다. 발제자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부처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신문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한 인프라이자 가장 중요한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신문진흥 정책은 미비하다”고 밝혔다.

발제자와 다수 토론자들은 부처통합을 통해 △통합정책을 수립해 방송광고 규제완화로 인한 신문의 피해를 막고 △방송통신발전기금 개편 등을 통해 신문분야 지원기금을 확대하고 △네이버 등 포털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신문이 위기이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미디어 분야 정부부처를 통합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신문 지원에 방점이 찍힌 정부부처 통합요구를 듣고 있자니 “이건 아니다”싶었다. 정부조직 개편 논의와 무관하게 그동안 신문협회가 강조해온 '민원'이 반복됐을 뿐이다. 

현장에서 반론이 나왔다. 심영섭 한국외대 외래교수는 “신문진흥이 안 되는 점을 정부부처 개편으로 해결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신문이 혁신투자에 미흡하고 가부장적인 가족경영을 하고, 주먹구구식의 의사결정을 하는 게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쏟아졌던 기사 중 이 ‘쓴 소리’를 제대로 보도한 곳은 신문협회 회원사가 아닌 기자협회보 1곳 뿐이었다.

▲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협회의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토론회.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협회의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토론회. 사진=이치열 기자.

“우리의 기사가 기꺼이 돈을 내고 구독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히 뛰어난지가 중요하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혁신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신문산업이 위기인 가운데 더 좋은 기사로 극복하자는 게 그들의 문제의식이다. 보고서 이름에서 드러나 듯 그들의 지향점은 ‘독보적인 저널리즘’이다.

정부조직이 바뀌고 지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애초에 정부조직을 탓할 일이 아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나 뼈를 깎는 혁신이 실종된 와중에 유리한 주장 중심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불편한 이야기는 드러내지 않았다. 역설적으로 신문협회의 토론회와 이를 다룬 회원사들의 기사는 우리 신문이 왜 위기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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