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 후보 간 첫 상호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당 주자 간 첫 토론회인만큼 상호 간 비방은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에서도 법인세와 대연정 발언 등 특정 현안을 둘러싼 날카로운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오후 6시부터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첫 후보 간 합동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는 각 후보 간 출마 이유를 담은 발언과 현안에 대한 공통 질문 2개에 대한 답변에 각 후보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또한 상호 토론을 통해 특정 후보가 주도해 나머지 세 후보에 질문을 던지는 시간도 가졌다. 이어 30초 공통질문을 통해 각 후보들이 특정 주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희정 돌직구 문재인에 “개인 캠프보다 당에 힘 실어달라”

이날 토론회에서 첫 돌직구를 던진 것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였다. 안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경선 과정에서의 매머드급 캠프 조직 대신 정당에 힘을 모아주셔야 한다”며 문 전 대표가 최근 자신의 캠프에 여러 인재를 영입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고 '정당주의자' 답게 당에 힘을 실어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대선 시기에 후보들이 활발하게 정책을 개발하고 정책을 토론하고 공약해 지지를 받으면서 당의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그런 노력을 후보들이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정책 개발을 당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받아쳤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최성(왼쪽부터) 고양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시사평론가 정관용,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최성(왼쪽부터) 고양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시사평론가 정관용,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문 전 대표는 바로 반격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대연정 발언을 언급하며 “자유한국당까지 함께하는 대연정 말씀하시는 것은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또한 “자유한국당은 탄핵 반대하고 특검 연장을 반대하며 국정농단하면서 적폐를 만들어왔던 정당인데 아무런 반성이 없는 상황이다.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징표를 못 찾겠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제 발언의 앞뒤 맥락은,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어떤 당과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구조에서는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대화를 통해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대연정과 소연정이든 국회선진화법을 극복할 수 있는 연합을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 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제에 대한 비판에도 나섰다. 안 지사는 “기본소득제가 복지정책이냐 사회경제정책이냐”며 “소요 예산을 대략 43조원이라고 말씀하셨다. 대한민국은 사회복지제도가 강화돼야 한다. 근로능력 가진 많은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등과 일가정 양립 위한 보육과 육아지원, 근로능력 상실한 장애인과 노인, 어르신과 아동 보육 등에 대해 더 높은 재정 투자를 해야 한다. (이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영 동의가 안가고 이해가 안간다”고 짚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8조원 기본소득에는 노인과 장애인, 청년 등에 대한 내용이 다 들어있다”고 반박했다.

이재명의 돌직구 “문재인, 법인세 증세 안하나”

두 번째 돌직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던졌다. 이 시장도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재벌 개혁 말씀은 하시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익을 주거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인적관계를 심하게 맺는 것 같다”며 “재벌 준조세 16조4000억원을 없애주겠다고 하셨다. 이중 법정부담금 15조원을 폐지하겠다고 하셨는데 착오 아니냐”고 질문했다.

또한 이재명 시장은 문 전 대표에게 “왜 법인세는 증세 대상에서 빼냐”며 문 전 대표가 재벌 중심 개혁 전략에는 미진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법인세 증세 없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법인세 인상에 소극적이라며 문 전 대표를 재차 몰아세웠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문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법에 근거한 것을 말한 게 아니라 근거가 없는 것을 권력으로 받아낸 것을 말한 것”이라며 “법정부담금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데 뭐가 문제겠냐. 다만 문제가 영 없는 것은 아니”라고 응수했다. 또한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증세하지 않겠다고 한 바 없다”며 “증세가 필요한데 증세에 순서가 있다. 저의 공약은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높이고 고액상속에 대한 과세를 높이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시장은 이를 되받아치며 “문 후보의 각종 정책은 법인세의 인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언론에서 말씀하신 것을 보면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장은 문 전 대표가 이학수법(횡령, 배임 또는 제3자를 통해 취득한 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경우 이를 국가가 환수하도록 하는 법)의 국회 표결 당시 발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삼성X파일 특검 당시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는 점을 거론하며 “삼성 재벌에 대해 편향적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는 “모든 국회의원이 (모든 법 발의에) 참여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또한 “삼성X파일은 검찰이 수사하는 시기에 특검 가자고 하면 검찰 수사가 중단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반대한 것이다. 검사들의 떡값 관련 특검은 별개의 사안이라고도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상호토론에서 이 시장과 안 지사보다 최성 고양시장에 대한 질문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덕분에 최성 고양시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청와대 경험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대표단에 참여했던 점을 언급하며 ‘김대중 적자’임을 자연스럽게 부각하고 나섰다. 최성 시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했던 대표”였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국회에서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일자리 문제' 문재인vs안희정

세 번째 돌직구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안 지사를 향해 던진 일자리 문제 해결 공약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많이 늘려야 한다고 인정하셨다”면서도 “저에게 공공분야 일자리 늘린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말씀하셨고 일자리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며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꺼냈다.

안 지사는 이에 “문 전 대표는 공공분야 일자리가 현재 일자리 문제와 청년 일자리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으셨는데, 그것만으로 일자리 대책이라고 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지사는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공공분야 일자리를 만드는 건 사회적 서비스 국가로 가는 방향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중심의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짚었다.

문 전 대표는 이에 “국민 세금을 걷어서 일자리 늘리는 게 무슨 대책이냐고 하셨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도 고용부문 예산이 72조원이다. 우리가 민간기업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용기업에 4대보험을 지원하는 것은 일자리에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세금으로 지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항목이 일자리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 지사는 “현재 일자리의 개수가 부족한데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과거 우리나라의 공공주도형 패턴”이라고 재반박했다.

최성 시장은 안 지사에 ‘선한 의지’ 발언과 자유한국당과의 연정을 재차 따져물었다. 최 시장은 “이건 동네의 인간성 좋은 아저씨가 할 수 있는 얘기이기도 하지만 유력 대통령 후보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헌재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부정적일 수 있다”며 “민주당 후보로 나갈 수 있냐, 자유한국당 후보 아니냐는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최성 고양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최성 고양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안 지사는 “연합정부를 구성하더라도 정당 간 개혁과제를 놓고 치밀하게 논의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당정치 논의에 맞다. 민주당을 30년 동안 지켰다. 모든 선배들이 탈당하고 철새정치할 때도 남았다. 당에서 감옥을 보내도 책임지고 갔다왔다. 이제와서 철새 정치 의심을 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사드배치 관련 현안 입장 차이

이후 30초 공통질문을 통해 각 후보들이 사드 배치에 대해 내놓은 입장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적당히 무마할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며 재협상을 언급한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우리는 국방과 안보를 한미연합작전에 기초하고 있다”며 오직 답은 “국민의 단결을 구해야 한다”며 다소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는 “다음 정부로 넘겨 다음 정부가 국회 비준 절차와 외교적 노력을 더해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최성 시장은 “탄핵 결정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트럼프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사드와 북핵 문제의 포괄적 일괄 타결을 논의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네 후보 모두 "탄핵 인용 시 박 대통령 구속 수사"

또한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인용된다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공통질문도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네 후보 모두 박 대통령에 대해 엄중한 사법 처리에 공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에 “헌법과 법률의 정신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정치적 봉합이라는 이름으로 처리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권력 가졌다는 고위직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면제해와서 적폐가 반복됐다”며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로 면제하거나 감면할 것이 아니라 고위직이었기 때문에 책임이 더 커야 한다. 퇴임과 동시에 구속하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대단히 무겁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특검 수사도 거부했다”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서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 시장도 “대한민국 불행한 역사가 오래 된 계기는 일제 식민시대 유산을 처리 못하고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산을 처리 못한 측면이 있다”며 “모든 부분에서 법적 판단을 내려 비극적 사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엄정하게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합동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 전 대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출처=국회사진취재단, 포커스뉴스
각 후보들은 날카로운 토론을 이어가면서도 서로의 행보를 칭찬하는 발언도 빼놓지 않았다. 상호간 비판만이 아닌 같은 당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게 “후배들의 도전에 경쟁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하셨다. 넉넉한 인품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에게 “통합 또는 포용력, 확장의 행보에 대해서는 우리 당 외연이 많이 넓어지고 안정감을 지니게 됐다”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 후보 간 개성 두드러져

마무리 발언에서 각 후보 간 특색도 묻어났다. 안 지사는 “민주주의자로서 헌법 질서와 의회 정치 정신이 우리를 통합의 질서로 이끌 수 있다. 민주당의 외연을 중도보수까지 넓혀 우리 당의 정권교체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 주도세력의 교체로 만들어보겠다”며 자신의 포용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타 후보에 비해 ‘정치적 유산’이 없지만 실천력과 역량이 자신의 강점이라고 자부했다. 이 시장은 “민주당이라는 거대한 정치세력의 후보를 꼽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정치적 유산과 혈통을 따질 게 아니다. 흙수저라 할지라도 개인의 자질과 역량, 실적을 보고 판단해주시면, 공정한 나라가 민주당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폭 넓은 정치 경험과 민주당의 타 후보도 끌어안는 포용력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문 전 대표는 “우리 당 후보는 자랑스러운 한 팀”이라며 “저는 국정경험을 가진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또한 “문재인이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함께의 힘으로 무너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말했다.

최성 성남시장은 자신의 이력을 내세우며 청렴과 정의, 평화를 실현할 대통령 후보라고 소개했다. 최성 시장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때 광주항쟁을 경험하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정책을 해본 경험이 있다. 고양시장으로서 부채를 제로로 만든 경험을 통해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민주당에 누가 청렴하고 정의롭게 일궈나갈 후보인지 지지율보다 적격자인지를 먼저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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