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권력과 재벌 편들기·거수기용 의결권 행사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공단 노조가 황창규 회장 연임 KT 주주총회 자리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의결권 행사를 관장하는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본부 측에도 조만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KT새노조는 오는 7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사 앞에서 황창규 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국민연금은 KT의 주식 지분을 10.62%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이다. 2017년 1월 현재 기준으로 KT에는 국민연금 외에 NTT(일본) 5.46%, Silchester(영국) 5.01%, Brandes(미국) 4.99%, 미래에셋 4.99%, Templeton(바하마) 4.71%, Tradewins(미국) 4.70%, Capital Research(미국) 3.99% 등의 대주주가 분포돼 있다.

최경진 국민연금공단 노동조합(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3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우리 지부의 입장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지분투자 대상 기업의 CEO가 연임하려 할 때 해당 노조 쪽에서 찬성하지만 않는다면 반대한다”며 “황 회장은 9000명에 이르는 노동자를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 9000명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노동자가 납부한 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이 회사 수익률 때문에 구조조정 찬성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KT 경영진이 어떤 설명을 하든 9000여 명을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해 성과를 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더구나 KT새노조도 국민연금이 황 회장의 연임에 찬성해선 안된다고 요구하고 우리 역시 거기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3월2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황창규 KT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홍채인식 금융 보안 솔루션(결제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다만 국민연금이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황창규 회장 봐주기용 의결권 행사를 막는다는 명분에 대해 최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형사적인 문제에 대한 심판이나 죄를 묻는 쪽으로 주주권이나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할 수는 없다”며 “개별 기업의 문제이기 때문에 명백하게 가입자인 노동자의 손해로 귀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입장 표명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전주로 옮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강면욱 본부장에게 3일 오후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최 위원장은 면담을 통해 KT 황회장 반대를 요청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삼성합병, 현대중공업분할 문제에 이어 KT 회장연임 관련 부분까지 연금공단의 수익률만 보지 말고 사회적 책임메 걸맞는 의결권 행사를 해야 하며, KT 회장 연임 주총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을 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운수노조와 KT새노조는 오는 7일 황창규회장 연임 반대 의결권 행사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KT 황창규 회장은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부역자임이 이미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청와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사들로 구성된 CEO추천위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추천돼 3월 정기주총에서 최종 추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황창규 회장이 국정농단으로 적극적으로 부역할 동안 아무런 견제를 하지 못한 현재의 KT 이사회는 차기 회장을 추천할 자격이 없다”며 “10%의 지분을 가진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법에 명시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기반한 사회책임 투자자로서 황창규 회장의 연임에 단호한 반대표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최경진(왼쪽) 국민연금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민연금 측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해임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자료사진)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과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최경진(왼쪽) 국민연금노조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민연금 측에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해임건의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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