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공공연한 협박과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는데 정작 검찰 등 수사기관은 뒷짐을 진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별검사, 헌법재판관 등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판검사들의 주소를 공개하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자택앞에서 협박시위를 벌이는 놀라운 일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박영수 특별검사가 자택 앞에서까지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는 보수 단체들을 상대로 법원에 집회·시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한다. 박 특검은 지난달 27일 장기정 자유연합대표, 주옥순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 신혜식 신의 한수 대표 등 4명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장씨 등은 지난달 24일 박 특검의 자택 주소를 인터넷 라디오 방송(팟캐스트)에서 공개하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집 앞에 찾아가는 집회를 벌였다.

헌법재판관들이 협박을 당하는 것도 문제다. 소위 보수단체 시위에서 “욕설은 둘째치고 막말 수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헌재로 쳐들어가자. 사살하자...”등의 구호가 난무한다고 SBS는 전했다. 이 방송은 “과연 이들이 원하는 민주주의 사회는 이런 야만과 살기가 가득한 사회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반문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이 나오기도전에 이런 살벌한 협박과 테러의 공포분위기가 조성되는데, 그 결과가 그들의 뜻대로 나오지않으면 우리 사회가 어떤 난장판이 될지 벌써부터 우려스럽다.

▲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무효 집회'에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열린 '탄핵무효 집회'에 참가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공정방송, 언론자유 시위에서는 수시로 ‘법과 원칙’을 내세우던 법무부와 검찰은 입을 다물고 있다. 특별검사, 헌법재판관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들은 공공연하게 테러위협을 가하고 있는가? 이런 무법천지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는 것은 황교안 대통령직무대행의 의지인가?

법과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수사하고 판단을 내려야 할 법조인들이 테러와 협박앞에서 시위금지 가처분신청까지 해야 할 상황은 예사롭지않다.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법에 따라 특검에 선정됐고 합법적으로 수사한 결과가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공개적인 막말과 욕설에 협박까지 이어지고 있지않은가.

- 공개된 장소에서 대중을 상대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공공연하게 협박과 테러를 주문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현행범으로 조사해야 한다.

- 특검과 헌법재판관의 개인 집주소와 자주 가는 미장원 주소까지 공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

- 공공장소에서 대중을 상대로 테러, 막말과 욕설을 내뱉는 행위는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협박죄 등의 법률을 위반한 가능성이 높다.

- 시위를 선동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들이 바로 흔하게 들어온 친북, 용공분자, 빨갱이들이 아닌가. 국가보안법은 이런데 적용해야 한다.

헌법과 법률 위반 소지가 다분한 현행범들에 대해 치안을 책임진 검찰과 법무부가 아무 조치를 취하지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다. 또한 결과와 무관하게 최소한 헌법재판관들이나 특검에 대해 테러 등 협박까지 해서는 안된다는 소리다. 우리가 선택하고 만든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 스스로 지키자는 의지는 국민의 공통된 바람이기 때문이다.

해방직후 이승만 독재시절 사회가 좌우로 나뉘어 공공연히 테러가 자행되던 70여년 전의 역사를 현실에서 생생히 목격하는 것은 비극이다. 특히 소신껏 노력한 특검수사진들이 협박에 시달리고 헌법재판관들까지 테러와 막말로 비난받는 일은 ‘빨갱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민주주의는 법치사회다. 법치사회를 받치는 최고수사기관, 검찰은 법치의 위중함을 범법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절제와 합법시위’는 법이 대상을 가리지않고 살아 기능할 때 가능한 법이다.

탄핵사태와 함께 특검수사의 결과를 보면서 각자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민주적 제도를 보다 안정화시키는 계기가 됐음도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 역사의 도도한 물결 앞에서 테러와 협박으로 맞서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는 세월이 입증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의 테러위협은 민주주의 제도를 한차원 높이 끌어올린 공로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우리 모두가 무심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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