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째인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이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공교롭게도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산이 끊겼을 적일 것이다. 이후 또 한번 한대음이 뜨거워졌다. 지난달 28일 시상식에서 최우수 포크노래상을 받은 가수 이랑이 트로피를 50만 원에 판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수 이랑은 “1월에는 전체 수입이 42만 원이었고 2월에는 96만 원이었다”며 “어렵게 아티스트 생활을 하고 있으니 상금을 주시면 감사하겠지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상금이 없어 이 트로피를 팔아야 할 것 같다”며 즉석에서 트로피와 50만 원을 교환했다. 이랑의 퍼포먼스는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적게 돌아가는 음악산업의 구조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퍼포먼스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인 이태훈 음악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모 뮤지션의 퍼포먼스를 존중한다”라면서도 “다만 자기 음악의 값어치가 50만 원밖에 안된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 아닌가”라고 글을 남겼다. 이어 이태훈 평론가는 “그런 인간의 음악이 대단한 철학이 있다고 평가한 선정위원들이 반성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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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음악평론가의 페이스북. 
이 주장에 대해 “음악을 50만 원에 판 게 아니라 트로피를 판 것”이라며 월 100만 원도 벌지 못하는 음악가가 상금이 없는 시상식에서 현실을 풍자한 퍼포먼스를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이태훈 평론가는 “월10만 원을 벌든 그런 사정을 알아주지 못한 건 죄송하지만 똑같이 돈 한 푼 안받고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으로서 시상식에 엿먹이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퍼포먼스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오히려 한국대중음악상이 상금을 주지 않는다는 문제를 부각했다. 특히 이태훈 평론가의 “돈 한푼 안받고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사람으로서 시상식에 엿먹이는 행동”이라는 비판이 문제가 됐다. 이는 마치 한국대중음악상의 명예나 취지가 정당하고 관계자들도 이에 동의해 이익을 바라지않으니, 이런 자리에서 트로피를 경매를 부친 가수는 이런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이랑은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50만원과 바꾸는 퍼포먼스를 했다. ⓒ 연합뉴스
▲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이랑은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50만 원과 바꾸는 퍼포먼스를 했다. ⓒ 연합뉴스

물론 한국대중음악상의 취지와 명예는 존중받을만하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인기상으로 변질된 일부 시상식과 차별화해 음악성만을 두고 심사한다는 취지로 시작됐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았다. 2009년 문체부가 갑작스럽게 후원을 끊고 난 후에는 한겨레, 이데일리, KT&G, MBC MUSIC, 카카오 뮤직, 벅스 뮤직, 진학사 등의 후원으로 지속돼고 있다. 상을 받는 음악인들도 다양해 여타 시상식보다 질이 높다는 평가도 꾸준하다.

그러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해서 상금이 없는 시상식에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시상식이 의미가 있다고해서 아무런 대가가 없어도 된다는 생각은 마치 '의미가 있는 일에 돈을 바라면 의미가 퇴색된다'는 전제를 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은 '의미있는 일'을 노동이 아닌 것으로 보이게하고, 적정한 대가를 치루지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퍼지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결국 '재능기부'나 '열정페이' 현상을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기에 부적절하다. 

이에 대해 성상민 만화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대중음악상처럼 똑같이 돈 없어서 골골대는 곳도 시상식엔 상금을 주고 어떻게 노동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라며 “사람이 명예만으로는 도저히 살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측은 이러한 논란에 가수 이랑씨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나 앞으로도 시상식에서 상금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박았다.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가수 이랑씨의 퍼포먼스는 재미있고 유쾌했다”라며 “이랑의 행동은 아티스트의 현실 풍자적 퍼포먼스였고 시상식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한국대중음악상의 역할은 좋은 음악을 하신 분들을 정성껏 선정해서 상을 드리는 것”이라며 “이후 트로피 등으로는 아티스트가 국을 끓여먹든 고물상에 팔든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한국대중음악상이 돈이 없어서 상금을 못주기도 하겠지만 돈이 있다고하더라도 상금을 주는 것은 상의 의미와 맞지 않는다”라며 “앞으로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상금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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