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2. 5분8초대 2분50초. 공정함은 둘째 치고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조차 맞추지 않았다. 김장겸 신임 사장(전 보도본부장) 취임 후 지난 1일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내보낸 탄핵 반대 집회와 탄핵 촉구 집회 관련 리포트 보도량이다.

3·1절이었던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선 태극기 관련 집회가 비중 있게 보도됐지만,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보다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인용 여부를 앞두고 탄핵 찬반 진영의 갈등만을 부각하는 보도가 주를 이뤘다.

3·1절 관련 보도와 탄핵 심판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측 입장까지 포함하면 이날 MBC 뉴스는 탄핵 반대 집회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리포트 수와 비중, 순서, 영상 등 모든 균형적인 면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국 곳곳에서 3·1 만세 운동을 재현하고 태극기의 참된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는 날이었지만 MBC는 첫 번째 리포트 “유례없는 3.1절 집회, 도심 곳곳 태극기 물결”에서도 탄핵 반대 집회 장면이 먼저 나왔다.

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1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MBC는 “지난해 11월 주최 측 추산 6만 명, 경찰 추산 1만 명으로 시작된 태극기집회는 오늘 수많은 태극기의 물결이 됐다”며 “풍자와 패러디로 권력과 기득권의 위선을 꼬집던 촛불집회에도 오늘은 태극기가 등장했다”고 전했다.

3·1절 행사 내용은 그다음에야 나왔다. MBC는 “탄핵 찬반 집회가 아닌 곳에서도 태극기가 등장했다. 3·1절 행사장에선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세대를 초월해 태극기를 들었고, 대형 태극기와 함께 행진할 때 아이들은 고사리손에 태극기를 들고 앞장섰다”면서 “만세운동의 날인 오늘 탄핵 찬반을 떠나 오늘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자”는 독립유공자유족회의 호소는 리포트 말미에나 덧붙였다.

이어진 뉴스에선 탄핵 반대 집회만을 소개하는 리포트가 연달아 3개(△탄핵심판 선고 앞두고, “태극기집회 최대인원 참가” △탄핵 반대 집회 첫 청와대 행진 “대통령 응원” △젊은 층, 교포도 태극기집회 참가 “거짓 밝혀야”)가 나왔다.

MBC는 “끝이 보이지 않는 태극기 물결이 탄핵 무효를 외치는 함성과 함께 광장을 흔들어 놓았다”, “1919년 선열들이 일제의 폭압에 맞서 태극기를 들었듯이 정의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말한다”는 등 탄핵 반대 집회의 의미와 규모를 확대 해석하는가 하면, 탄핵 찬성 국민에 대한 근거 없는 색깔론과 박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찬양과 연민의 목소리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대통령 각하께서 너무 억울하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 같아서, 언론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종북세력들이나 정말 반성했으면 좋겠어요.”

“이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공산 세력을 따라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하여 주시옵소서.”

“석 달 동안 거기서 구중궁궐 같은 데서 꼼짝 안 하시고 계시는 그분을 생각하면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MBC가 이날 탄핵 반대 집회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리포트를 통해 방송한 집회 참가자 인터뷰와 녹취 중 일부다.

MBC는 탄핵 찬반 집회를 함께 다룬 두 꼭지의 리포트에서도 탄핵을 반대하는 측의 주장을 먼저 다뤘고 탄핵 인용 촉구와 특검 연장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은 뒷부분으로 밀려났다.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MBC 기자들에 따르면 보도국 편집회의에선 이전부터 친박집회를 촛불집회보다 먼저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간부의 주장이 나왔다. 보도본부장이었던 김장겸 신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MBC 뉴스데스크에선 더 노골적으로 ‘친박’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절정은 지난달 28일 뉴스데스크 보도에서 나타났다. MBC는 “박 대통령, 박사모 ‘백만 통의 러브레터’ 편지에 답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2월) 2일 태극기집회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단체인 ‘박사모’ 측이 모아서 전달했던 생일 축하 편지 ‘백만 통의 러브레터’에 대해 감사의 뜻을 담은 답신을 박사모 측에 보냈다”며 “박 대통령은 답신에서 보내주신 ‘백만 통의 러브레터’를 잘 받았으며 잘 읽었다면서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드린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1일 뉴스데스크에도 헌재 심판을 앞둔 박 대통령 측의 ‘바람’에 대한 보도는 빠지지 않았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박 대통령 측은 ‘헌재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면서 탄핵 기각이나 각하에 대한 바람을 거듭 표했다”면서 “특히 오늘 탄핵에 반대하는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여론 방향에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앞서 28일 김장겸 사장은 취임사에서 “‘품격’은 편향적 보도와 선정적 방송의 유혹에서 벗어나 저널리즘의 기본자세를 확고히 할 때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공영방송 MBC 뉴스에서 ‘저널리즘의 품격’과 ‘공정성’이 더 추락했음은 산술적 균형만 보더라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장겸 MBC’의 흑역사가 시작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