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하락 요인에 대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희정 지사의 지지율 하락은 우클릭 행보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상대 경쟁주자의 평가라는 점을 감안해야하겠지만 안 지사의 최근 행보를 놓고 보면 정체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야권 지지층의 반감 때문에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는 전주 대비 4.4%p 떨어진 14.5%를 기록했다. 한때 20%를 돌파하면서 2위에 안착하고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위협하는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급격히 빠지는 지지율을 걱정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대연정 발언을 시작으로 선의 발언 논란, 그리고 해명 과정이 명쾌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꼽힌다. 선의 발언을 해명한 자리였던 손석희 앵커와의 질의응답이 ‘철학적인 대담’으로 흐르면서 오히려 대중들의 호감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특히 갈등을 봉합시키고 대통합에 방점을 찍은 대연정 제안이나 선의 발언은 부패와 적폐를 청산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는 야권 지지층에 역행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체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안 지사는 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민주공화국의 정치를 개척하고 20세기의 낡은 진보와 보수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있는데 이 길 험하다"면서 "2월 한 달간 아주 심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지율 하락이라는 저의 수난은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행보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낡은'이라는 수식어를 쓰면서 진영 논리를 비판한 것은 야권 지지층을 넘어 자신의 지지 기반을 확대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안 지사는 이 같은 발언을 자신의 소신이라고 했지만 외연확장을 노린 캠페인 전략으로 보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안 지사의 외연확장 전략이 지지율 발목을 잡는 덫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탄핵 결정 이후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 탄핵 결정이 인용되면 경선 레이스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현재 민주당 경선이 주목받고 있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 진영의 경선 레이스가 동시에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반감이 덜해 안희정 지사 쪽으로 몰린 보수층 지지율이 빠질 수 있다.

보수 진영 대표 주자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경선 레이스에서 치고 나오면 본선 경쟁력 지표가 잡히면서 보수 진영 지지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안 지사의 지지율이 빠져 나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안 지사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역동성 있는 젊은 후보'라는 강점이 부각되고 보수층과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외연확장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보수와 진보 모두 당내 경선 레이스에 돌입한 국면에서 안 지사의 전략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야권에선 경선 레이스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이 반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대안을 찾아 반문과 비문이 이재명 성남시장에 주목하면서 이 시장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리고 뒤늦게 안희정 지사가 등장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다. 역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충성도 높은 문재인 후보 지지층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문 후보에 마음을 두지 않은 지지층이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을 놓고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오늘이 (주)에스티아이에 의뢰해 호남지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경선 후보 선호도를 묻고 세명 후보 선호층의 계속 지지 의사를 물었더니 문재인 후보 선호층은 77.4%가 계속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안희정 후보 선호층은 62.4%, 이재명 후보 선호층은 62.8%가 계속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지지 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전체 응답은 27.5%로 나왔다.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면 부동층이 요동치면서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문재인 후보를 뛰어넘기 위해 2002년 노무현 돌풍과 같은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세대별로 보면 문재인 후보는 40대 이하 지지율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민주당 경선을 볼 때 40대 이하 지지층 경선 참여율이 높았다는 점에서 이번 경선도 40대의 높은 참여 속에 문재인 대세론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은 2위 자리를 놓고 역동성 있는 선거를 치뤄내고 문재인 후보와 결선에서 만나는 시나리오를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결국 안희정 지사가 전략을 수정해 이재명 시장과 함께 선명성 경쟁을 하는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3일부터 열차례 열리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합동 토론회도 주요 변수다. 후보 각자의 몫이 큰 정면 승부 대결이기 때문에 지지율로 즉각 반영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이번만큼은 후보 검증에 철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토론회가 과열 양상을 띠고 후보들이 실책성 발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세론을 넘기 위해 안희정 지사와 이재명 시장이 협공하는 전략을 들고 나올 수 있지만 2위 자리를 놓고도 둘 사이 견제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 연설에 강점을 보였던 이재명 시장과 다소 추상적인 어법을 가진 안희정 지사가 정면으로 맞닥뜨렸을 때 어느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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