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신임 사장 체제의 MBC 임원급 인사에 이어 국장급 인사도 코드 인사 ‘알박기’로 마무리됐다.

2일 MBC 국장급 인사발령 결과를 보면 김장겸 전 보도본부장 밑에서 청와대 편향적인 방송과 ‘뉴스 사유화’에 앞장섰던 이들이 대거 주요 보직으로 승진했다.

특히 지난해 8월 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내용 누설 보도로 ‘물타기’ 논란을 일으켰을 당시 담당 데스크였던 문호철 정치부장이 보도국장 자리에 올랐다. 문 신임 국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학과 1984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문 신임 국장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MBC 노조탄압 청문회’ 실시와 지난해 국정감사에 불출석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에 대한 고발 조치를 의결한 후,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을 공격하는 리포트를 16꼭지나 쏟아내는 데 총대를 메기도 했다.

지난해 9월28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패널로 나온 문호철 MBC 정치부장.
지난해 9월28일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 패널로 나온 문호철 MBC 정치부장.
문 신임 국장 외에도 MBC 보도본부 주요 국장급 인사발령 결과는 다음과 같다.

△취재센터장=최혁재 주말뉴스부장 △편집1센터장=허무호 사회2부장 △편집2센터장=주원극 뉴미디어뉴스제작부장 △논설위원실장=박용찬 시사제작국장 △뉴미디어뉴스국장=김대환 보도국 부국장 △스포츠국장=김종현 스포츠국 부국장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 담당의 편집1센터장이 된 허무호 사회2부장은 지난 2012년 12월 방콕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대선 직전에 김정남(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 장남) 단독 인터뷰 논란의 당사자로 알려졌다.

당시 이상호 전 MBC 기자는 이 같은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폭로했다가 이듬해 회사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이 기자는 트위터에 “MBC 김재철, 김정남 단독인터뷰 비밀리 진행, 선거 전날 보도 예정설”, “김정남 인터뷰 진행은 MBC 사회부 특별취재팀 작품으로 카메라와 취재 기자 모두 시용기자 출신”, “사실상 김재철 사장 비선팀으로 권재홍 보도본부장에게 직보한다는 첩보”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 기자의 폭로에 대해 MBC 사측은 “유언비어”라고 부인하며 “선거 막판까지 악의적인 흑색선전이 난무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 허무호 특파원은 “김정남과 5분간 면담했다”고 시인하면서도 국가정보원 개입설에 대해서는 “지역 교민이 제보해준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허무호 전 MBC 방콕 특파원 리포트 갈무리.
허무호 전 MBC 방콕 특파원 리포트 갈무리.
보도본부 편집1센터장이었던 홍기백 국장은 기획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사제작국장엔 조창호 전 비서실장, 드라마1국장은 한희 드라마2국장, 드라마2국장은 최원석 드라마기획제작2부장, 예능1국장은 권석 예능1국 부국장, 예능2국장은 서창만 예능1국 제작2부장이 각각 보직을 맡게 됐다.

아울러 지난해 윤길용 울산MBC 사장의 업무추진비 내역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다 돌연 감사 권한·업무 중지와 함께 인사 파동을 겪었던 김풍철 감사국장은 감사국 소속으로 면보직됐다. 새 감사국장 자리엔 송성호 감사2부장이 올랐다. (관련기사 : [단독] 울산 MBC 사장, 회삿돈으로 마련한 명품 넥타이·한우는 어디로)

이번 국장급 인사와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는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뉴스를 보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극우세력의 입장에서 방송하겠다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며 “이번 인사로 앞으로 이런 기조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고 어차피 인사 풀도 뻔해서 예상했던 수준에서 거의 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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