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 집회가 둘로 나뉘었다. 오전부터 진행된 태극기 집회에 이어 오후 5시부터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양측 간 집회 시간이 일부 겹치면서 충돌이 예상됐으나 현재까지는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태극기 집회는 오전 11시 기독교 단체 집회를 사실상 사전집회로 시작해 오후 2시부터 본집회를 이어가 오후 6시까지 진행됐다. 촛불집회는 오후 5시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양 측 집회 참가자들은 3.1절을 맞이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엇갈렸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와 북한 규탄 발언을 이어간 반면,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과 퇴진, 구속수사 등을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 3월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사진=차현아 기자.
▲ 3월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 태극기집회에 참석한 참가자들. 사진=차현아 기자.
오후 2시부터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진행된 제15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 주최 측은 이번 태극기 집회에 참가한 인원을 오후4시30분 현재 492만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한 인원을 280만명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주최 측은 태극기 집회에 500만명에서 최대 700만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인원은 그에 미치지는 않았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다.

태극기 집회에는 세계태극기애국동지회, 대한민국부국연합, 대한민국ROTC애국동지회, 성동구24 애국포럼, 황해도중앙도민회, 육사21기 구국동지회 등 여러 단체들이 깃발을 들었다. 또한 이날 집회에는 자유한국당의 윤상현, 박대출, 김진태, 조원진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탄핵심판 대통령 측 대리인인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도 참석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대부분 60대 고령층이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사드 배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의 피켓을 들었다. 방송사 차량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집회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 단상에 오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태극기는 대한민국 그 자체”라며 “우리에게 준엄하게 명령하고 있다. 탄핵 기각을 요구하고 있다. 탄핵은 기각될 것이고 반드시 태극기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연장과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주장하는 야권에 대해서는 “유일호 장관이 잘못하면 또 탄핵 시킬 것이냐”며 “입만 탄핵을 외치며 ‘핵핵’거리는 사람들이 왜 북핵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냐”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 게이트를 터트린 이들에 대해서는 “박근혜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찬탈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도 발언을 통해 “북한에 먼저 간다는 사람, 인공기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땅을 내줄 수 없다”며 “태극기 사랑한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외에도 이날 태극기 집회에서는 구국동지회 등이 “좌파가 정권 잡으면 이 나라가 대단히 위험해진다”며 “전교조가 여러분 자녀들의 역사를 부정한다. 공산주의를 천명하는 역사를 배워서”라고 발언했다.

태극기 집회와 촛불집회는 경찰 차벽을 중간에 두고 둘로 갈렸다. 경찰이 차벽으로 양 측이 만나는 지점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광화문 사거리부터 광화문 광장을 가운데 두고 경복궁 앞 삼거리까지 경찰차로 에워쌌다.

▲ 한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차벽 너머 나팔을 불며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는 촛불집회 사전집회 참가자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 한 태극기집회 참가자가 차벽 너머 나팔을 불며 항의의 뜻을 표하고 있는 촛불집회 사전집회 참가자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펴보이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경찰차 사이를 두고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 간 욕설이 오가는 상황들도 여러 차례 포착됐다. 촛불집회 사전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 안쪽 차벽 뒤에서 태극기 집회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나팔을 불며 항의의 뜻을 표했다. 일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차 위로 올라가는 일도 있었으나 경찰의 제지로 충돌은 없었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석해 단상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촛불은 빛이고 민주주의이며 정의”라며 “촛불은 승리다. 반드시 촛불이 이긴다”고 발언했다. 또한 박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탄핵이 완수되고 촛불이 교체되고 온전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한치의 빈틈도 없이 광장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도 촛불집회 발언을 통해 “우리의 숭고한 태극기를 부패 권력자를 위해 쓰는 동포여러분, 태극기는 애국선열의 혼이 깃든 독립정신의 상징이다. 부패 권력자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애국선열을 모독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전 독립기념관장은 “성조기 들고다니는 외국사람 아닌 동포여러분. 민족 자주독립을 생각하면 당장 성조기 거둬달라”고 말했다.

김 전 관장은 대통령 변론을 맡고 있는 변호인들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일반 원칙도 모르고 법조인 정신도 몰각하고 있냐”며 “탄핵한 대통령을 보호하며 억지쓰는 것은 국민과 역사 앞에 죄짓는 일이다. 더 이상 국민과 자식에게 부끄러운 일 당장 중지하라”고 발언했다.

▲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촛불집회 단상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촛불집회 단상에 서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차현아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인 이용수 할머니도 “폭발이 빗발치는 와중에 살아남아 여러분들 앞에 떳떳하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한없이 반갑다”며 “한일 간 협상을 박근혜 정부가 한마디 말도 없이 했다. 명예회복과 사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적으로 구속시켜야 한다. 우리 튼튼한 대한민국을 지킬 우리 후손들의 역사를 위해 올바른 역사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집회가 진행 중인 현재 시각 오후 6시에도 광화문 사거리 부근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진행 중이다.

▲ 태극기 집회가 진행된 광화문 사거리에 경찰차가 이중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 주변을 감싸 양 측의 충돌을 막았다. 사진=차현아 기자.
▲ 태극기 집회가 진행된 광화문 사거리에 경찰차가 이중으로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 주변을 감싸 양 측의 충돌을 막았다. 사진=차현아 기자.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