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신임 MBC 사장이 추천해 지난 27일 선임된 MBC 본사·관계사 임원들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를 친박·극우세력의 마지막 저항 기지로 삼겠다는 ‘김장겸 친위대’의 완결판”이라고 비판했다.

김 신임 MBC 사장은 지난 2010년 김재철 전 사장 때부터 주요 요직에 올랐던 간부들을 또다시 영전시키며 ‘시한부’ 김장겸 체제 시작을 알렸다. 특히 지난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당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실토한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MBC 부사장으로 승진했다.(관련기사 : 최승호 PD 해고 녹취록 장본인, 백종문 본부장 MBC 부사장으로)

백종문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MBC 녹취록’의 장본인으로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그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하기도 했다.

환노위는 또 백 부사장을 ‘MBC 노조탄압 청문회’ 증인으로도 채택하면서 “‘증거 없이 해고’, ‘지역 차별 채용’ 등 사용자의 불법 행위를 스스로 실토한 ‘백종문 녹취록’의 당사자이자 MBC 인사노무관리 담당 임원으로 안광한 사장의 지시를 받아 부당노동행위를 기획,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MBC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 왼쪽부터 MBC 백종문 부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오정환 보도본부장.
최기화 기획본부장은 지난 2015년 보도국장을 하면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행한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뭉치째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또 그는 김장겸 사장과 함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방송농단’으로 MBC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지난 2012년 170일 MBC 파업 이후엔 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표한 ‘공정말살 7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최 본부장을 밀어내고 보도본부장 자리에 오른 오정환 전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2014년 당시 박상후 전국부장의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폄훼하는 데스크 리포트를 옹호하기도 했다. 오정환 본부장은 사내 게시판에 ‘박상후 전국부장의 보도를 아무리 읽어도 유족 모욕이 아닌데 답답하다’면서 ‘국민은 그 보도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사장은 권재홍 전 부사장을 MBC플러스미디어 사장 자리에 앉힌 이유에 대해 “2012년 보도본부장을 역임하면서 뉴스의 공정성 확보와 경쟁력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2014년부터 부사장으로 역임하면서 회사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이날 방문진의 MBC 본사·관계사 이사 선임에 대해 “김재철 체제 이후 공영방송 MBC를 정권과 극우 세력의 선전 매체로 전락시키는 데 앞장선 장본인들이 또다시 요직을 전리품처럼 나눠 가진 최악의 돌려막기 인사”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불법해고를 자인한 ‘녹취록 파문’의 당사자인 백종문씨가 부사장에 선임되고, MBC 뉴스 추락의 핵심 주역인 최기화·오정환씨가 각각 기획본부장과 보도본부장에 중용된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처사”라며 “MBC 구성원들은 신임 김장겸 사장과 마찬가지로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전국 17개 지부도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사 사장은 이번에도 박근혜-김장겸의 아바타이자 낙하산으로 보이는 이들이 차지했다”며 “특정한 능력이나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특정인과의 개인적 인연만이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MBC 지부는 “사장 선임 과정은 지역MBC 구성원들을 철저히 배제했으며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인 사장추천위원회조차 없었다. 말 그대로 밀실에서 일사천리로 선임됐다”면서 “왜 해당 지역사에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고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도 힘들다. 지역방송문화를 견인하고 공영방송 MBC의 정체성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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