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모음)

#1
“저녁 먹을래?”
“나 저녁 먹었어”
“5시인데 벌써 저녁을 먹었구나”
“나 계속 너 거절하고 있는 거 모르겠어?”

#2
“너 진짜 괜찮은데 왜 항상 까였지”
“너...좋”
“하지마!”

주저하는 순간. 고백을 하는 순간. 그리고 거절당하는 순간.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마음을 졸이는 순간을 담는다. 아르바이트, 동아리, 과외 등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만한 상황이다.

‘전짝시’는 TV드라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시즌2는 전체 50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JTBC2에 편성되기도 했다. 시즌3를 제작하는 현재 페이스북 구독자만 89만 명에 달한다. 18~25세 코어 타깃을 설정한 후 또래의 감성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든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전짝시’를 제작하는 와이낫미디어의 이민석 대표와 임희준 운영총괄이사는 방송 프로덕션 출신으로 TV의 위기를 체감하고 뉴미디어 실험을 시작했다. 김현기 콘텐츠총괄이사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회사를 운영하다 합류했다. 지난달 1일 서울 상수동 와이낫미디어 사무실에서 콘텐츠 전략을 들었다.

▲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사진=와이낫미디어 제공.
▲ 이민석 와이낫미디어 대표. 사진=와이낫미디어 제공.

취향저격 비밀, 친구가 만든 짝사랑 드라마

“시청자의 이탈이 느껴졌다.” 이 대표는 방송 프로덕션에서 일하며 TV의 위기를 몸으로 체감했다. “시청층이 파편화되고 저연령층부터 (TV에서) 빠져 나가고 있었다. 아침방송, 정오방송은 광고를 못 붙였고 적자가 나는 것을 지켜봤다. 기존 편성체계 밖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했다.”

와이낫미디어는 떠나가는 소비자들을 쫓았다.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댓글, 공유 등 참여율이 높은 18~25세를 ‘코어 타깃’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기존 미디어는 특정 시간대에 시청자가 모여 있지만, 뉴미디어는 흩어져 있다. 이렇게 파편화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 방법은 최적의 플랫폼에서 좁은 타깃에 초점을 맞춰 송곳처럼 꽂는 것이었다.” 이 대표의 말이다.

와이낫미디어가 20대에게 ‘취향저격’하는 방법은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짝사랑’ 소재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18~25세는 유명한 사람이 나오는 콘텐츠보다 자신과 밀접한 이야기에 더 주목한다. 사랑이야기는 흔하지만 이들 세대에겐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상황에서 개인의 감정을 독백으로 넣는 ‘실현성’ 있는 콘텐츠가 유효했다.” ‘실현성’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준다는 의미다.

▲ &#039;전지적 짝사랑 시점&#039;시즌3 스틸컷.
▲ '전지적 짝사랑 시점'시즌3 스틸컷.

“우리가 낮은 연차의 PD였을 때 선배들은 작품이 ‘임장감’이 없다고 혼내곤 했다. 임장감은 스케일이 크고 사운드가 웅장한 것이다. 책이나 영화가 주된 취미였던 세대에겐 이런 콘텐츠가 가장 취향에 맞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무한도전’으로 대표되는 리얼리티를 보고 자랐다. 이들은 현실적인 느낌, 즉 ‘실현성’을 더 선호한다.”

취향을 저격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전략은 ‘또래가 직접 제작하는 시스템’이었다. 와이낫미디어 제작진의 평균연령은 26살이다. 이나은 PD는 대학 졸업 전에 ‘전짝시’를 연출했다. 이 대표는 “또래와 함께 TV를 많이 본 세대가 ‘실현성’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흉내 내는 것보다 DNA가 다른 젊은 세대에게 제작 전반을 맡긴다”고 말했다.

작품 곳곳에는 ‘급식충’ ‘금사빠’ ‘남사친’ 같은 20대 언어가 자연스럽게 쏟아진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친구가 술김에 고백해 사귀게 되거나,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짝사랑하는 손님이 나타나는 시간을 꿰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장면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다.

소통도 그들의 방식, ‘짤방 댓글’과 ‘웹툰 브랜딩’

와이낫미디어가 운영하는 ‘콬TV’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또래 문화를 찾아볼 수 있다. 여사친을 향한 고백이 성공한 회차에 “좋아 이대로 여사친 사귀러 간다”는 댓글이 달렸다. 콬TV 페북지기는 정우성이 ‘희번덕’하는 자막과 함께 놀란 표정을 담은 ‘짤방’을 첨부하며 “그럼 될 것 같아?”라고 답장하는 식이다.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페북지기와 농담따먹기를 한다. 나쁜 남자 주인공에 ‘쓰레기’라고 분노하고 고백을 하지 못하는 미련한 등장인물에겐 ‘고구마’라며 답답해한다.

임 이사는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매니저를 따로 두지 않고 연출자들이 직접 댓글을 작성한다. 짤빵을 넣고 ‘드립’을 치는 건 일로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실제 카톡에서 하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 나이 정도면 귀찮아서 댓글을 다 못 읽는다(웃음)”며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독자가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하는데, 소통을 하면서 피드백이 된다는 점에서 좋다”고 덧붙였다.

▲ 콬TV 페이스북 갈무리.
▲ 콬TV 페이스북 갈무리.

웹툰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일상툰’도 선보였다. 유명 웹툰작가이자 와이낫미디어의 드라마 작가인 ‘사라’가 직원들을 캐릭터로 묘사하고, 사무실 이전 등 회사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구성하는 식이다.

김 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사라’를 보고, 모바일 문법에 맞는 역랑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페북 메시지로 ‘함께 일하자’고 꼬셨다”면서 “경쟁 페이지들은 카드뉴스를 만들어 페이지를 홍보하거나 광고를 끼워 넣었는데, 우리는 일상툰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회수에 올인? IP화로 수익성 확보

왜 드라마 장르를 선택했을까. 이 대표는 “IP(지적재산권)비즈니스를 하기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와이낫미디어의 수익은 광고나 투자에서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IP화를 통한 포맷 판매를 주 수익원으로 보고 있다. IP비즈니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크립트, 문법 등의 포맷을 해외, 온라인 등에 판매해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개념이다.

이 대표는 “’72초 드라마‘가 빠른 편집과 독특한 개성이 강점이라면 우리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이야기로 공감을 주고 원테이크(화면 컷 없이 한번에 촬영하는 기법) 제작방식이 특징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의 IP는 판권만 넘기는 개념이지만 와이낫미디어는 프로덕션까지 판매하는 게 목적이다. “우리의 완전한 성공은 ‘전짝시’를 만들던 팀이 그대로 방송 드라마나 영화, 해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절반의 성공은 방송사에서 제작하되 우리가 프로듀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말이다.

그는 성공적인 IP브랜드를 위해서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최적화된 ‘루틴(Routine)’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요즘은 tvN이 드라마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지속적인 시도가 ‘루틴’을 만들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드라마지만 하나의 포맷이자 세계관이 있다. ‘응칠’은 예능적 요소가 강했는데, 후속작들은 예능적 요소를 살리면서 드라마로서 특성을 더 강조하며 루틴을 만들었다. ‘무한도전’도 처음 나왔을 때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최적의 구성을 찾았다.”

IP비즈니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업계의 현실을 지적했다. 일단 수익성이 불투명하다. 하우스오브카드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자니 비용이 많이 들어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저비용 콘텐츠를 양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광고, 커머스에 의존하지만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는 그 중간쯤을 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제작비를 기본적으로 퀄리티가 보장되는 선에서 쓰되 트래픽에 의존하는 대신 하나의 확실한 IP를 만들 때까지 버텨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넥슨같은 게임회사도 IP하나 만들 때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성공하면 해외에서 투자 대비 1000%의 수익을 낸다. 영상 IP도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섬세한 ‘변주’로 최적화 실험

와이낫미디어는 영점사격을 하듯 매번 변주를 주며 최적화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시즌1은 3분 가량의 개별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시즌2는 매회 내용이 이어진다. 시즌3는 시즌2와 유사한 구성에 러닝타임이 길어졌고, 상대적으로 인지도 높은 배우가 출연하고 인물 관계가 복잡해졌다.

▲ 와이낫미디어 직원들. 제작진 평균 연령이 26세로 '또래가 만드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사진=와이낫미디어 제공.
▲ 와이낫미디어 직원들. 제작진 평균 연령이 26세로 '또래가 만드는 콘텐츠'를 지향한다. 사진=와이낫미디어 제공.

김 이사는 “시즌2에서 스토리를 이어보니 사람들이 단순한 모바일 콘텐츠가 아니라 실제 드라마처럼 인식했다”면서 “시즌3는 복잡하다보니 스코어 자체는 더디게 올라가지만 모였을 때 ‘역주행 파워’가 나올 거라고 본다. 시즌4는 더욱 드라마처럼 제작해 TV드라마 같은 콘텐츠를 만들 거다. 이를 모아놓은 다음 해외 OTT, TV진출 등을 놓고 어떤 방식이 더 가능성이 높은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시리즈 내에서도 변주가 이어진다. 우선 다섯편을 제작한 다음 시청자 반응을 보고 다음 회차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대본을 미리 써 놓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반응에 따라 즉각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인트로나 쿠키 영상을 넣고 빼는 등의 방식으로 이용자 반응 데이터를 취합 후 반응이 좋은 쪽을 적용하고 있기도 하다.

실험은 ‘전짝시’에만 그치지 않는다. “‘전짝시’가 ‘코어 타깃’을 잡았다면, 다른 콘텐츠들은 ‘타깃 확장’을 위해 제작되고 있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은 인턴들의 사랑이야기로 ‘전짝시’보다 타깃을 2~3살 정도 높였다. 신작 ‘음주가무’는 또 다시 2~3살 높여 대리와 인턴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는 문화를 이끄는 소비자, 즉 20대를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래픽 장사가 목적이 아니라 그들의 성향에 맞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루틴’, 그 과정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고, 다음단계로 조금씩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데이터로 만든 노하우는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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