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이었던 2월25일과 26일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은 각각 5.9%와 6%(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로 동시간대 메인뉴스 중 1위였다. 올해 MBC가 기록한 메인뉴스 시청률 가운데 최고치다. 요즘 탄핵반대 커뮤니티에선 “공정보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MBC뉴스 시청’을 독려하는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월22일 서울 상암동 MBC신사옥 앞에선 친박·극우단체의 MBC 지지집회가 있었다. 태극기집회세력이 공개적으로 지지를 드러내는 주요방송사는 MBC뿐이다.

이날 집회에선 MBC노동조합 김세의·최대현 공동위원장도 참석했다. MBC노동조합은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 당시 대체인력으로 입사한 시용 기자와 경력기자 등으로 구성된 제3노조로, 제1노조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는 갈등관계에 있다. 이날 김세의 위원장은 “지난 4년간 우리 노조는 왕따의 대상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응원해 줘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우리 노조가 굳건히 버티면 특정 정치 세력이 MBC 뉴스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의 위원장은 2013년 문재인 의원이 변호사 겸직을 하며 급여를 받고 있다는 오보를 냈던 기자다. 그러나 ‘김재철’ 체제에서 오보에 따른 제대로 된 처벌은 없었다. 당시 오보에 최종책임자였던 김장겸 보도국장은 지난주 MBC사장이 됐다. 김장겸 사장은 보도본부장 시절이던 지난해 8월, 청와대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무력화시키는데 활용한 ‘이석수 감찰관 특정언론사 감찰내용 누설 논란’ 보도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당시 보도 이후 MBC의 뉴스채널 선호도 조사는 급격히 하락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한국갤럽이 2013년부터 조사한 분기별 뉴스채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MBC는 파업 이후인 2013년만 해도 15~17%대의 선호도를 유지하며 KBS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2분기 12%로 하락세를 보인 뒤 JTBC와 경합을 벌이기 시작하다 2015년 JTBC에 밀렸지만 그래도 12%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가 터진 2016년 4분기 뉴스 선호도가 7%로 곤두박질치며 35%로 치솟은 JTBC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조선일보는 “MBC는 언론이라기보다 흥신소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월21일자 ‘MBC, 언론인가 흥신소인가’란 제목의 기자칼럼을 통해 최근 MBC의 고영태 녹취록 관련 보도를 언급한 뒤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가장 먼저, 제일 정확하게 알린 TV조선 기자가 고씨 등의 이권 개입 증거를 덮기 위해 공모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며 “MBC가 다른 언론의 국정 농단 취재 과정의 뒤를 캐며 범법 행위인 양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 2012년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김장겸 MBC정치부장(왼쪽 두번째)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012년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김장겸 MBC정치부장(왼쪽 두번째)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타사로부터 ‘청와대 흥신소’라는 비판마저 듣게 된 MBC에서 김장겸 사장 선임의 의미는 김재철 사장 이후 극우 보수 세력의 대변자 역할을 자임해온 MBC의 존속을 의미한다. 김장겸 MBC체제의 최종목적은 MBC 정상화를 바랐던 많은 시민들이 MBC를 욕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김재철-안광한-김장겸으로 이어지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의 영구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한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는 MBC본부로 대표되는 노동조합의 무력화이며, 노조 무력화를 위한 방안은 노조 가입률을 낮추는 방안과 사내에서 노·노 갈등을 유발시키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MBC는 지난 2월 말 대규모 일반직 경력사원 채용계획을 발표했다. 신규채용인원만 40여명, 기존 계약직 사원의 일반직 전환까지 합치면 60명 안팎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12년 170일 파업 이후 최대 규모의 채용이다. 이와 관련 MBC본부는 “회사는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노동조합의 파업 이후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원래 직종과 상관없는 이른바 ‘유배지’로 쫓아냈다. 현재도 기자 55명, PD 32명, 아나운서 11명 등 총 109명이 유배 상태에 있다”며 이번 채용을 우려했다.

MBC 내부에선 3월 중 대규모 채용이 완료되면 4월 중 채용된 인원만큼 대규모의 보복성 인사발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례 때문이다. 파업 이후 경력직 채용인원은 지금까지 230여명 수준으로, 이들의 대부분은 ‘유배지’로 간 사원들의 자리를 채웠다.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노조를 상대로 한 끝없는 소송과 함께 경력사원의 수시 채용은 2012년 이전의 MBC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경영진의 새로운 노동현장 통제방식으로, 성과평가와 인사 등을 통해 끊임없이 파업참가자와 파업이후 경력사원을 가르며 갈등을 유발시켰다. 차별과 배제의 인사관리는 그간 MBC노동자들에게 모멸감·수치심·무력감 같은 집합심리를 강화했다. 특히 보도국의 경우 파업참가여부에 따라 구분 짓기가 이뤄졌고, 기자들은 일상적인 대면 접촉 과정에서까지 서로를 혐오하게 됐다.

지난해 총선 이후 경영진의 ‘도발’은 잠잠해지는 추세였으나 최순실-박근혜게이트 국면과 사장 교체 국면을 거치며 본사 1층에서 대규모 집회가 이뤄지고 MBC본부 소속 기자·PD 등 조합원들의 피케팅이 이어지자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경영진이 보복차원에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은 제3노조의 힘을 키워 결과적으로 노·노 갈등을 격화시킬 것으로 보이며 설령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MBC정상화를 지연시키기 위해 이 같은 갈등을 경영진이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김재철 체제의 ‘상징’과도 같은 김장겸 신임 사장의 취임은 노조 입장에서 청와대가 전면전을 선언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MBC는 대통령 탄핵여부가 결정되는 3월 중순 이후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이 극우·보수 세력의 지지 속에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5월 조기대선이 확정될 경우 정치권과 언론계를 중심으로 공영방송 정상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게 되며 충돌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 지난 2월23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열린 MBC 경영진 규탄 촛불집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김장겸 아웃'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 2월23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 앞에서 열린 MBC 경영진 규탄 촛불집회에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김장겸 아웃'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경영진으로선 정권교체가 유력한 현 정치국면에서 ‘시한부 임기’를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 가운데 퇴임 이후 사법적 처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용마 MBC해직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에 가장 먼저 일어서서 맞섰던 곳이 MBC였지만 지금은 그 정신이 다 사라지고 정권의 홍보방송 역할만 했다”며 “언론 탄압에 앞장섰던 앞잡이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고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면 현 MBC경영진은 ‘즉각 퇴출’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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