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주범·부역자 30명을 재판에 넘기며 수사를 종료한다. 특검은 뇌물수수 혐의로 넘겨진 최순실씨에게 재산 추징 조치까지 부과하며 국정농단 주범에 대한 엄벌의지를 보였다.

특검은 수사 기간이 종료되는 28일 오후 '비선진료' 의료법 농단 관계자 4명, 정유라 학사 비리 관련자 7명, 삼성그룹-최순실 간 뇌물 비리 관련 5명, 기타 피의자 3명 등 총 19명을 기소·추가 기소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 특검 수사 마지막 날인 2월28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특검 수사 마지막 날인 2월28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은 홍정석 부대변인.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특검은 삼성그룹으로부터 430억 원 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해 현재 파악 가능한 국내 재산은 모두 추징 보전 조치할 예정이라 밝혔다. 특검이 파악한 최씨의 국내 재산 규모는 200여 억 원 대라고 알려져있다.

특검은 뇌물 공여에 개입한 삼성그룹 관계자 대부분을 직접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 및 황성수 전무,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 및 장충기 차장 등 5명을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부회장에겐 국조특위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특검은 이미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에 대해 △특경법 상 뇌물죄 △범죄수익은닉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경법 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특검은 최씨의 모든 범죄 혐의를 추가 기소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삼성그룹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한 박 대통령의 신분은 '피의자'다. 최씨가 뇌물을 수수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을 함께 입건했다는 건 특검이 두 사람 사이에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를 사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사는 검찰에 이첩될 예정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는 28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수사 과정상 (피의자를) 바로 수사할 필요가 있기에 그 사정 고려했을 때 피의자로 입건한 후 바로 검찰로 사건 이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비선진료'·'정유라 학사 농단' 부역자 싹쓸이 기소

'비선진료' 부역자로 지목된 의료진들은 전원 기소된다. 최씨 단골 성형외과 의원 대표인 김영재 의사는 △뇌물공여 △의료법 위반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4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대통령 자문의였던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은 진료기록 허위로 작성한 위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전 대통령 자문의 정기양 세브란스병원 교수 및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는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위증 혐의로 기소된 김영재 원장 및 정기양 교수가 직접 박 대통령에 진료·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원장과 정 교수는 지난해 국조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대통령 시술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이임순 교수는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김영재 원장이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으나 특검은 이 교수가 서창석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장에게 박 대표를 소개시켜 준 정황을 파악했다.

▲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일인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출근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특검의 수사기간 종료일인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출근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화여대 입시 비리 '최종 몸통'인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과 최순실씨도 이날 기소된다.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준 이원준·이경옥·하정희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교수도 업무방해죄로 일괄 불구속 기소될 예정이다.

최씨의 경우 이화여대 교무처장 등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죄 외에도 공무집행방해 및 사문서위조죄가 추가 적용됐다. 딸 정유라씨의 청담고 출석특혜, 학사 평가 특혜 등과 관련한 혐의다. 정 씨는 출석일 수가 법정기준에 미달했음에도 무사히 고교를 졸업했다.

'정유라 학사 농단' 부역자 중 류철균 융합콘텐츠학과 교수와 남궁곤 전 입학처장에겐 추가 혐의가 적용된다. 특검은 류 교수를 국회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로, 남 전 처장을 지난해 11월 교육부의 특별감사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한 것에 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특검, 권한 없어지기 전에 남은 혐의도 탈탈 털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구속 기소)은 박채윤 대표에게 49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특경법 상 뇌물죄로 기소된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동의 결의를 주도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특경법 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최순실씨 등에게 '대포폰' 50여 대 이상을 개설해 준 혐의가 있는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의료법 위반 방조 △위증(국회 증언·감정 등 법률 위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된다.

이로써 특검이 수사 종료 시점까지 기소한 국정농단 혐의자들은 총 30명이다. 특검은 지난 27일까지 총 13명을 기소한 바 있다. 28일 기소가 예정된 자들 중 이미 기소된 최씨 및 안 전 수석을 제외하면 28일에 처음 재판에 넘겨지는 피의자는 총 15명이다. 구속 수감된 자도 15명이다. 

붉은 눈시울, 이규철 특검보 "국민께 감사하다"

이 대변인은 마지막 정례 브리핑을 끝낸 후 기자실을 나가는 길목에서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특검 수사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마지막 공식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브리핑룸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특검 수사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마지막 공식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브리핑룸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대변인은 28일 오후 정례 브리핑을 마치며 "그간 특검 브리핑에 관심을 가져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전했다. 이 대변인은 지난해 12월1일부터 90일 동안 특검 대변인 역할을 맡아왔다.

홍정석 부대변인 또한 "그동안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여기 계시는 기자분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변인실이 여기까지 왔다"며 마지막 소회를 밝혔다.

이 대변인은 "특검은 브리핑을 통해 수사 과정을 국민들에게 매일 보고하면서 수사 과정의 투명성‥공정성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판단한다"며 "브리핑 과정에서 나타난 개선 사항을 잘 보존해 참고가 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보인 이 대변인은 향후 피고인 유죄 선고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소 유지 역할을 맡는다. 그는 "수사는 끝났지만 더 중요한 공소유지가 남아있다"면서 "특검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특검도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보조하겠다.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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