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박영수 특별수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불승인한 것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사유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을 거쳐 헌법재판소를 통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야4당은 28일 오전 당대표·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오는 3월2일 본회의에서 특검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야4당은 3월 임시국회 소집을 즉각 요구하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야4당은 다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을 추진하는데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바른정당은 정무적 문제도 걸려있을 뿐만아니라 이번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이 탄핵 사유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야3당은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도 추진할 예정이다.

▲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4당 당대표 및 원내대표 4+4 회동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포커스뉴스
▲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4당 당대표 및 원내대표 4+4 회동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포커스뉴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황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기간 연장 불허 결정은 국정농단의 진실규명을 원하는 대다수 국민의 바람을 무참히 짓밟은 처사이자 특검법 취지에 반하는 독재적 입장”이라면서도 “수사기간 연장은 해줄 수도 있고 안해줄 수도 있는 문제라 법률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탄핵 사유는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2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의 입장 차이를 “법적 해석에 대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헌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에 대한 해석차이다. (수사기간 연장 불승인 조치가) 탄핵 사유로 중차대하다고 보는지, 보지 않는지에 대한 해석 차이라고 보면된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황교안 권한대행의 탄핵사유로 지목하는 것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28일 “황교안 대행은 법원이 승인한 청와대 압수수색도 사실상 거부했다. 그리고 특검법에 명시돼있는 승인 요건이 아닌 다른 이유를 들며 특검을 강제종료시켰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정당과의 합의를 이루지 못했지만 야3당은 그대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 의결까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국무총리의 탄핵 요건상 야3당만으로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놓여있다.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의 경우 국회의원의 3분의1인 100명이 발의해 국회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이 가능하다. 반면 대통령의 경우 3분의2인 200명이 넘는 찬성표가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121석)과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등 야3당의 의석수를 모두 합치면 166석이다. 과반은 가능하지만 3분의2는 되지 않는 수치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총리 탄핵사유로의 적용이 가능할까. 헌법재판소법에 대한 해설본인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펴낸 ‘주석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권한대행자 또는 직무대행자는 원래의 대상자와 동일한 지위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다르게 볼 이유가 없으므로 탄핵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탄핵제도의 취지에 부합할 것 (653p)”이라는 문구가 있다.

즉, 이에 따르면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의결 조건인 3분의2 이상의 국회의원이 찬성해야 의결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32석의 의석수를 가진 바른정당과 무소속 의원 2명까지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에 힘을 모으지 않는 한 황 대행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헌법 해석 상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 대통령이 아닌 총리 탄핵 사유를 적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는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헌법 상 탄핵이 가능한 공무원(국무총리 포함)은 제한적으로 열거돼있으며 이 이외에는 탄핵이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가능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더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가 아닌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요건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은 정식 직제가 아니다. 황 권한대행은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국무총리’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야3당만으로도 황교안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가결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지난해 12월9일 가결됐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지난해 12월9일 가결됐다. 사진=포커스뉴스
정작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의 걸림돌은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조기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헌재가 빠르면 오는 3월9일 판결을 내놓을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헌재가 유의미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시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정치적 움직임의 일부로 봐야한다. 

한상희 교수는 “만약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인수위 기간이 없어 바로 새 총리를 지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탄핵 사유 등) 법리를 따지는게 의미가 없다”며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 움직임은 정치권의 한 흐름으로 봐야한다. 헌법재판소가 황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판단할 시간도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추진은 야3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이 의사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나 탄핵소추안 작성을 위한 실무적 검토 작업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해볼 때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전에 소추안 상정조차 쉽지 않을 가능성도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에 또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황교안 권한대행 탄핵 추진은, 여론의 힘을 받아 야권의 공조를 이끌어내 정세균 의장에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지렛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작 황 대행 탄핵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당들의 속내도 복잡해보인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체제를 불러와 국민적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어제 박지원 당대표가 지방 일정 때문에 (황교안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의견을 모았던 국민의당 의원총회 때) 자리를 비웠다. 박지원 대표도 국민들에게 탄핵이라는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기를 별로 원치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정세균 국회의장은 특검법 개정안은 직권상정의 요건이 되지 않아 법제사법위원회 등 상임위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오는 3월2일 본회의에서의 직권상정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28일 오후 야4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에서 정 의장은 "법사위 전체 17명 위원 중 80% 이상이 찬성하는 만큼 우선 법사위에서 법안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야당 원내대표들이 요구한 직권상정은 할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다수 견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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