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신임 MBC 사장이 28일 취임사를 통해 ‘품격’을 강조하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모두가 ‘특종’이라고 보도할 때 마지막까지 사실 여부를 검증해 시청자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서 우리는 품격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품격은 편향적 보도와 선정적 방송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저널리즘의 기본 자세를 확고히 할 때 갖출 수 있다”며 “국가의 큰 전략과 방향에 대한 관점이 합리적 이유 없이 흔들릴 때 묵묵히 중심을 잡아나가는 모습에서도 품격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JTBC, TV조선, 한겨레 등 주요 방송과 신문이 특종을 쏟아내며 박근혜 정부를 사실상 무너뜨린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에게 찾아온 위기가 합리적 이유 없이 정부를 흔드는 언론에서 비롯했다고 해석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의 대부분은 단순한 의견이나 관점이기 때문에 사실과 진실 앞에 더욱 겸손하고 팩트를 신중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 김장겸 MBC 신임 사장. 사진=MBC 공식 블로그
▲ 김장겸 MBC 신임 사장. 사진=MBC 공식 블로그
김 사장은 “‘투쟁과 갈등’에서 벗어나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제작부문에서는 자신의 기획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일정한 범위의 인력과 예산에 대한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또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치 이벤트에 휩쓸려서 자신의 본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일에 집중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MBC가 진영논리와 노사갈등에 매몰돼 있을 때 바깥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고 있다”면서 “과거에 매몰돼 진영논리로만 해법을 찾는다면 미래를 헤쳐 나갈 답을 찾을 수 없다. 이제 MBC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릴 것이 아니라 생존전략 더 나아가 1등 언론, 1등 방송이 되기 위한 지략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포부처럼 MBC가 ‘1등 방송’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MBC 제1노조는 김 사장 취임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날 KBS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김장겸 사장 임명은 MBC에서 박근혜 체제가 3년 보장된 것”이라며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김 사장 임기를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부역자를 청산하고 언론 자유를 회복시켜 공영방송의 사회적 역할 복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박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으나 친박단체 집회에선 ‘애국방송’이라며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친박단체 집회에선 당시 김장겸 사장 후보자에게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장겸 후보는) 진짜 기자 정신을 발휘해 용기 있게 MBC를 이끌고 있다”며 “이런 사람이 사장이 되게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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