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인단 등록 인원수가 당초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이 높아 ‘문재인 대통령’을 막겠다는 보수층의 역선택도 힘이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히려 보수 지지층 사이에서는 누구를 찍어야 역선택인지를 두고 혼란에 빠진 모습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5일 첫 등록일부터 27일 오후1시50분 현재까지 선거인단이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와 같은 선거인단 등록 추세는 지난 18대 대선 경선 선거인단 모집 당시와 비교해볼 때 거의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2012년에는 28일 동안 총 108만5000명을 모집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는 1차 모집기간이고 2차 모집도 남아있어 최대 목표치로 잡았던 200만명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 민주당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 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민주당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 시스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민주당이 완전히 국민들에게 열린 형태의 경선 룰을 확정짓기 직전까지, 민주당 안팎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정한 당비를 내고 당에 대해 지지해왔던 국민들과 그렇지 않은 일반 국민과 동등하게 한 표씩 당의 대선후보를 뽑을 권리를 주는 것이 정당의 존재 의미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완전국민참여형 경선에 대한 또 다른 우려로 역선택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역선택은 주로 민주당 내 여러 후보들 중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지지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가 본선에서 유리할 수 있도록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택하는 의도적인 행위를 이른다. 민주당 선관위 측도 조직적인 역선택 선동을 한 일부 보수 지지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하는 등 실제로 역선택이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분위기가 펼쳐져 오히려 역선택이라는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많은 국민들이 참여할수록 조직적인 일부 보수 지지층의 경선 조작 시도가 효과를 발휘하긴 힘들다.

특히 현재 민주당 내에서 누가 대선후보가 되더라도 보수정당 후보가 승산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정당지지율도 40%가 넘는 상황에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문재인 전 대표 모두 3자 가상대결 등에서 높은 지지율로 타 후보들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4일부터 25일가지 이틀간 전화면접조사와 유무선 병행조사를 통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조사 결과 문재인 전 대표와 황교안 권한대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을 대선후보로 가정한 4자대결 결과로는 문재인 전 대표가 45.1%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황교안 16.1% △안철수 15.1% △유승민 6.4% 순이었다.

민주당 대선후보를 안희정 충남도지사로 가정한 가상 4자대결에서도 △안희정 44.2% △황교안 19.9% △안철수 13.7% △유승민 6.5% 등의 순서로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실제로 역선택을 꾀하는 보수 지지층들도 누구를 조직적으로 뽑아야 보수 후보에 유리한지를 두고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향후에도 조직적 움직임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이준석 바른정당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수 쪽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민주당에 경선 역선택을 해보려고 가셨다가 하라는 대로 해서 등록을 했는데 문재인을 찍는게 유리하냐, 안희정을 찍는게 우리에게 유리하냐. 이런 질문을 서로 올리시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보니까 역선택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27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역선택은 현재로서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일회성 문제같다”며 “역선택을 위해 자신의 정서에 맞지 않는 후보를 찍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보수정당의 (특정한)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 상황에서는 가능하지만 지금으로선 누구든 당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