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의 대통령 대면조사 실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협조적 태도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대통령 대면조사 및 청와대 압수수색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오는 28일 수사를 종료한다.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된 결정적 이유는 대통령 측이 조사 과정 중 녹음과 녹화를 거부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2월2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2월2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수사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청와대 압수수색의 경우 특검은 청와대 측이 형사소송법 제110조·111조를 근거로 압수수색을 불허할 경우 현행법상 강제 집행을 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집행을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기자 브리핑,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수차례 수사 협조 의사를 밝혔음에도 이와 정반대의 행동만 보였다. 이 때문에 결국 대통령·청와대 강제수사가 무산된 것이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은 2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및 청와대에 대한 강제 수사가 무산됐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며 "매우 유감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이규철 대변인은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견 불일치로 대면조사가 무산됐다"면서 "대면조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때문에 특검은 녹음·녹화를 요구했고 그 부분에 대해 상호 의견이 불일치해 대통령 대면조사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대통령과의 1차 대면조사 협상에서 녹화·녹음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수사 여건 상 대통령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원칙 하에 조사 장소, 시간, 형식 및 공개 여부 등 모든 조건을 대통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기로 정했다.

특검팀은 이에 따라 대통령을 피의자로 판단하고 있었음에도 대통령 측이 참고인 진술 조서 형식을 요구했기에 진술 조서를 작성하기로 합의했다. 조사 장소는 청와대 경내로 합의됐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특검이 비공개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9일 예정한 대면조사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이 대변인은 "처음 대면조사 협상 과정에선 특검이 모든 조건을 양보했지만 1차(시도)가 무산된 이후에는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태여서 서로 주장에 차이 있었다"면서 "대통령은 녹음, 녹화가 절대 불가하다고 했고 이 같은 사정이 무산에 가장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강경한 협상 태도로 입장을 선회한 이유는 반드시 실효성있는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특검의 원칙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면조사 최종 무산은 지난 24~25일 경이다. 이 대변인은 "최종 서신이 오고간 건 지난 주 후반"이라며 "공문을 통해 상호 간 통보 형식으로 협상했다"고 밝혔다. 

무더기 '범죄자' 나온 청와대도 수사 협조 안해

특검팀은 청와대 압수수색 강제 집행 가능성은 애초에 배제했다. 또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청와대 측의 증거 임의제출 방식도 거부했다.

특검은 이같은 상황에서 청와대 측이 끝까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집행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수사만료 시점인 오는 28일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반환할 계획이다.

이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향후 이런 사태 재발되지 않도록 법원이 제시한 바와 같이 입법적 해결 방안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검의 주장은 청와대 측 압수수색 집행 불허를 둘러싸고 공적 기관 간 행정소송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기관 간 행정소송은 법에 적시된 경우에 한해서 가능하다.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 건은 법에 기재된 경우가 아니다. 이와 관련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한 것이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 집행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기관에게 권리를 침해 당한 국민이 제기하는 '항고소송' 방식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한 바 있다. 행정법원은 소송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소 자체를 각하했다.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및 한광옥 비서실장은 지난 3일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검증 영장 집행을 형소법 110·111조를 들어 거부했다. 형소법 제110조 및 제111조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과 관련된 장소·물건일 경우 책임자의 승낙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검은 같은 법조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조항을 적용해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1일 "(박 대통령은)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서 사건 경위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최순실 '혐의 몽땅 기소'·우병우 수사는 다시 검찰 손으로

한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김기춘·우병우 라인(비선 보고 조직)'이 여전히 존재하는 데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김수남 검찰총장 등 현 정부의 인사가 검찰 조직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다분하다. 우 전 수석 사건의 검찰 이첩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10시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10시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기자.

이 대변인은 "특검에서 수사했을 경우의 수사 대상 제한 문제와 지금 기소할 경우 개인 비리는 조사되지 않는다는 염려 때문에 현재로서는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검찰로 이첩하는 방안에 더 무게 실린다"면서 "최종 결정은 내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검찰의 특별수사본부가 우 전 수석에 대해 소극적인 수사를 벌인 것에 대해 이 대변인은 "검찰에 이첩할 경우 처리가 혹시 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특검에서 조사가 상당 부분 이뤄져서 이첩 받는 검찰에서 (수사를) 잘 해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수사가 종료되는 오는 28일 불기소 상태의 피의자 15여 명에 대해 기소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 대변인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씨에 대해 "혐의가 드러난 부분은 다 기소할 것"이라 밝혔다. △정유라 입학·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혐의 △삼성그룹 430여 억 원 뇌물 수수 혐의 △미얀마 ODA 사업 이권 개입 관련 알선수재 혐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대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기소 대상이다.

이화여대 학사농단 관련해 유일하게 기소되지 않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도 오는 28일 업무방해 및 위증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비선실세' 의료법 농단의 경우 최씨 단골 성형외과 대표인 김영재 의사, 김상만 전 자문의,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 '기치료아줌마' 백아무개씨 등도 28일 일괄 기소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