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17차 변론에서 국회 측이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최후변론을 마쳤다.

황정근 변호사는 소추사유 17개 사실에 대해 언급했다.

대통령이 정호성을 통해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사실, 각종 연설문·정책 자료·인사자료 등을 최순실에게 보내 국정개입을 허용한 행위, 최순실의 의도대로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인사를 맡겨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한 행위, 최순실의 능동적 국정개입을 허용한 행위, 문체부 노태강, 진재수에 대한 공무원 임면권 남용행위, 문체부 1급 공무원 일괄사표와 선별수리에 따른 공무원 임면권 남용행위 등이 있다.

권한남용 행위들도 언급했다. 여기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에 관한 권한 남용행위, 롯데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출연하게 한 권한남용 행위, 현대차그룹이 KD코퍼레이션에 특혜제공을 하게 한 권한남용 행위, 현대차그룹이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에 특혜제공을 하게 한 권한남용 행위, 포스코그룹이 펜싱팀을 창단해 최순실의 더블루K에 매니지먼트를 맡기게 한 권한남용 행위,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KT가 이동수·신혜성을 채용해 광고담당으로 보내게 한 권한남용 행위, KT가 최순실의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해 특혜제공을 하게 한 권한남용행위,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최순실의 더블루K와 장애인 펜싱팀 위촉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권한남용 행위 등이 포함됐다.

언론자유 침해사례도 언급했다. 세계일보가 2014년 비선실세 국정개입보도 한 후 대통령 비서실이 검찰 등 사정기관을 동원해 세계일보 공격방안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은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수행의무 위반 혐의다.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권성동, 박주민 등 소추위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서 권성동, 박주민 등 소추위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세월호 관련 내용은 이용구 변호사가 더 자세히 설명하며 “대통령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당시 생명의 위험에 빠진 국민을 구조하는 일은 해경이나 관련 담당자들이 할 일이지 대통령의 직무가 아니라고 인식했다”며 “현재도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당일 사고를 인지한 오전 8시52분부터 마지막 생존자가 탈출한 10시19분까지 87분동안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객관적·주관적으로 국가위기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은 국가안보실로부터 보고받았다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고, 국가기관의 총 역량을 모으지 않아 생명권 보호의무 및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언론 탄압은 (박 대통령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라며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아리스토텔레스 의하면 국가라는 것은 개인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 추구하기 위한 최고의 정치적 공동체를 의미한다”며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국가가 사적 권력을 위해 사익이 남용돼선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은 최순실 연설문 수정 등 자신이 직접 결정한거고 문체부 장차관도 결국 자신이 임명한 것이고, 재단 설립은 요청한 것이고, 세계일보 대해선 자신이 직접 지시한바 없고, 세월호도 인명구조에 자신의 책임이 없다는 변명하고 있다”며 “헌재가 과연 대통령의 그런 직무관련 행위가 실질적 법치주의, 즉 인권보장과 정의요청에 맞는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 법치주의로 도피하려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소추위원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이 사건의 의미와 탄핵필요성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권 의원의 최후변론 전문이다.

존경하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님 여러분!

헌법 수호의 사명을 위해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 시간까지 공명정대하게 심판을 이끌어 오신,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노고에 마음으로부터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 법정은 대한민국의 법이 최종적으로 선언되는 곳이면서, 동시에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이기도 합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의 마무리를 앞둔 이때, 국회를 대리하는 본 소추위원은 역사와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임감과 안타까움으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이번 탄핵심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1의 공복인 피청구인이,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일련의 행위에 대한 것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위임한 통치 권력을 공의에 맞게 행사하지 않고, 피청구인과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들만을 위해 잘못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지난 몇 달 동안 국민들은 귀를 의심케 하는 비정상적 사건들을 매일 접하면서, 분노와 수치, 그리고 좌절을 경험하였습니다.

그것은 국민이 맡긴 권력이 피청구인과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의 노리개가 되었다는 분노였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자부심이 모욕을 당한 수치였으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질 줄 모르는 모습에 대한 좌절이었습니다.

이에 주권자인 국민은 피청구인을 대통령의 자리에서 파면할 것을 요구하였고, 국민을 대표한 국회가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하여,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준비절차와 변론절차에 제출되어 엄격한 심리를 거친 증거들에 의해 충분히 규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청구인 측에서 내세우는 변명은 이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과는 동떨어진 것이거나, 탄핵 사유를 배척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피청구인 측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이나 재판부 구성과 관련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만,

이것 또한 전 국민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헌법과 법률, 그리고 적정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심판 과정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 뿐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에 대한 한마디 책임도 언급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음모 운운한 피청구인의 모습이나, 신성한 법정에서 표출된 일부 지나친 언행으로도 사안의 본질을 가릴 수 없으며, 결코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피청구인은 심판절차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부터라도 역사와 국민 앞에 좀 더 솔직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탄핵심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국민은 선거 때에만 잠시 주권자일 뿐 평시에는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는 대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고, 국민을 가벼이 여긴 대의기구에 대한 신임을 거둠으로써, 국민을 다시 주인의 자리로 올려드리는 수단이 탄핵입니다.

그리고 탄핵은 법치주의의 예외 없는 적용을 통해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근본 원칙을 확인해주는 장치입니다.

권력에 취해 자신은 법 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는 위정자를 겨누는 정의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2004년 결정에서 탄핵심판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한 경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고 천명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라 하겠습니다.

나아가 본 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가 피청구인의 잘못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을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결코 부끄러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우리 국민은 일본 군국주의와 끈질기게 싸워 독립을 쟁취하고, 피 흘려 공산세력의 침략을 막아냈으며,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국민은 개인의 안위보다는 공동체를 앞세웠고, 자유와 정의 수호의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왔습니다.

이처럼 고귀한 분투와 희생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의 가치와 질서가 피청구인과 주변의 비선 실세라는 사람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권력을 남용하고 특권계급 행세를 하면서, 민주주의를 희롱하고 법과 정의를 무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던 피청구인에게 기대를 걸고 신뢰를 보냈던 국민들이 받은 상처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피청구인은 이렇게 배신당한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피청구인을 측근에서 보좌해온 많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이 구속되거나 기소되었는데, 그 사람들이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여기에 우리 국민은 피청구인에게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비서진과 공무원들의 맹목적 충성을 이용하였던 것에 대해 기꺼이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민이 만들어온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의 적(敵)들로부터 지켜주십시오.

실망한 국민들이 다시 털고 일어나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희망과 자신감을 회복하고, 함께 힘을 모아 통합의 길을 가도록 해주십시오.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하였음을 소리 높여 선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지난 30년간 헌법 질서와 인권을 수호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자유민주적 헌정 질서가 위기에 처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때 헌법재판소가 나섰습니다.

언제나 헌법재판소는 정의의 편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국민이 주권자이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자명한 진리가 분명한 목소리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 여덟 분 현자(賢者)에게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과 재판관님들의 경륜과 통찰력으로 지혜로운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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