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수사는 막을 내리지만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든 박 대통령의 운명의 시간이 임박했다. 1차적으로는 특검이 수사내용을 소상히 밝히게 될 것이다. 그 다음은 헌법재판소에서 최종적으로 탄핵내용을 인용 혹은 기각하며 그 근거들을 정리해줄 것이다.

그 결과가 무엇이든 언론과 특검이 밝혀낸 수많은 내용들을 정리하여 다음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이 선출돼야 하는지 또한 언론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는지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대가없는 너무 많은 희생은 국민불행의 연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 부실한 후보검증은 국가를 위태롭게 한다

박근혜는 국회의원과 당대표 등을 지내며 검증받을 기회가 많았지만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논리적이지 못하며 설득력 없는 화법은 ‘절제화법’으로 포장됐다. TV토론조차 피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피했고 법정 의무토론에만 참여했을 뿐이다. 이미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TV토론’에서 드러난 문제정도는 선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방적 맹목과 이미지 홍보가 난무한 미디어 선거는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할 수 없었다.

▲ 2012년 12월4일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오른쪽부터)가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에서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2년 12월4일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오른쪽부터)가 서울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중앙선관위 주최로 열린 첫 TV토론에서 손을 잡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대부터 영부인 역할을 했으며 또한 은둔의 시기를 거치며 어느날 국회의원이 되고 ‘선거의 여왕’으로 급변하면서 오직 충성파와 친박들만 행세하는 ‘권력중의 권력’이 되었다. 부실했던 검증은 대통령이 된 뒤 견제와 감시 대신 역시 과장과 홍보로 대체됐다.

2.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소홀히 하면 국민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공동정권이었음을 특검이 밝혔다. 최씨는 청와대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감사원장, 국세청장, 장차관 등 요직 인사에 개입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은 최씨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대통령만큼 깍듯하게 모셨다. 두 사람은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무려 895차례의 전화 통화를 나눴고 문자를 주고받은 것도 1197회에 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어디서 무얼하는지 비선실세와 어떻게 놀아나고 있는지 언론의 감시보도는 없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정상적으로 오는지 장차관들과 1년이 넘도록 대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도하지않았다. 어쩌다 대통령 기자회견이 열려도 질문하지 못했다. 언론이 대통령을 보도하는 것은 주로 해외순방시 ‘자원외교’ ‘한복외교’ ‘외국어 능통’ ‘햇볕이 쨍쨍’ 등 과장 홍보가 판을 쳤다. 권력에 대한 감시견 역할은 사라졌고 완벽한 애완견으로 전락했다.

3. 언론에 대한 부당한 탄압은 독재로 가는 위험한 길이다

박근혜 정부는 취임부터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무리하게 재갈을 물리는 방식을 택했다. 대통령, 대통령 실장, 장관 등 당사자 자격이 있건없건 기소조차 불가능한, 결과가 뻔한 사안 등도 게의치않았다. 철저하게 소송을 언론제압의 수단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2014년 세계일보가 최초로 ‘비선실세 국정농단’ ‘십상시’ 사건을 터뜨렸을 때 타 언론이 힘을 합하지 못했다. 박 정부는 신속하게 초강경 법적수단을 동원하고 세무조사라는 무시무시한 권력의 칼을 갈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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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JTBC가 태블릿 PC를 바탕으로 비슷한 ‘국정농단 사태’를 보도하자 이번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임기말로 접어든 권력에 힘이 빠졌고 그동안 너무 많은 비선실세의 횡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다른 언론사들이 이때처럼 힘을 합쳤더라면, 탄핵이라는 국정농단 사태를 좀 더 일찍 종식시키고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냈다면 과연 헌재로까지 넘어왔을까.

4.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은 사안마다, 해마다 검증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사에서 화려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국민행복시대’ ‘국민’은 내세우며 기대감을 높였다. 일부 직접 인용해본다.

“국민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민 행복의 필수 입니다 대한민국 어느곳에서도 여성이나 장애인 또는 그누구도 안전한 정부역활을 집중 할것입니다 권력과 돈 힘이 아닌 공정한 사회가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정의로운 방패가 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국민생명과 안전을 그렇게 강조해놓고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특히 유가족들과 만나겠다, 유가족 뜻을 존중하겠다던 약속조차 지키지않았지만 주요 방송사들과 주요 신문사들은 거꾸로 유가족을 공격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회적 약자에게 정의로운 방패가 되는 사회’를 정면으로 거부한 대통령의 언행을 일부 언론외는 문제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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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만드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대통령이 정례적인 ‘국민과의 대화’, 대통령 연두기자회견,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등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다. 대통령이 거부하더라도 언론은 앞장서서 주선해야 한다. 끝내 거부한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독재자의 길임을 선포해야 한다.

또한 이런 자리에서 반드시 질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방적 발표는 국민주권주의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처사임을 강조해야 한다. 대통령이 하지않는다는 이유로 언론마저 침묵하면 언론의 직무유기가 된다. 박대통령의 불행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친박측근들의 잘못이지만 검증, 견제, 감시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한 언론도 일부 책임을 공유해야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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