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쪽에 질문하고 끝낸 걸 뭐가 부족하다고 한 술 더 뜨나?. 법관이 아니라 국회 수석대변인이다. 이정미 재판장도 문제가 있다. 자신의 퇴임에 맞춰서 재판을 과속으로 진행하는 거야말로 국정 불안으로 국민을 몰고 가는 거다. 국회 소추위원장하고 한 편을 먹고 뛰는 것 같다. 헌재가 약한 여자 편을 안 들고 국회 편을 들었다. 역사에 없는 섞어찌개 탄핵소추다. 국회의원들이 야쿠자냐?”
이정미가 “언행을 조심하시라”고 경고했는데도 김평우는 막무가내였다. 그래도 이정미는 김평우에게 퇴장을 명하거나 감치 처분을 하지 않고 변론을 계속하게 했다.
여론조사 결과 80% 안팎의 국민이 박근혜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평우는 지난 2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 무대에 올라 “지금 국회의원부터 장관까지 나와서 무조건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된다고 한다”며 “지금이 조선 시대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는 우리가 노예냐?”라고 열변을 토했다. 대통령측 대리인단에 속해 있는 변호인이 재판정에서 주장해야 할 의견을 박근혜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군중 앞에서 서슴지 않고 토해버린 것이다.
김평우의 ‘기자 쓰레기’론은 새로운 ‘학설’이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건이 터진 뒤 공영방송과 극우보수 신문들이 ‘전원 구조’ 같은 오보를 내고도 사죄나 반성을 하지 않는가 하면 참사에 가장 책임을 져야 할 박근혜 정권이 발표하는 사실들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했을 때 참사 희생자들의 유족과 실종자들의 가족은 일부 매체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의 기자들을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라고 부르면서 취재 자체를 거부했다. 김평우가 말하는 ‘쓰레기 기자’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지난 16일 ‘반헌법행위자 열전 편찬위원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전’ 수록 대상자 40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는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대법원장 양승태 등 행정부와 사법부의 현직 수장들이 포함되었다. 검찰과 사법부의 전·현직 가운데 검찰이 69명, 사법부가 40명으로 법조인이 모두 109명이나 되니 수록 대상자 전체의 4분의 1을 훌쩍 넘는 수치이다.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구속 중), 전 민정수석 우병우, 전 문화부장관 조윤선(구속 중)도 들어 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등 전·현직 대통령 6명이 수록 대상자인 데 비해 전·현직 대법원장은 4명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들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할 대법원장들이 헌법을 위반한 사실들이 ‘열전’에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고인이 된 수록 대상자들의 유족이나 생존해 있는 대상자들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명예훼손 소송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명단 발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김평우의 이름은 405명의 명단 안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기자들이 이렇게 묻는다면 그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반헌법행위자 열전이 지금 명단대로 출판된다면 거기 수록된 법조인들을 ‘법레기(법조인+쓰레기’)라고 불러도 좋을까요?‘
탄핵심판 피청구인 박근혜는 “최후변론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26일 헌재에 통보했다. 이변이 없는 한, 헌재가 소장권한대행 이정미가 퇴임하는 3월 13일까지는 탄핵 인용 여부를 선고할 것이 확실해졌다. 그날부터 헌재를 포함한 사법부 전체가 ‘정의와 양심’을 올곧게 지키는 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 이 글은 <뉴스타파>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