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최종변론에 나오지 않겠다고 밝혀 언론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친박단체 중심의 막말과 폭력, 테러위협이 도를 넘고 있지만 보수언론은 촛불집회도 문제가 있다며 '물타기'에 나서며, 야권 대선주자들을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세가 됐다. 한국일보의 시뮬레이션 결과 민주당 유력후보 3명 중 누가 본선에 나가든 야권 단일화 없이도 압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 헌재 '불출석'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사건 최종변론에 출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최후입장을 담은 서면 의견만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청와대 경내 대면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전에 언론에 보도된 점을 비판하며 거부한 바 있다.

언론은 입을 모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어이가 없다"면서 "박 대통령에게 헌재 출석카드는 탄핵심판의 시간을 끌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히고도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한 대통령이 마지막 소명기회인 헌재에도 불출석한 것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27일 경향신문 보도.
▲ 27일 경향신문 보도.

왜 불출석했을까. 경향신문은 "헌재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헌법재판관과 국회 측의 송곳 질문에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면서 "박 대통령으로선 답변 과정에서 자칫 당황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서 탄핵심판과 특검, 검찰 수사에도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겨레 역시 "제대로 답변을 못할 것을 우려해서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경향신문은 "불리한 여건을 극도로 꺼리는 박 대통령의 성향도 반영됐다"고 추측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유리한 조건이 아니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을 하는 것을 주저해왔다. 각본을 정해둔 기자회견을 반복하는가 하면 연초에는 기자들이 준비 못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추진했고, 최근에는 우호적인 인터넷매체인 '정규재TV'에 출연해 일방적인 주장을 했다.

헌재 특검 위협하는 도 넘은 친박단체

태극기 집회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친박단체들이 박영수 특검의 집 앞으로 몰려가 "몽둥이 맛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헌법재판관들의 신변을 위협하기도 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아스팔트에 피 흘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내전' '시가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기자나 시민이 폭행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경찰은 헌법재판관 전원을 밀착경호한 데 이어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상대로 신변보호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친박단체의 도를 넘은 언행에 우려를 표하는 언론이 적지 않았다. 한겨레는 "헌재 재판관과 특별검사를 위협하고 유혈사태를 선동하기까지 한다"면서 "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들고 모여 나라의 기틀을 부수고 품격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테러도 불사하겠다는 선전, 선동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고 경향은 "정부는 더 큰 혼란이 벌어지지 않게 극우세력의 망동을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막말·폭력 '태극기'가 하는데 애먼 촛불까지 '도매급'취급

이처럼 문제적 언행은 주로 태극기집회에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기계적 중립'으로 다루며 양측의 갈등 상황만 부각했다. 이는 태극기 집회의 문제점을 '물타기'하는 결과를 가져오며,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될 경우 강력해질 불복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중앙일보 27일 보도.
▲ 중앙일보 27일 보도.

"'탄핵은 완전한 사기극' VS '종신형 열차에 태우자'"(동아일보) "탄핵 찬반으로 두쪽 난 사회 꼭 끝을 봐야 하나"(조선일보) "광장에 인화물질, 혈서, 집단폭행... 3.1절에도 충돌 우려"(중앙일보)가 대표적이다.

중앙일보는 "서울 한복판을 갈라놓는 광장의 집회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면서 평화집회로 진행된 애먼 촛불집회까지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동아일보는 촛불집회를 가르켜 "태극기 집회와 마찬가지로 상대진영을 비난하며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말도 57차례 이어졌다"면서 "(전문가들은) 양측 모두의 자제와 헌재 결정에 대한 수용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촛불에 대한 '뜬금' 비판은 야권 대선주자에게까지 옮겨갔다. 조선일보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살해협박 글을 올린 청년 사례를 언급하면서 "촛불집회에선 벌써부터 '기각되면 혁명'이란 말이 나왔다.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켜야 할 유력 대선주자들은 시위대에 끼어 선동 구호를 외치고 있다. 권력욕에 이성을 잃었다"면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선주자들을 비판했다.

▲ 중앙일보 27일 사설.
▲ 중앙일보 27일 사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로 이정미 재판관 살해 위협 발언을 소개하면서 "촛불집회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이 목격됐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승복하지 않겠다고 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현직 지자체장 입에서 법치주의를 통째로 무시하는 발언이 나오다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헌재 불복 기류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물론 주요 대선주자와 정치권, 심지어 탄핵심판 법률대리인까지 나선다"며 대동소이한 주장을 했다.

'민주당이 대세', 야권 단일화 안해도 압승

한국일보가 대선 가상대결을 실시한 결과 다자 대결구도에서조차 더불어민주다 후보가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한국당,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정당이 모두 후보를 낸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민주당에서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중 중 누가 본선에 오르더라도 2위와 최소한 더블스코어 차이로 이긴다는 것이다.

특히, 문 전 대표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 경우 46%득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위인 황 권한대행(17%)과 국민의당 안 전 대표(15%)를 크게 앞선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본선을 통과할 경우 43% 득표,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37% 득표할 것으로 보인다.

▲ 27일 한국일보 보도.
▲ 27일 한국일보 보도.

이전과 달리 '야권분열 필패'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춘석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장은 "박근혜정부 심판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선택은 조금이라도 당선 가능성이 큰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총선 때도 야권이 분열했으나 유권자들은 수도권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투표하는 등 될만한 후보를 더 밀어주는 경향을 보인 바 있다.

민주당 경선 흥행 속 '토론회 기피' 논란 불거져

대세가 민주당에 쏠리면서 완전국민경선제로 실시되는 민주당 경선도 흥행을 하고 있다. 선거인단 모집 11일 만에 99만1000여명을 넘었다. 이 추세라면 200만 명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본선같은 경선"이라며 주목했다.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후보들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대선주자 3인의 전략을 분석했다. 문 대표는 '리스크 관리하며 센터 지키기'를 통해 1등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대연정, 선의 발언 등으로 지지층 이탈이 생긴 안 지사는 '잦아진 촛불 언급으로 지지층 달래기'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진보적 경제정책으로 당심 잡기'를 통해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경선 과정에서 '토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 첫 합동 토론회를 9차례 열기로 했으나 이재명 성남시장측이 "10차례 이상 하기로 했으나 축소됐다"고 반발하자 인터넷 토론을 1차례 늘려 10차례의 합동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바꿨다. 이재명 시장측 제윤경 의원은 "우는 아이 달래듯 인터넷 TV토론을 하나 추가한 것이냐"며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특검연장, 물 건너갈 듯

28일 특검 수사기간 종료를 하루 앞둔 가운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전히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한다"는 입장이다. 26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총리공관 앞에서 농성을 하자 황 권한대행은 이 같이 밝혔다.

경향신문은 "총리실 주변에선 의외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특검연장요청을 거부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 등 야권은 농성 등을 통해 황 대행을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막바지 수사 중인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박 대통령, 최순실씨, 문고리 3인방을 위한 차명전화 50여대를 개통해 관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은 이 행정관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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