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라톤 출발점에 선 것에 불과합니다. 골인하는 순간까지 함께 달려갑시다”

25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과 박영수 특검팀 수사기한 연장을 요구하는 17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근혜퇴진마라톤시민모임 소속 김형길씨의 말이다. 김씨는 “저희는 마라톤을 할 때마다 시국현안문구를 가슴과 등에 달고 달린다. 오늘(25일)은 분신으로 항거한 정원스님 49재 마지막 날이라 광화문에 와 49재에 참여했다”며 “(박 대통령을) 탄핵되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기준으로 광화문 광장에 참석한 시민은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날 광장에선 박근혜 대통령을 서둘러 탄핵하라는 요구가 터져나왔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꼼수로 탄핵심판을 지연하려 했지만 촛불의 힘으로 막아내며 여기까지 왔다”며 “탄핵 결정은 단지 재판관 8명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 이름으로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연장 요구도 이어졌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얼마 전 권한대행 기념 시계를 제작한 사실을 언급하며 “황 권한대행은 권력에 취한 대통령 놀이를 그만두고, 당장 특검 연장을 승인하고 제대로 된 수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이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포커스뉴스
▲ 촛불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이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차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포커스뉴스

이날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지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박근혜 4년 대한민국 의료는 절망이었고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진주의료원 강제폐업, 2014년 의료민영화 종합계획 발표, 2015년 38명이 사망하고 10조원 경제손실이 난 메르스 대형참사에서 정부의 무능, 영리병원 1호 국제녹지병원 승인, 2016년 환자 상대로 돈벌이를 하라는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를 언급한 뒤 “정부의 의료민영화 직행 시도의 배후엔 삼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박근혜와 자유한국당이 통과시키려는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은 경제활성화 법이 아니라 의료민영화법이고 재벌특혜법”이라고 강조한 뒤 “한 달에 200만원이 넘는 간병비·요양병원비를 해결해주는 나라, 돈이 없어 산소호흡기를 자르고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하는 비극이 없는 나라,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나라, OECD 절반에 불과한 보건의료 인력을 두 배로 확보해 질 높고 안전한 서비스를 받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박근혜의 주요 탄핵사유이기도 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간도 있었다.

단원고 2학년7반 동수 아버지이자 4·16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인 정성욱씨는 “세월호 선체만이라도 조사를 해야한다는 가족들의 요구로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법안을 발의했는데 6개월간 50명이 조사하는 내용”이라고 전한 뒤 “최소한 1년에 100명의 인원이 충족돼야 제대로 조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욱씨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절단하겠다는 해양수산부의 말도 있다”며 “이는 세월호를 죽이겠다는 정부의 의도”라고 비판한 뒤 “국민 여러분이 촛불을 모아 (선체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세월호가 4~5월경 올라온다고 한다”며 “끝까지 저희와 함께 해달라”고 덧붙였다.

▲ 25일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아웃을 상징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촛불 주변을 붉은 한지로 감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MBC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 25일 촛불집회에서는 박근혜 아웃을 상징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촛불 주변을 붉은 한지로 감싸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MBC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국정교과서 강행 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경북에 위치한 문명고등학교는 한국사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유일한 곳이다. 이 학교 한국사교과서저지시민대핵위원회 집행위원인 이용기 교사는 이날 “경북에 한국사 국정화를 밀어붙여 연구학교를 시도한 학교가 17개였지만 사드배치반대로 성주와 김천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고 이와 함께 싸워서 16개 학교는 막아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은 “문명고는 회의규칙을 어겨가며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었고 문명고 이사장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추진이유에 대해 ‘부친이 5·16민족상을 받았고, 새마을운동에 앞장섰는데 이게 폄훼될 수 없다’고 했다”고 비판했다. 문명고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학교 곳곳에서 국정화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위원은 “문명고의 2월이 사라졌고 새 학기의 설렘, 새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사라졌다”며 “새 학기를 시작하는 이번 3월은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인데 설레는 3월을 만들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날 촛불집회는 예상보다 늦은 오후 8시경 마무리됐다. 행진은 청와대와 헌법재판소, SK와 롯데 본사 등 세 개 방면으로 진행됐다.

▲ 25일 서울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장슬기 기자
▲ 25일 서울광장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장슬기 기자

한편 차벽 건너편에서는 분신시도와 함께 탄핵반대 집회참가자가 시민을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오후 2시경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 이아무개(68) 씨는 “문재인 종북좌파 때문에 나왔다”며 휘발유 2통을 가져와 분신을 시도했다. 이씨는 연행되는 과정에서도 “나도 보수, 할복자살하려고 왔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오후 3시 20분쯤에는 양아무개(68)씨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응급차로 옮겨졌다. 양씨는 ‘이게 나라냐, 국정농단 척결하자’라고 적힌 전단지를 뿌리다 폭행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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