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손석희를 자꾸 종편 대 공영방송이라는 거시적인 구도에서만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가 JTBC사장이 되어 실제로 구현한 그의 방송 저널리즘 철학의 의미와 가치를 평가하는 것도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책 ‘손석희 현상’ 가운데)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새 책 ‘손석희 현상’(인물과 사상사)을 통해 ‘손석희저널리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손석희 현상’은 1984년 MBC에 입사해 2016년 JTBC보도담당 사장으로서 최순실-박근혜게이트 국면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하기까지 언론인 손석희의 삶의 궤적을 ‘강준만식 글쓰기’로 정리해낸 책이다. 

이 책에서 강준만 교수는 손석희를 가리켜 “한평생 언론인의 정도를 벗어나지 않았던 송건호 선생의 자세를 견지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을 우리에게 주었다”고 적으며 폴리널리스트가 보편적 현상이 되어버린 오늘날 언론계에서 손석희라는 언론인상이 갖는 의미에 주목했다.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 '손석희 현상'. 인물과 사상사. 15000원.
▲ '손석희 현상'. 인물과 사상사. 15000원.
그는 이 책에서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16대 총선에서 44명, 17대 총선에서 42명, 18대 총선에서 36명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정치지상주의, 언론 산업의 불안정성, 산학 협동 체제의 부재, 언론인이라는 직업의 전후후박 문화, 언론의 신뢰 저하로 인한 자긍심의 박약”을 폴리널리스트가 양산되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한 뒤 이 같은 언론계 모습을 바꿔내기 위해 “폴리널리스트의 길을 단호히 배격한 롤 모델 저널리스트를 부각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대표적 인물로 손석희를 꼽았다.

‘롤 모델 저널리스트’에 이어 강준만 교수가 강조하는 손석희의 또 다른 가치는 ‘어젠다 키핑’이다. 강 교수는 손석희를 가리켜 “정치권의 구애를 받는 스타였음에도 구애를 뿌리친 건 물론 끊임없이 방송 저널리즘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평가하며 “어젠다 키핑과 진영 논리의 극복을 위한 노력은 손석희표 저널리즘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독보적인 것이었다”고 적었다.

손석희는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 ‘세월호 참사’, ‘국정원 대선개입’, ‘전경련의 극우보수단체 지원’ 등 주요 사회의제를 지속적으로 중점보도하고 해설을 강조하는 맥락저널리즘으로 기존의 백화점식 객관저널리즘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야 불문 어떠한 정치세력과도 흥정하지 않는 특유의 공격적 화법으로 뉴스의 균형과 공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 지난 1월2일부터 1월25일까지 월~목요일 16일간 JTBC 메인뉴스 삼성 관련 보도 장면. ⓒ김준호 대학생 명예기자
▲ 지난 1월2일부터 1월25일까지 월~목요일 16일간 JTBC 메인뉴스 삼성 관련 보도 장면. ⓒ김준호 대학생 명예기자

▲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3~2016년 분기별 뉴스채널 선호도. JTBC는 손석희가 합류한 2013년 하반기부터 선호도가 증가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선호도가 크게 오른 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KBS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3~2016년 분기별 뉴스채널 선호도. JTBC는 손석희가 합류한 2013년 하반기부터 선호도가 증가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서 선호도가 크게 오른 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모든 방송사를 제치고 압도적인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강준만 교수는 “저널리즘 학자가 강단에서 저널리즘의 바람직한 방향과 내용에 대해 말하기는 쉽다. 그 누구도 실천을 요구하지 않는 학자로서 특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실천은 전혀 다른 세계다. 그런데 손석희는 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데에 적잖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적으며 “손석희의 저널리즘적 의미는 이론과 실천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괴리를 돌파해냈다는 점에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보수언론을 비판하는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강 교수는 “진보 진영은 그간 보수, 아니 수구 기득권 세력의 음모와 공작을 워낙 많이 겪은 탓에 건강한 회의주의를 넘어선 수준의 음모론에 경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뒤 “(진보진영은) 보수언론은 늘 진보 죽이기를 절대적 사명으로 삼고 있다는 식의 발상을 한다. 미련한 생각이다. 보수언론엔 이념과 노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업적 생존과 성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그의 문제의식은 그가 손석희가 JTBC에서 거둔 성공을 두고 “언론 상업주의와 재벌의 기득권 유지·강화 사이엔 작은 균열이 있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하면 그 균열을 이용할 것인지가 주된 관심사가 되어야지, 너무 결정론적인 시각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 대목과 맥이 닿아있다.

강준만 교수는 “진보는 늘 보수의 프레임이 어떻다는 식의 분석으로 보수언론을 과대평가하고 모든 문제를 보수 프레임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한 뒤 프레임 이론이 “진보의 악습 중 하나인 남 탓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 언론도 진보적 뉴스가 잘 팔리는 상황이면 진보적 뉴스를 생산하게 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진보 진영을 향해 “보수 프레임 탓은 그만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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