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번 선거를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야당후보에 대한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많다.

국민일보는 “‘그럴싸한테’…대선 판 왜곡시키는 ‘무차별 지라시’”라는 기사에서 “야권주자들을 겨냥한 불법 사설정보지가 마구잡이로 유포돼 대선 판을 흐리고 있다”며 “각 캠프에서는 법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현실적 수단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지라시는 주로 SNS에서 ‘받은글’이라는 제목으로 빠르게 확산된다”며 “간혹 일부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미확인 정보들을 그럴싸하게 짜깁기한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민일보는 23일 퍼졌던 ‘문재인 정부 내각·청와대’라는 글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공동선대위원장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이 총리를 맡고, 싱크탱크 ‘국민성장’의 조윤제 소장이 경제부총리가 될 것이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캠프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문 전 대표 캠프 대변인 김경수 의원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수사 의뢰 등 유포자 발본 색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25일 국민일보 기사
▲ 25일 국민일보 기사

이에 국민일보는 “지라시에는 시집강매, 배우자의 백화점 특혜 입점 등 참여 인사들의 과거 의혹이나 논란도 포함돼 문재인 캠프의 도덕성 깎아내리기를 시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대한 지라시 공격도 있었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 측으로부터 서울시장 공천을 약속 받고 ‘페이스 메이커(대선 레이스에서 보조 역할만 한다는 뜻)’로 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시장 측에서는 이 시장의 대선 완주 의지를 의심케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판단했다. 이 시장은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런 선동은 청산돼야 할 구태적 공작정치”라고 비판했다.

가짜뉴스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가 북한 노동신문의 보도를 인용하려 했지만 이는 가짜뉴스였다. 서 변호사는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정의의 대변자,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라고 하며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탄핵 반대진영의 입맛에 맞게 조작돼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노동신문을 서 변호사가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탄핵 반대 집회를 지지한다’, ‘헌재 2명이 탄핵 기각 심증을 굳혔다’ 등이 사실처럼 번져나가는 것도 가짜뉴스의 대표적 예다.

가짜정보는 최근 친박단체가 주도하는 탄핵반대 집회에서 ‘노컷일베’, ‘뉴스타운’, ‘프리덤뉴스’ 등의 제호가 붙은 신문형식의 전단 형태로도 확산된다. ‘노컷일베’ 1면엔 “박원순, 차라리 관광명소인 스케이트장이나 개장할 걸”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는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인데 이는 박 시장이 실제 하지 않은 말을 인용부호에 넣어 쓴 허위정보다. 경향신문은 특검, 헌재 뿐 아니라 연예계에서도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이름 없으면 의심

경향신문은 가짜뉴스의 요건을 분석했다. 조작성·의도성·형식성·스트레이트성 네가지였다. 가짜뉴스란 조작의도를 가지고 사실관계를 거짓으로 전달하는 기사라는 뜻이다. 경향신문은 “정식 언론사가 아니라 SNS를 통해 유포되는 기사 형태의 ‘거짓말’도 가짜뉴스로 불리고 있어 가짜뉴스의 정의를 둘러싼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향신문은 “가짜뉴스의 생산자는 대부분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일부 집회현장에서 배포돼 가짜뉴스 논란을 일으킨 기사에도 ‘바이라인(기자이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경로는 주로 카카오톡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미 대선에서 페이스북과 구글이 가짜뉴스의 유통경로로 지목됐다”며 “한국에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밴드 등 메신저 대호방이 주요 유통경로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가짜뉴스, 허위정보 확산을 막을 명확한 해결책도 없다. 이 시장 측 대변인 제윤경 의원은 “‘서울시장 밀약설’의 경우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대응할 이유가 없었다”며 “우리가 계획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에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 25일 경향신문 기사
▲ 25일 경향신문 기사

국민일보는 “수사를 의뢰해도 범인을 잡기 쉽지 않고, 이미 SNS를 통해 미확인 정보가 빠르게 퍼진 탓에 대응이 쉽지 않다”며 “법적 조치 외에 뾰족한 수를 찾기도 어렵고 범인을 잡더라도 후보 이미지는 이미 타격을 입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믿고 싶은 것만 확인하면 안돼

거짓을 유포하는 행위는 과거에도 많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경향신문에 “온라인이라는 플랫폼이 새로운 것일 뿐 가짜뉴스는 이미 과거부터 만연했다”며 “자기가 원하는 정보만을 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 본능이 상업적 정치적 목적과 부합할 때 가짜뉴스가 판을 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허위정보가 확산될 경우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24일 국민일보에 “지라시는 루머와 ‘가짜뉴스’ 사이 중간성격”이라며 “틀린 정보가 많지만 부분적으로는 맞는 것도 있어서 읽는 사람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말했다. 진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어 반복하면 사람들은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중앙일보는 ‘임문영의 호모디지쿠스’라는 칼럼코너에서 가짜뉴스 문제를 다뤘다. 임문영 인터넷 저널리스트는 “문제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더욱 심해진 확증편향 현상”이라며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NN 방송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지만 실제론 각종 기술에 의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접하게 돼 실제론 진실을 알기 어렵다. 그는 “여기에 개인 맞춤형 검색 알고리즘은 그 사람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골라서 보여준다”며 이른바 ‘필터 버블’이라고 설명한 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보수 성향의 사람에게는 보수 관련 글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백히 허위인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쉽게 전파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독자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임 저널리스트는 “우리는 더 집중하고, 더 많이 생각해야만 한다”며 “그래야 가짜에 낚이지 않고 진짜를 알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곤한 일이지만 컴퓨터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어쩌겠는가, 가짜뉴스는 모두 인간이 만드는데”라고 마무리했다.

해당 정보가 신뢰받는 언론사의 뉴스인지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나아가 온라인편집국 등으로 작성된 기사가 아닌 기자 이름이 명시된 기사를 볼 필요가 있다. 김춘식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경향신문에 “가짜뉴스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지탱하려면 뉴스에 대한 시민 교육, 질 좋은 뉴스를 생산·유통하려는 언론사의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25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탄핵심판, 판 깨려 해도 안 깨지는 이유”
국민일보 “‘김정남 VX로 암살’…독성, 사린가스 100배‘”
동아일보 “유엔 금지한 화학무기 VX로 김정남 암살”
서울신문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 VX사용’”
세계일보 “834만원vs144만원…빈부격차 다시 커졌다”
조선일보 “兄 암살에 최강 독극불 ‘VX’ 썼다”
중앙일보 “이정미 후임 지명 대법 ‘탄핵심판에 영향 줄 의도 없다’”
한겨레 “한국 토건자본주의의 ‘리얼 월드’”
한국일보 “비혼은 억울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