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완전국민경선’으로 선출하겠다면서도 그 선거인단 모집 대상에 공무원과 교사를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무늬만 완전국민경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당은 지난 15일 오전 10시부터 탄핵심판일 3일전 18시까지 ‘내손으로 정권교체’(http://www.minjoo2017.kr)라는 사이트를 통해 선거인단 모집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선거인단 대상과 관련해 아래와 같은 제한 사항을 기재했다.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선거권이 없습니다”

이를 두고 말로는 당원이 아닌 국민들로 선거인단을 모집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이른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놓고, 실상은 제한을 두는 것은 스스로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인단 모집 실시 사흘전에 이미 추미애 대표 스스로 “누구나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서울시당 신입당원 아카데미 축사’에서 “우리가 완전국민경선을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을 통해서 대통령 한번 만들어서 모든 모순과 부조리를 바꿔보자’는 원군이 백만이 되고, 이백만이 되고, 삼백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국민 누구나 참여해 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누구나 참여할 때 역선택도 막아낼 수 있고, 그렇게 넓혔을 때 온 국민이 함께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자고 관심을 가져 줄 것”이라며 “이것이 개방성”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개방성을 통해서 우리 후보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국민 관심과 열기가 높아져서 마침내 국민 모두가 ‘내손으로 내 나라를 만든다’, ‘내 손으로 우리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역사의 기회를 드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방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내 손으로 내나라와 민주주의를 만들었다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해놓고 정작 공무원과 교사(교육공무원·사립교원)에겐 선거인단 대상에서도 배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현행 공직선거법과 정당법에 따라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당내경선의 선거인에 참가할 수 없다고 제한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 홈페이지.
▲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 홈페이지.
공직선거법 제57조의2의 1항은 정당이 공직선거후보자를 추천하기 위해 경선(이하 ‘당내경선’이라 한다)을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법률 57조의2의 3항에 “‘정당법’ 제22조(발기인 및 당원의 자격)의 규정에 따라 당원이 될 수 없는 자는 당내경선의 선거인이 될 수 없다”고 제한한 것이 문제이다. 여기서 지목한 정당법 제22조 1항에는 당원이 될 수 없는 대상에 ‘국가공무원법’ 제2조 ‘지방공무원법’ 제2조에 규정된 공무원과 ‘고등교육법’ 제14조제1항·제2항에 따른 교원을 제외한 사립학교의 교원 등이다. 반면에 이 조항을 보면,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 국회부의장 수석비서관·비서관·비서·행정보조요원, 국회 상임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의 행정보조요원, 국회의원의 보좌관·비서관·비서, 국회 교섭단체대표의원의 행정비서관, 국회 교섭단체의 정책연구위원·행정보조요원과 「고등교육법」 제14조 제1항 총장·학장 제2항의 교수·부교수·조교수 등은 선거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쉽게 말해 직업 공무원과 교사만 불가할 뿐 선출직 공무원과 대학 교수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제한을 가하는 법률 자체가 갖는 형평성에 위배돼 있을 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스스로 ‘완전 국민참여경선’이라고 해놓고 정작 ‘특정’ 국민을 배제하는 반쪽짜리 국민경선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태성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내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정해지지만, 모든 개인이 원하는 후보가 있을텐데, 어느 당의 어떤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공무원과 교사에게만 박탈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이라며 “모두가 다 대선후보로 나올 수 있다면 몰라도 결국 당내에서 한 명만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헌법에서 규정한 정치적 중립은 보장돼야 하지만, 중앙선관위 등은 아예 제한하려고 한다”며 “직위를 이용해 편파적으로 특정 정당에 관여하는 것은 잘못이지만, 투표하는 행위 자체를 막아서는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말로만 국민경선을 부르짖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 실장은 “국민 경선을 하는 목적이 모두에게 참여의 기회를 열어놓겠다는 뜻이 아니냐”며 “당원이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국민경선일텐데, 공무원 교사는 안된다고 한다면 국민경선이란 말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경선이라는 것 자체가 당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문을 열어주는 것인데, 공무원과 교사에 대해 막는 것은 국민경선을 스스로 막는 것”이라며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도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공무원 교사 등이 정당활동을 할 수 없는 법률적 한계 탓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 의원 등이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전남 네트워크 출범 및 탄핵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송영길 의원 등이 15일 오후 전남 순천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더불어포럼 전남 네트워크 출범 및 탄핵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더민주당의 전략기획국의 한 간부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공무원은 정당활동을 할 수가 없고, 경선 참여도 정당활동으로 본다”며 “당원이 될 수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보니 일반 공무원은 참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간부는 말로는 국민경선이라면서 참가자에 제한을 두는 것은 스스로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에서 정할 수가 없다”며 “공무원도 정치활동을 하도록 법을 개정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서면을 통한 공식적 유권해석 의뢰나 중앙당 차원의 의뢰가 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공보과 주무관은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서면으로 들어온 것도 없고, 전화로도 중앙선관위에 중앙당 차원에서 들어온 것은 없다”며 “전화문의가 오는 경우는 많으나 중앙당 차원에서 이름을 밝히고 전화 유권해석 의뢰가 온 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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