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특검)의 1차 수사기간 만료일이 2월28일로 다가왔다. 

지난 16일 특검은 수사대상이 방대해 의혹규명을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공식적으로 수사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 특검의 이러한 조치는 특검이 법에 열거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1차 수사기간인 7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는 특검법 9조 3항에 따른 것이다. 

또한 특검법 9조 4항에서는 연장승인요청은 수사기간 만료일로부터 3일 전에 행하여져야 하고, 대통령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 승인여부를 특검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특검이 미진한 수사를 확대할지 아니면 진행된 수사를 정리해야할지 여부는 수사기간 연장 승인여부에 달려있어, 수사기간 연장여부는 중차대한 문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황교안 권한대행은 수사기간이 3일 남은 지금까지도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수사기간 만료 전에 통지하면 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수사기간 만료 직전까지 승인여부를 미룰 심산이다.

수사 기간 연장 판단은 특검이 하는 것

그렇다면 수사기간 연장에 대한 승인 여부가 대통령이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인가에 대해 따져보아야 한다. 

수사기간의 연장 주체가 대통령이 아니라 특검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법조문상으로는 물론이고 내용상으로도 수사를 총괄하는 특검이 수사 완료나 공소제기 여부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검법에서는 특검이 수사기간 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승인을 받도록 조건을 붙여두었는데 이는 불필요하게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둔 조항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수사가 완료되지 아니하거나 수사가 미흡해 공소제기 결정을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사기간에 대한 연장신청을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재량을 행사할 때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또는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5두48846 판결). 연장할 사유가 명백함에도 연장승인을 거부한다면 이는 연장승인 권한의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행위가 된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포커스뉴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포커스뉴스
황교안, '연장승인 권한 일탈·남용' 위법행위 하는 것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은 14가지이다. 특검이 14가지 수사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사건도 수사대상이다. 현재 특검은 법에서 정한 수사대상 중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완료했을 뿐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 삼성, 현재, SK, 롯데, CJ 등 재벌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뇌물 의혹 사건은 삼성에 대해서만 일부 수사를 마친 정도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방조 내지 비호 등 직무유기 의혹 △특별감찰관실 해체·롯데에 대한 압수수색 등 수사정보 유출 의혹 △세월호 참사 관련 광주지검 특별수사팀의 해경본청 압수수색 방해 등 직권남용 의혹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드러난 김기춘 등 청와대의 수많은 정치공작 의혹 △청와대가 지시한 관제데모와 자금 마련 의혹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의 행적에 대한 의혹 △비선진료 의혹 등 수사해야 할 사항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더욱이 삼성의 뇌물수수자인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병우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소명 부족으로 기각되었다. 당장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해야 할 상황이다. 그럼에도 황교안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승인권한을 일탈·남용하는 위법행위임이 자명하다.

황교안, 조윤선 사표 수리도 위법 사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이후 자신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법위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의 징계 회피용 사직을 막기 위해 임용권자는 공무원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정직 이상의 중징계 사유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징계의결을 요구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1월21일 조윤선 문체부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사퇴의사를 표명하자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또 지난 2월3일 특검에서 국정농단의 범죄현장인 청와대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하자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의 불승인을 두둔하며 영장집행을 사실상 거부했다. 권한대행이 직권을 남용해 범죄수사를 위한 특검의 영장집행을 방해한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영장주의를 무력화시킨 도발이 아닐 수 없다.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민적 요구인 특검의 연장신청에 대한 승인을 거부한다면 삼세번의 법위반행위를 자행하는 셈이 된다. 심지어 대통령 탄핵지연으로 온 국민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기념시계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대통령 놀음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법을 준수할 자가 법위반을 반복하고 남의 불행을 자신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이제 국회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연장 승인 거부 즉시 지체하지 말고 그를 탄핵하라. 그는 헌정질서 회복의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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