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명의로 시계가 나와 황 대행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했던 고건 전 총리는 권한대행 기념시계를 따로 만들지 않았는데 황 대행은 국무총리용 기념시계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명의로 시계를 새로 제작해 문제가 됐다. 황 대행은 대선 출마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아 ‘대통령 놀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받아 왔다.

황 대행의 기념시계는 네이버 카페인 ‘중고나라’에 ‘황교안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라는 이름으로 매물로 나와 있다. 해당 매물은 여성용 시계로 가격은 20만원이다.

황 대행 측은 기존에 제작한 국무총리 명의의 선물용 기념시계가 바닥나 새로 제작했을 뿐이고 공식직함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서 그렇게 제작했던 것이고, 다른 공문서나 화환 등에도 동일한 직함을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포커스뉴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경기도 안산 청년창업사관학교 6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포커스뉴스

하지만 비판 지점은 대통령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혼란을 막고 현 시국을 관리해야 할 권한대행이 불필요한 세금을 들여 자신의 권력을 과시한다는 부분이다. 특검 연장 등 정작 해야할 일은 외면한 채 민심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현 정부의 시계 논란을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초 정부출범 1년을 맞아 청와대 시계를 경품으로 내걸고 국정홍보에 활용해 비판을 받았다. 정부 정책 관련 OX퀴즈를 풀면 청와대 시계를 주는 방식이었다. 청와대는 초반에는 시계 제작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대통령을 만났다는 과시용으로 활용될 수 있고, 청와대를 사칭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3년 추석 연휴에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바른정당) 의원들에게 남녀 손목시계 세트를 선물했고, 2014년 1월에는 벽시계와 남녀손목시계를 새누리당 의원, 원외당협위원장 등에게 배포했다. 야당은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고, 중앙선관위도 문의가 오기도 전에 선거구민이 아닌 자 또는 선거구민과 연고가 없는 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친족의 관혼상제의식 기타 경조사에 축의, 부의금품으로 제공하는 행위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김현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시계는 3억8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7000~8000여 개가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개당 약 5만원 꼴이다. 경품 행사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로를 통해 청와대 시계가 배포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는 셈이다. 황 대행 시계는 몇 개가 만들어졌는지 얼마의 세금이 투입됐는지 알 수 없다.

야당은 ‘황교안 시계’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념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명의로 만들어진 시계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명의로 만들어진 시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이곳저곳에서 냄새를 피우고 침묵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를 배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지금 이 판국에 박근혜 대통령의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하시는 분이, 이 혼란 속에서 본인의 정치적 가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이날 오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예우가 있다면 이런 시계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시계제작은) 권한대행을 기념하는 건데, 이것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2월24일 오전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이름이 새겨진 이른바 '대행 시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월24일 오전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이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이름이 새겨진 이른바 '대행 시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황 대행에게 맡겨진 그 자리는 권한대행 기념시계 따위나 제작해 배포하라고 주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거니와 박 대통령에게 부역하라고 주어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런 걸 보면 대통령 탄핵 때 가장 미소를 흘렸을 사람은 대통령 놀이에 푹 빠진 황교안일 듯”이라며 “조금 있으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을 고쳐서 권한대행은 절반은 전직 대통령 예우해줘야 한다고 주장 할 듯”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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