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이 아닙니다” “김장겸은 아닙니다” “김장겸은 사퇴하라”

24일 아침 김장겸 신임 MBC 사장의 첫 출근길 풍경은 MBC 구성원들의 ‘사장 아님’ 통보로 시작됐다. 이날 9시가 다 돼서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후문으로 출근한 김장겸 사장은 이 같은 직원들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마중 나온 MBC 간부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과 김엽 예능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신동호 아나운서국장, 박용찬 시사제작국장, 김학영 콘텐츠제작국장, 김도인 편성국장, 김석창 경인지사장 등 MBC 간부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와 줄줄이 김 신임 사장을 맞이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선 미리 김 신임 사장의 첫 출근 피케팅 시위를 예고했기 때문에 사측은 경찰력을 요청해 출입구부터 사원증 검사를 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차단했다. 조합원들 간의 충돌을 막기 위해 MBC 안전관리팀 직원 수십 명도 양쪽으로 도열해 김 신임 사장의 출근길을 지켰다.

24일 아침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후문으로 출근한 김장겸 신임 사장이 마중 나온 MBC 간부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24일 아침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후문으로 출근한 김장겸 신임 사장이 마중 나온 MBC 간부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은 24일 아침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의 첫 출근에 “김장겸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은 24일 아침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의 첫 출근에 “김장겸씨를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사진=강성원 기자
앞서 23일 MBC 신임 사장으로 김장겸 보도본부장이 선임되자 MBC 구성원들은 김 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투쟁을 선포했다. 이날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선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24일 성명을 내고 김장겸 신임 사장에 대해 “그는 공영방송사 사장의 자격이 없다. 기자의 펜을 빼앗았고, 아나운서의 마이크를 빼앗았으며,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21조와 MBC 방송강령을 모두 위반한 인물”이라며 “MBC 구성원들은 김장겸씨를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김씨의 사장 선임은 박근혜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주부터 김씨의 ‘청와대 내정설’이 파다하게 퍼졌다”면서 “공안검사 출신 극우파 인사인 고영주가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이런 청와대의 지침을 일사불란하게 이행했다”고 비판했다.

23일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신임 사장 선임 절차는 야당 추천 이사들이 모두 불참 또는 퇴장한 가운데 청와대 추천 이사 6명만으로 강행됐다. 김장겸 사장 후보자는 1차 투표에서 이미 과반인 5표를 득표해 개표가 중지되고 사장 내정자로 확정됐다.(관련기사 : ‘공정보도 말살’ 김장겸 보도본부장, MBC 신임 사장 내정)


▲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3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시민들과 함께 ‘MBC 분노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재투표를 해야 하지만 6명의 이사가 김장겸 후보에게 ‘몰아주기’한 결과다. 사실상 ‘청와대 내정설’이 확인된 셈이고 권재홍 부사장과 문철호 부산MBC 사장은 사장 후보로 ‘들러리’선 꼴이다.

노조는 “김씨의 사장 선임은 박근혜 체제의 3년 연장과 다름없다. 탄핵에 직면한 박 대통령과 그 잔당이 마지막까지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인용하더라도, 대통령 선거에 대한 영향력을 끝까지 유지하고 MBC를 친박 극우파의 선전 매체로 장악해 끝까지 민주주의에 맞서겠다는 의도”고 규탄했다.

노조는 MBC의 간부들을 향해서도 “김장겸 체제에 줄 서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노조는 “복종하고 굴복하지 않고 공영방송 MBC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 국민과 시청자들께 돌려주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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