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곳곳에서 사회 갈등 조짐까지 표출되고 있다. 극우 세력의 테러위협 정보가 감지되고 탄핵 심판정에서는 ‘내란’이라는 단어까지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들을 향한 위협도 감지되며 재판관 전원에 경찰의 근접 경호까지 붙었다.

불복넘은 테러설까지, 혼돈 유발 의도

유기준·김진태·곽상도·정종섭·최교일 등 친박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소추 절차와 탄핵심판 절차 모두 문제가 있다”며 “헌재는 일방적인 재판 진행을 멈춰야 한다”며 헌재 심판 결과 불복을 시사하고 나섰다. 또한 이들은 “13개 탄핵사유를 일괄 의결한 것은 위헌”이라며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의 논리를 되풀이하고 나섰다.

이러한 탄핵 소추 절차에 대한 강한 반발과 불복 움직임은 헌재 재판정 안에서도 펼쳐졌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는 16차 변론에서 “탄핵심판을 국민이 결정하도록 맡기면 촛불집회·태극기집회가 정면충돌해 서울 아스팔트길, 우리나라 길들은 전부 피와 눈물로 다 덮여버린다” “시가전이 생기고 우리나라는 불행히도 내전 상태에 들어간다”는 등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이러한 ‘막말’사태에 “탄핵심판 원천 무효를 주장하면서 보수층을 자극하는 말”이라고 평가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에 따르면 일부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 등 탄핵 반대 세력은 ‘혁명’과 ‘내전’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탄핵 심판에 대한 반대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태극기 집회를 주최하는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는데,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는 훨씬 더 강력한 정도로 대한민국을 뒤흔들 혁명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정한영(성호 스님)씨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용되면 대구 같은 곳에서는 5·18때보다 10배는 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며 “나부터 나가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대통령 변호인단이 말한 ‘내전’은 심리적 상태에 관한 한 큰 과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시위대는 자신들 뜻과 다른 결정이 나오면 승복하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조선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이러한 움직임에 헌법재판소 측은 또한 헌법재판관 8인에 대한 24시간 개별 경호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탄핵 심판 변론 종결과 선고를 앞두고 재판관들을 상대로 한 위협 등 불상사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한편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표를 겨냥한 테러 첩보도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자체 경호인력을 배치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캠프에 첩보를 접수하고 해당 내용의 가능성 여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해본 결과, 구체적 일정과 테러 주체가 특정돼있어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판결 결정이 다가오면서 일부 과격 보수 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있다. 지난달 8일 경북 구미 방문 당시 박 대통령 지지 단체 회원들이 문 전 대표의 차를 둘러싸고 욕설을 퍼부은 전례도 있다.

경향신문은 또한 박 대통령 측이 ‘탄핵 선고 전 자진사퇴’를 위한 알리바이를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공개적으로 심판 불복 의사를 밝히면서도 헌재 권위는 훼손하는 방식으로 사회 혼란과 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후 박 대통령이 선고 직전 ‘억울하지만 국정 혼란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취지로 사퇴한다는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 하야하면, 헌재 판결은 어떻게 되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심판 전 사퇴설이 거론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 하야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전망을 짚는 조간 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당장 박 대통령이 하야하면 헌재의 탄핵 심판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견과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갈린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법 53조2항에 따르면 피청구인이 결정선고 전에 ‘파면’되면 헌재는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 서울신문 3면 기사 갈무리.
▲ 서울신문 3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이에 “박 대통령이 하야해도 탄핵심판 선고는 예정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미 이 사건 심리가 상당부분 진행돼 선고만 남겨두고 있는데다 대통령이 자진해서 물러나는 ‘하야’와 헌재의 심판에 따른 ‘파면’은 법률 효과가 판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 원로 법조인의 의견을 통해 “탄핵목적의 탄핵소추 의결이 된 이상 하야하더라도 탄핵 인용에 따른 법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다만 탄핵 대상이 없어졌으므로 헌재가 ‘기각’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심판 청구 대상인 대통령이 지위를 상실하면 파면이나 기각 결정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원칙적으로 기각결정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박 대통령의 하야가 가능한지도 쟁점이다. 국회법 134조2항에는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재에 송달된 후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서를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이 규정의 해석을 두고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으니 하야가 가능하다는 의견과 파면을 피하려는 꼼수를 막으려는 입법 목적을 고려하면 하야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이에 “위헌적 행위를 한 대통령의 책임 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국회법 조항을 적극 해석해 탄핵 여부를 끝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사퇴하더라도 사법처리는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곧 탄핵결정이 내려질 판에 (자진사퇴) 얘기를 꺼낸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는 짖어도 탄핵열차는 달린다. 그분(박 대통령)이 가실 곳은 사저가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다”며 사퇴 후의 사법절차를 강조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도 “3월13일 이전 헌재 심판을 넘기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 한겨레 8면 기사 갈무리.
박 대통령 측은 자진사퇴설에 “현실성도 없고 실익도 없는 카드”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자진사퇴하더라도 헌재가 탄핵심판을 중단하고 각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정치권이 사법적 면책에 동의해줄 리가 없기 때문에 자진사퇴 가능성을 낮게보는 관측도 적지 않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인터뷰에서 “사법처리를 막을 생각으로 (자진사퇴를) 제안하는 거라면 그거는 정말 택도 없는 소리”라고 짚었다.

한편 중앙일보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곧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자를 지명한다고 보도했다. 탄핵심판 최종변론인은 27일인데 새 재판관 지명은 이르면 28일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이후 대통령이 임명하면 취임한다. 청문회 절차가 아무리 빠르게 진행되도 이 과정에 약 한 달이 소요되기 때문에 한동안 7인 체제 운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검연장법 직권상정 무산, 공은 황교안에게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23일 무산됐다. 특검 수사기간 연장의 공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다만 특검 수사 종료 5일을 남긴 상황에서도 황 권한대행은 연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3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 원내대표와 특검 연장법 처리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3당 원내대표들이 특검 연장법 처리를 주장했지만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은 “원내대표 간 합의가 안되면 직권상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 특검 연장법은 상정되지 못했다.

정세균 의장은 다만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여부의 재량권을 과도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을 촉구했다. 정 의장은 “대행에게 주어진 권한은 완전한 자유의지에 따른 의사결정이 아니라 특검법의 목적과 취지에 기속된 제한적 재량권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명령에 따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황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승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황 권한대행은 특검 연장요청에 “면밀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 종료 4일 남긴 특검 향후 방향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논의가 정치권에서 무산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기간 종료는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겨레에 따르면 특검팀은 수사기간이 끝내 연장되지 않는다면 마지막날인 28일까지 꽉 채워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하고 최종 수사 결과 발표는 다음달 초에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현재 특검팀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보강수사와 박 대통령 비선진료 관련 수사,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추가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23일 특검팀은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전날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시호씨,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수사기간 연장이 끝내 거부될 경우 박 대통령을 시한부 기소중지할 방침이다. 기소중지는 소재 불명 등으로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때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내리는 처분이다. 박 대통령이 헌재 결정으로 파면되거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해 전직 대통령 신분이 될 때까지 시한부로 기소중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특검 수사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나갈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특검 수사 직전에 국정농단 수사를 책임졌던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특검수사 종료와 함께 검사와 수사관들을 대거 충원받을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현재 검사 6명으로 공소유지만 맡고 있지만 수사팀 규모를 확대해 향후 특검이 넘기게 될 대부분의 사건을 맡을 방침이다. 특검에 파견됐던 검사 서너 명도 수사 연속성 차원에서 충원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또한 한국일보는 검찰 수사가 특검이 손대지 못한 수사 내용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기간과 범위의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다.

다만 검찰 수사가 정치일정과 맞물리며 강도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전직 대통령 수사 자체가 대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된다는 점에서다. 서울신문은 1995년 ‘골목 성명’을 낸 뒤 고향 경남 합천으로 내려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때처럼 신병 확보에 나설 수 있지만, 박 대통령 지지자들의 거센 저항 때문에 물리적으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 한국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한국일보 3면 기사 갈무리.
한국일보는 이에 대해 “3월 초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대통령 수사를 마냥 늦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전하며 결국 검찰의 수사팀 확대 개편 움직임도 ‘피의자’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검, 최순실 은닉 재산 100억원대 찾았다"

경향신문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가 차명 등의 방식으로 은닉한 재산 규모가 최소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그동안 최씨 재산추적 전담팀을 구성해 최씨의 부친인 최태민 일가 등 국내외 인맥과 국세청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료도 받았다. 이를 분석한 결과 최씨가 숨겨놓은 재산을 100억원 대 이상으로 파악했다. 

기존에 알려진 최순실씨의 재산은 서울 신사동 빌딩과 강원도 땅 20㎡ 등 300원대였고, 최초 최씨의 은닉 재산은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바 있다. 경향신문은 특검이 확인한 최씨의 은닉 재산 규모가 작은 것은 관련 규정 미비로 추적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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