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사장 후보로 ‘청와대 낙점설’이 돌았던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이 공영방송 MBC 차기 사장 내정자로 확정됐다.

23일 오후 MBC 차기 사장 선정을 위해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서 최종 사장 후보에 오른 3명(권재홍 부사장·김장겸 보도본부장·문철호 부산MBC 사장)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김장겸 본부장이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신임 사장 내정자가 됐다.

이날 방문진(이사장 고영주) 이사회의 MBC 차기 사장 선정 절차는 9명의 방문진 이사 중 야당 추천의 최강욱 이사의 불참, 이완기·유기철 이사의 퇴장 등 파행 속에 청와대 추천 이사 6명 단독으로 강행됐다.

이완기 이사는 MBC 사장 선출은 인사 관련 사항이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를 원칙으로 경영상 기밀 사항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비공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다수의 청와대 추천 이사들이 ‘KBS도 비공개했다’고 반대해 비공개 상태에서 사장 후보자 프레젠테이션과 면접이 이뤄졌다.

이에 유기철 이사가 “회의는 비공개로 하더라도 그럼 앞으로 KBS처럼 속기록은 공개하자”고도 건의했으나 고영주 이사장은 이 역시 “표결로 결정하자”고 하면서 결국 부결됐다.

▲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2012년 12월4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입구에서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이 대선TV토론 참석을 위해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주식회사 MBC 사장 내정자는 상법에 따라 이날 저녁 안광한 현 MBC 사장을 의장으로, MBC 대주주인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과 2대 주주인 정수장학회 김삼천 이사장 3인의 임시 주주총회 의결 후 MBC 신임 사장으로 확정된다.

김장겸 신임 사장 내정자는 MBC 내부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친박 성향 간부로 꼽힌다. MBC 구성원들에게는 2011년 정치부장을 맡은 이후 MBC 뉴스 파탄의 주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내정자는 권재홍 부사장과 함께 지난 2012년 170일 MBC 파업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발표한 ‘공정말살 7인’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공정말살 7인’으로 꼽힌 이들은 권재홍 부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황헌 논설위원(전 보도국장), 김상철 감사(전 논설위원), 최기화 보도국장 박용찬 시사제작국장, 문호철 정치부장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위원장 김연국)는 22일 노보를 통해 “김장겸 본부장은 2013년 5월 보도국장에 임명된 뒤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을 철저히 누락하며 구속기소 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기본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조차 다루지 않았다”며 “특히 세월호 참사 보도 당시 편집회의에서 사고 실종자 가족들을 향해 ‘완전 깡패네. 유족 맞아요?’라는 말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김장겸 보도국장 체제에서 현직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 결과 MBC 뉴스는 ‘영향력 0.7%, 신뢰도 0.5%’의 참담한 오명을 뒤집어썼다”면서 “2015년 2월 보도본부장 선임 뒤에는 메인뉴스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키고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축소·은폐·지연·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김장겸(56) 사장 내정자는 1987년 MBC에 입사해 보도국 정치부장, 런던 특파원을 거쳐 2010년 김재철 전 사장 취임 후 이후 2년4개월 동안 정치부장을 맡았다. 김재철의 후임 김종국 전 사장 때는 보도국장으로, 안광한 사장 때 보도본부장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 23일 오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MBC 사장 선임 규탄 집회를 열였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김연국 MBC본부장(가운데). 사진=강성원 기자
23일 오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MBC 사장 선임 규탄 집회를 열였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오른쪽)과 김연국 MBC본부장(가운데). 사진=강성원 기자
▲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반대 편 콘래드 서울 호텔 앞에선 극우·친박 단체들이 주축이 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반대편 콘래드 서울 호텔 앞에선 극우·친박 단체들이 주축이 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사진=강성원 기자.
한편 이날 오후 1시부터는 방문진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는 전국언론노조와 MBC본부 조합원,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MBC 사장 선임 규탄 집회를 열었다. 율촌빌딩 반대편 콘래드 서울 호텔 앞에선 극우·친박 단체들이 주축이 된 태극기 집회도 열렸다.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은 언론노조를 비난하는 험한 발언들을 쏟아내는가 하면 한때 노조 측의 현수막을 훼손하다가 물리적 충돌을 빚은 후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는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언론노조 조합원과 ‘공정방송’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4일 김장겸 신임 사장 출근 첫날 아침 본사 로비에서 ‘신임 사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항의의 피케팅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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