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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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 못 가는데. ‘@김건우’님이 정리해주실 거야.” 

업계 이슈가 있거나 행사가 열리면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뜨곤 한다. MCN업계에서 이 사람을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34)는 국내 유일의 MCN전문지 대표이자 ‘1인 미디어 비즈니스’를 하는 전천후 사업가다. 

교육 및 컨설팅, 언론, 공간대여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미디어자몽의 ‘자몽’은 ‘스스로 자(自), 꿈꿀 몽(夢)’이라는 의미다. 김건우 대표는 “우리 스스로 미디어가 된다는 의미이자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컨설팅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미디어자몽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MCN 정보 찾기 힘들어” MCN전문지 창간

미디어자몽은 MCN기업이면서 동시에 MCN전문지도 갖고 있다. “기존에는 1인 미디어나 MCN분야 기사를 보려면 IT매체나 일간지에서 일일이 찾아 읽어야 했다. 한 곳에 정보를 모아놓는 언론이 국내에는 없었고, 기존 언론 기사들은 세세한 면까지 짚기 힘들었다.” 김 대표가 2015년 10월 MCN 전문지 미디어자몽을 창간한 이유다. 

전면에 내세우는 뉴스는 ‘트렌드’ ‘이슈’ ‘리포트’로 업계 현안을 다루고 있다. MCN 관련 행사가 열리거나 주목할만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김건우 대표는 기자로서 취재를 한다. 단순히 패널 발언 몇 개를 엮어서 정리하는 ‘기사를 위한 기사’에 그치지 않는다. 독자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세부적으로 정리하고, 내용이 많으면 시리즈로 내기도 한다. 이런 기사가 정평이 나 있다 보니 행사가 있을 때마다 “기사 언제 올라오냐”는 문의가 올 정도다. 

김 대표는 “아직은 기자가 저를 포함해 2명이지만 많은 매체의 MCN분야 기자들을 채용해 언론사로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IT전문지 아웃스탠딩처럼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미디어자몽은 칼럼니스트도 양성하고 있다. 음악, IT, 영화 등 각자의 분야에 맞게 미디어자몽에 글을 쓰면 된다. 미디어자몽이 스튜디오를 제공해 글을 팟캐스트나 동영상으로 가공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김 대표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시스템을 예로 들면서 “글이라는 게 쌓이고 나면 콘텐츠의 좋은 원천소스가 된다. 우리가 인프라를 갖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미디어자몽의 칼럼니스트는 200명이 넘는다.

PC방처럼 ‘팟캐스트 녹음방’ 만들면?

“PC방, 노래방 다 있는데 왜 인터넷 방송 녹음하는 방은 없을까.” 미디어자몽은 ‘스튜디오 대여’ 사업으로 MCN 업계에 첫 발을 뗐다. 당시 주변사람들은 “돈이 안 될 것”이라며 만류했다. 김 대표는 “그때 ‘나는 꼼수다’ 열풍이 불었다. 제2의 나꼼수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런데 녹음실은 팟빵 스튜디오가 전부였다. 공간을 만들면 분명 이용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2014년 1월 미디어자몽이 마련한 첫 번째 스튜디오인 ‘몽팟 스튜디오’는 성공적이었다. 7개월 만에 공간대여료로만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공사비까지 회수했다. 김 대표는 “스튜디오 사업이라는 게 개인이 하기에는 생각보다 어렵다. 장비에 대해 알고, 공간 기획력도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다고 기업이 뛰어들기에는 작은 시장이다. 이 영역을 파고든 게 효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 미디어자몽 스튜디오.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 미디어자몽 스튜디오.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미디어자몽은 지난해 스튜디오를 이전하고 확장해 ‘자몽 미디어센터’를 설립했다. ‘팟캐스트’ 중심 시장에서 ‘동영상’으로 축이 옮겨가자 케이블 방송사 부럽지 않은 영상 제작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를 만든 것이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팟캐스트가 뜰 줄 알았는데, 영상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거 같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도도 성공적이다. 그가 보여준 인터넷 캘린더에는 매일 3~5건씩 스튜디오 예약이 꽉 차 있었다. 이 같은 운영 경험 덕에 올해 3월부터 2년 동안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 ‘1인 미디어 체험관 공간운영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미디어자몽이 한 카테고리로 설명하기 힘든 다양한 사업을 하는 것 같지 만 김 대표는 “모두 공간을 중심에 놓고 비즈니스가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다보니 콘텐츠가 쌓였고, 이 콘텐츠를 묶을 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팟캐스트 플랫폼 ‘몽팟’을 만들었다. 플랫폼을 만들고 보니 광고수주가 필요해 광고 사업도 하게 되는 식이다.”

기업에서는 “대신 콘텐츠를 만들어줄 수 있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미디어
자몽은 이 틈새를 이용해 기업이 가진 콘텐츠를 방송으로 바꾸는 것을 주력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청림출판’의 임신출산육아서를 팟캐스트, 영상 버전으로 만든 ‘맘맘맘’, 방위사업청이 의뢰해 만든 ‘무비앤무기’ 등이 대표적이다.

▲ 청림출판의 임신출산육아서를 영상버전으로 만든 맘맘맘.
▲ 청림출판의 임신출산육아서를 영상버전으로 만든 맘맘맘.

김 대표는 “기업이 바이럴 영상에 수천만 원을 쏟는데 그 돈을 절감해 방송을 만들 수 있다”면서 “삼성이 웹드라마를 만들고, YG나 미스틱 같은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PD를 영입하고 있다. 다들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수한 스튜디오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1인 미디어’로 성공하는 법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는 공간을 기반으로 ‘교육 사업’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공간을 대여하다보니 콘텐츠에 관심 있지만 만들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우리가 직접 콘텐츠제작방법을 알려주는 사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교육학을 석사 전공하고 교생 실습 경험을 갖고 있어 교육에 자신이 있기도 했다.

현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영상제작 교육은 지금도 많은데 미디어자몽의 교육은 무엇이 다를까. 김 대표는 “편집은 어떻게 하고, 장비는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는 등 기술적인 교육은 이미 많다”고 전한 뒤 “그런데 자신의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잠재적인 가치를 끄집어내는 강좌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강의에서 미디어 트렌드, 포맷 개발 방법, 수익 창출 등이 주력인 이유다. 

김 대표는 “단순히 콘텐츠 제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업 기회나 경제적 이윤추구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 대표는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전파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교육을 한 적 있다. 이때 한 수강생은 취미로 ‘책’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 했는데, 비즈니스에 대한 교육까지 받자 책을 큐레이션하고 배송해주는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입상해 현재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 미디어자몽이 3월부터 운영하는 1인 미디어 체험관.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 미디어자몽이 3월부터 운영하는 1인 미디어 체험관. 사진=미디어자몽 제공.
최근 미디어자몽은 다이아TV나 트레저헌터처럼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그런데 계약을 맺은 이들이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가 계약을 맺은 건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초코슈슈, 베르단디를 비롯한 푸드계의 파워블로거 10명이다. 

김 대표는 “교육, 컨설팅을 통해 이들을 크리에이터로 전환하는 게 목적”이라며 “서로 윈윈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파워블로거들은 영향력이 있고 포스팅을 잘 올리지만 영상을 제작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미디어자몽은 유명 크리에이터들을 계약하는 규모가 큰 기업과 경쟁하는 것보다는 신인을 발굴하고 컨설팅하는 데 주력할 수 있다.

‘1인 미디어’가 화제가 되면서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김 대표는 그들에게 “핵심은 지속가능성”과 “분명한 목표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대도서관 등 일부 크리에이터가 돈을 많이 벌고, 이게 트렌드라고 하니까 맹목적으로 좇아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하면 의미가 없고 버티기도 힘들다.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알아야 하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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