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22일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 대리인들께서 준비시간이 부족하다고 말씀을 해 재판부에서도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했다”며 “2월27일 월요일 오후 2시로 지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지속적으로 공정성에 문제를 삼으며 3월 2일이나 3일로 최종변론기일을 다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전략이 일정부분 통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법정 진술’을 위해 헌재를 찾는 첫 국가원수가 된다. 헌재는 22일 전까지 대통령 출석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은 26일까지 출석여부를 밝혀야 한다.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이날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의 소송결과 등에 대한 경과보고를 받고, 오늘 변론 동영상을 보고 출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리인단이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하고 국회와 재판관들을 향해 비판했던 내용을 대통령이 본 뒤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소동에 대해 돌발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이중환 변호사는 “변호사는 각자 대리행위를 할 수 있다”며 기피신청과 정세균 국회의장 등 20여명에 대한 증인 추가 신청, 재판부에 대한 비판 등에 대해 모두 “대리인단은 각자 대리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이날 무더기 증인신청에 대해 모두 거절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김평우 변호사의 돌발행동에 대해 “같은 법조인으로서 평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절차상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절차는 문제가 있을수 있어 이의제기는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합류한 변호사들이 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의제기를 했다”는 뜻이다.

이중환 변호사는 “헌재 도서관에 가서 블랙먼데이라는 책을 참고하라”며 “미국연방대법원이 얼마나 황당한 판결을 내렸는지 모아놓은 책자”라고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이중환 변호사는 “도주한 흑인노예는 종전 소유자에게 돌려주는 것 합헌, 일요일 영업금지도 합헌, 2차대전 발발 후 일본인 이민자를 강제이주한 것도 합헌”이라며 “재판관이 누군지 오래도록 기록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날 상황을 종합하면 대통령 측은 헌재 공정성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정이 나올 경우 이에 불복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해석된다. 27일 최종변론 날도 이런 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각역과 종로2가 일대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각역과 종로2가 일대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대통령 대리인단도 신문을 실시할 수 있으므로 국회 측과 신문사항을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8인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이 대행이 퇴임하는 3월13일 오전에 선고를 하고 오후에 퇴임을 하는 방식도 있고, 이 대행이 퇴임하기 전 자신의 의사를 밝히면 3월13일 이후에 선고가 나더라도 결정문에 이 대행 이름을 올릴 수 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21일 대리인들과 회의를 갖고 헌재에 제출할 최종 준비서면 작성을 마무리했다고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에 대비해 1시간 분량의 신문사항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소추위원단 이춘석 의원은 기자들과 대화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의 시나리오의 클라이맥스는 탄핵심판 선고 하루 이틀 전에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을 피하기 위해 하야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16차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대통령 대리인단의 변론 내용은 헌재의 재판절차를 송두리 채 부인하는 안하무인격 태도”라며 “이것이 우연인가, 거대한 시나리오의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민의 탄핵소추 결정에 대해 방해받지 말고, 왜곡하려는 꼼수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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