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남겨진 주범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향후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단 수사 기간이 연장된다면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준비에 다시 착수할 수 있다 .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2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남은 수사 기간 동안 기존 피의 사실에 대한 보강 수사를 할 예정이고 추후 수사 기간 연장 여부에 따라 연장 재청구 등 적절한 조치 취할 예정”이라면서 “(연장 불발 시) 기본적으로 특검이 불구속 상태서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10시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10시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치열기자.

수사 기간이 연장된다면 구속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가, 연장이 되지 않는다면 기소를 위한 보강 수사가 진행될 것이란 입장이다.

방점은 불구속 기소 방향에 찍힌다. 수사 기간 연장 가능성은 낮은 데다 검찰에 공소 제기 결정까지 넘기기엔 여론의 우려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 기간 연장 결정권은 사실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만이 가지고 있다. 황 대행은 청와대 총리실 등을 통해 이미 거부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골자로 한 특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 여론은 검찰의 수사 의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영수 특검팀이 태동한 배경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김수남 검찰총장 등 현 정부 인사의 영향력에서 검찰 조직이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실에 있다.

특검이 기소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우 전 수석 수사 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넘기게 될 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및 우 전 수석의 ‘라인(비선 조직망)’을 통해 수사 정보가 빠져나갈 우려도 크다.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시도를 하지 못한다면 기소까지 끝내야만 위험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법원이 현 시점의 범죄 입증 수준이 ‘부족하다’ 판단한 것을 고려해 구속영장보다 한층 더 보완된 공소장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혐의 입증이 제대로 보충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특검이 우 전 수석 수사 건 자체를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는 특검팀은 기각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변인은 “법원 판단은 존중하지만 특검으로서는 영장 발부를 기대했다”며 “우병우가 담당한 업무 관해 직권남용 등 법리적 판단이 특검과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을 포함한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도 우 전 수석 수사 난항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이 대변인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가능했다면 우병우의 혐의 입증이 훨씬 쉬웠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알다시피 압수수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기존 피의사실을 찾아 보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조사 및 영장 청구가 가장 늦어진 것과 관련, 특검팀 내 파견 검사들이 수사를 주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4년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 방해 의혹이 수사 대상에서 배제된 것과 법무부·검찰 공무원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이 대변인은 “의혹이 제기됐어도 특검은 입증 난이도와 수사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사정들이 주된 요인이었다”면서 “(수사가)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다. 처음 진술하겠다는 참고인들이 안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진행 안되는 사정도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 및 검찰 측 관계자가 소환된 적 있냐는 물음에 이 대변인은 “법무부나 현직 검사에 소환 통보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이 급히 수사 계획 재정비에 나선 이유는 이날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시10분 경 “범죄 사실 소명 정도와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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