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잡포스팅’(Job Posting, 자율형 직무선택제)을 시행하면서 구성원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총국 결원을 막내 기자들로 채우는 상황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잡포스팅은 회사에서 직원 충원이 발생하거나 신규 사업을 할 때 외부가 아닌 사내에서 인재를 모집하는 제도다.

직원이 특정 부서에 응모하면 최적 인력을 부서장이 직접 채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으나 언론사에서 잡포스팅을 실시하는 경우는 드문 데다 KBS처럼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KBS 낮은 연차 기자들이 지역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순환근무제는 폐지됐다. 이 때문에 발생한 지역국 결원을 43기 막내 기자들 가운데 일부가 채우게 된 것이다. 43기 기자들은 “원칙없는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KBS기자협회(협회장 이영섭)에 따르면, 43기 기자들은 20일 오후 보도기획부를 통해 14명 가운데 절반이 지역에 내려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고 사측은 22일 강제로 7명을 지정했다.

▲ KBS 여의도 사옥.
▲ KBS 여의도 사옥.
KBS기자협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잡포스팅 혼란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너희가 가줘야겠다’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은 부당인사”라며 “기협은 이 같은 ‘구멍가게식 인사 종용’이 KBS 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BS기자협회는 ‘잡포스팅’ 시행 중단을 요구하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서 ‘독단적이고 결함투성이인 인사’가 재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38기 취재기자들도 성명을 내어 “어느 순간부터 보도본부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이른바 ‘막무가내식 인사’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생겨났다”며 “이런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하더라도 잡포스팅의 문제점을 보도본부 내 가장 약자인 막내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행태는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막내 기자들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지역에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들에게 어디에 가서 어떤 근무를 할지 결정권을 보장하고, 결정할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며 “또 언제까지 근무해야하는지, 동기들간 형평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개적이고 분명한 약속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KBS는 22일 “지역국에 필요한 기자 인력이 자율형 직무선택제로 충원되지 않았다”며 “자율형 직무선택제 운영기준에 따르면 입사 만 5년 미만자들은 자율형 직무선택제 적용제외 대상이며 발령 여부는 회사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KBS는 “최근 인사발령 후 일부 지역국에 인력부족으로 인한 배치 필요성이 생겨났으며 이에 따라 43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국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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