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종합편성채널은 개국 이래 유례없는 정부비판 보도를 쏟아냈다. 이는 대통령 박근혜 지지율이 4%(한국갤럽)로 곤두박질치며 절정을 이뤘다. 그렇게 4개월이 흘렀다. 승자는 어디일까. 

미디어오늘은 뉴스에 대한 관심이 주요 시간대의 시청률 상승 및 채널경쟁력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메인뉴스와 시사토크, 예능·교양 프로그램 등이 고루 편성된 오후 5시~12시까지 주요 시간대 시청률(닐슨코리아, 수도권유료방송가구 기준)을 분석했다.

종편 4사 주간 시청률 (2).jpg
국정농단사태 후 4개월 간 유의미한 시청률 상승세를 기록한 곳은 JTBC뿐이었다. JTBC는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10월 넷째주 시청률 2.86%를 시작으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12월9일) 무렵인 12월 둘째 주 3.79%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잠시 주춤했던 시청률은 올해 초 정유라씨가 JTBC기자 신고로 덴마크 경찰에게 체포당한 1월 첫째 주 3.85%까지 올라갔다.

JTBC는 ‘뉴스룸’과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시청률이 올랐고 ‘썰전’, ‘말하는 대로’ 같은 시사예능프로그램 시청률도 함께 올랐다. JTBC는 지난해 12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시청자 선호도에서 KBS(18%)를 제치고 45%라는 압도적 수치를 기록하며 뉴스의 시대에 가장 높은 영향력을 갖게 됐으며 ‘썰전’은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2월 조사에서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황성연 닐슨코리아 클라이언트서비스부장은 “JTBC는 ‘뉴스룸’이 워낙 인기 있고 무엇보다 지상파 메인뉴스를 앞서가고 있는 점이 채널시청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해당 시간대 JTBC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뉴스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 '뉴스룸'을 이끌고 있는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 ⓒJTBC
지난해 10월25일 ‘최순실 의상실’ 영상을 비롯해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 등 유의미한 단독보도를 내놓았던 TV조선은 JTBC와 달리 시청률 답보 상태다. TV조선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최초 보도하고 JTBC·한겨레와 함께 한국기자협회 제48회 한국기자상 대상을 수상하며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이진동 TV조선 기획취재부장이 박근혜 변호인단으로부터 이번 국정농단사건을 기획한 ‘빅 브라더’로 거론되며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도 드러났다.

그러나 TV조선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 2.14%를 기록한 뒤 2월 둘째 주 현재 1.53%로 채널A(1.54%)와 시청률 꼴찌를 다투고 있다. 한국갤럽의 12월 시청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TV조선은 3%, 채널A는 2%였다. 왜 오르지 않을까. 여기에 TV조선의 딜레마가 있다.

TV조선은 주 시청 층인 극우보수성향의 50대 이상 중장년층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태극기집회에선 TV조선이 불공정보도를 한다는 비판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태극기집회 측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보도하기에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많고 무엇보다 여권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한 배’를 타기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TV조선이 몇몇 단독보도로 새로운 시청 층을 끌어오는데도 실패한 지점에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8일 논평에서 “TV조선은 국정농단사태 이후에도 △한일 위안부 합의, 국정 교과서 등 ‘박근혜 정부 정책’ 적극 옹호 △정부 비판 여론 및 야권에 대한 ‘종북 좌파 색깔론’ 공세 △박근혜 대통령 행보 무비판적 받아쓰기 및 동정적 보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옹호 보도 △저급한 가십보도와 같은 ‘반저널리즘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지만 ‘최순실 의상실 영상’, ‘김영한 업무일지’ 등 큼지막한 폭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진면목을 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 1월19일자 TV조선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 1월19일자 TV조선 메인뉴스 화면 갈무리.
이와 관련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TV조선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국정교과서와 사드정책 같은 박근혜 정책은 되돌리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TV조선은 최순실과 관련된 내용만 보도할 뿐 박근혜정부의 본질은 비판하지 않고 있다. 쉽게 말해 바른 정당 같은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 지지율은 6%로 자유한국당(11%)보다 낮다.

채널A는 이렇다 할 특종 없이 국정농단 국면에서 가장 뒤쳐진 방송사였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메인뉴스에서 단독을 ‘남발’했으나 시청률이 4사 중 가장 처참했다. TV조선과 채널A로선 ‘집토끼’를 버릴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집토끼’만 좇아서는 생존할 수 없는 총체적 위기다. 이는 극우보수 편향 방송사가 극우보수 세력의 몰락과 함께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예고된 ‘비극’이다.

한편 MBN은 10월 넷째주 2.72%로 시작해 2월 둘째 주 현재 2.74%를 기록, 시청률 면에서 큰 위기는 없었다. 12월 한국갤럽 조사에서 시청사선호도가 TV조선과 마찬가지로 3%에 불과했으나 ‘아궁이’, ‘동치미’, ‘황금알’, ‘나는 자연인이다’와 같은 교양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안정적으로 높게 나오는 가운데 메인뉴스 ‘뉴스8’이 4% 안팎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가능했다. ‘뉴스8’은 타사에 비해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리포트가 많거나 단독보도가 많은 것도 아니었으나 시청률이 비교적 높게 나와 ‘김주하 앵커 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