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에 합류한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 김평우 변호사(72·사시 8회)가 탄핵 소추를 가결한 국회 측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향해 공정성 등을 이유로 비난했다.

지난 20일 변론 막판에 김 변호사는 “제가 오늘 변론을 준비했다”면서 갑자기 당뇨를 앓고 있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대행이 변론 내용을 묻자 그는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좀 먹어야 되겠다”며 점심식사 후 변론을 계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권한대행은 다음 기일에 하라고 권했지만, 김 변호사는 “오늘 하겠다”며 “왜 재판을 함부로 진행하느냐”라고 고성을 지르며 소동을 벌인 바 있다. 이 대행이 22일 충분한 변론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이날 2시간 가까이 막말을 쏟아낸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와 헌재를 향해 “여자 하나에요 여자하나”라며 “이 똑똑한 변호사들이 잘못할까봐, (내가)힘을 보태주는 겁니다. 제가 볼 때 법관은 약자를 생각하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한다. 강자 편드는 것이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호통을 쳤다. 여기서 ‘여자’란 박 대통령을 가리킨다.

김 변호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섞어찌개 탄핵사유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3개 범죄가 섞여 하나의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구체적 직무집행이 뭔지 밝히고 그게 헌법·법률 어디에 위반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소추의 적법절차는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는 탄핵소추 의결만 있으면 피탄핵자의 권한이 정지되는, 전세계 유례없는 독특한 제도”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 사유의 내용과 그에 적용되는 조항, 헌법위배·법률위배 조항이 모두 복합적으로 돼 있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사유를 보면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3가지로 돼 있는데 얼핏보면 1개의 범죄 사실에 대해 3개의 범죄가 섞여 있는 것처럼 꾸며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런데 작년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는 졸속으로 처리돼 국민의 중대한 헌법적 권리가 적법절차 없이 침해돼 헌법 위반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탄핵은 원래 사유 하나 하나가 독립된 탄핵사유가 된다. 내용과 적용법률이 다른 13개 사유를 가지고 탄핵소추를 하려면 13개 하나 하나를 투표하고 국회 정원의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은 사유만을 기재해 헌재에 청구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에서 하나 하나 뜯어보면 과연 3분의2 이상 의원이 13개 모두 찬성했나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적 경합관계가 아니”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그 단적인 예가 세월호 참사 관련 탄핵소추 사유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의원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탄핵사유에 넣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며 “만일 개별 사유로 투표하면 적어도 이 세월호 사건은 탄핵 사유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세월호 사태에 관해 “세월호 구조 책임이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에게 있지만,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 아니”라며 “국회의원은 술 먹고 다녀도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머리 깎으면 안 되느냐”고 했다.

지난해 12월 탄핵안 표결 전 야당 의원들이 사직서를 낸 것을 두고도 “국회의원이 무슨 야쿠자냐”고도 비난했다. 또한 탄핵소추안에 ‘비선조직을 이용한 국정농단’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비선조직은 깡패조직, 첩보조직에서 쓰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라며 “대통령 그것도 여자대통령에게 뭐했냐고 한다. 이건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헌재가 탄핵소추안에 대해 거절하지 않으면 헌재의 존재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어 “이것은 개인 싸움이 아니고 1위 권력기관인 국회와 대통령의 싸움”이라며 “헌재가 없으면 시가전이 생기고 분열, 내전상태에 들어가게 되는데 영국 역사를 보면 크롬웰 전쟁에서 국회파와 왕파가 싸워 100만명 이상의 국민이 죽었고 일부가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을 세운 것”이라고 말한 뒤 “국회파와 대통령파가 직접 충돌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가 다른 변호사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국회가 단원제라는 것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단원제 국회가 헤까닥해서 하루만에 짝짝짝하면 통제할 수 없다”며 “대통령은 5년 단임인데 국회의원 임기는 4년이지만 평균 임기는 7년이고, (소추위원단 측) 권성동 위원장은 3선했으니 한 10년 되시겠네. 국회의원이 대통령보다 두배가량 임기가 길기 때문에 대통령은 권한이 약해지고 국회의원은 권력이 세진다”고 말한 뒤 “내가 전 세계 국회의원을 다 조사했다”고도 말했다. 강자인 국회가 약자인 대통령을 탄압한다는 식의 발언이다.

김 변호사는 강일원 주심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 대변인”이라고도 했다. 김 변호사는 “강 재판관이 굉장히 증인신문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데, 분석을 해봤더니 대통령 측 증인에 대해 주로 묻고 국회 측 증인에는 별로 질문을 안 한다”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명변호사들인 국회 측 대리인이 발견하지 못한 걸 강 재판관이 꼬집는다. 조금 과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변호사는 "청구인의 수석대리인이 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 대행은 “말씀이 지나친 것 같은데 언행을 조심해달라”며 “수석대변인이란 말씀을 하실 순 없다”고 제재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박 대통령 뇌물죄 문제와 관련해 “기업에 받은 돈 770억 원은 박 대통령이 한 번도 만져본 적 없고 재단에서 가지고만 있었다”며 “하지만 국회가 이를 뇌물죄로 소추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소추안을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는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은 인터넷에 공개돼있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적법절차상 위헌 위법하다며 이를 밝히기 위해서라며 허영·최덕원·조병기 헌법학자, 김무성·나경원·황영철·유승민 의원을 새 증인으로 신청했다. 탄핵소추안 의결과정의 적법성을 따지기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진석·우상호·박지원 의원 등도 증인으로 추가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 구성에 대한 법적 위헌성을 증언하기 위해 강해룡 변호사와 탄핵심판이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증인도 섭외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특검 과정에서 인권을 유린했다며 특검 조사를 받고 있는 김영재 원장,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한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발언(신속한 심리 주문)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하며 박 전 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달라고 주장했다.

소설가 김동리의 아들인 김 변호사는 1972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판사 출신으로 1980년대 변호사 개업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다. 그는 지난 13일 ‘탄핵을 탄핵하다’란 책을 내놓고 박 대통령 탄핵을 공개 반대했다. 최근 다른 법조 원로 8명을 주도해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 삼는 광고를 조선일보에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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