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선의’ 발언에 대해 자신의 도자시로서의 경험에 근거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안 지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대선후보로서의 국정 운영에 대한 소신을 펼쳐놓았다. 안 지사는 식물국회와 정쟁을 없애 연정과 다수당의 총리 추천을 통한 협치를 상시적으로 정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총리의 국회 인준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연정형태가 가장 적절한 운영이라는 설명이다.

‘선의’ 논란 발언에는 “소신 사과한건 아냐”

안 지사가 꺼내든 대연정이라는 발언은 이러한 국정 운영 구상에서 비롯됐다. 안 지사는 다수 당의 밀어붙이기와 날치기 의회정치에 의한 파행을 막으려면 가장 안정적인 다수파를 중심으로 연정 수준의 협치의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개혁과제에 동의한다면 다수파를 구성하는 건 누구에게나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최근 논란이 됐던 ‘선의’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드린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자신의 소신을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안 지사가 충남도정을 이끌었던 경험에 근거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안 지사는 “소신을 사과한 것은 아니”라며 “극단적인 예를 들어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해서 위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도지사 7년과 참여정부 5년 내내 원색적인 비난 앞에 섰다. 저에게는 불법 대선자금 때문에 감옥에 갔다왔다며 끊임없이 비난했다. 그래도 대화해야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번도 민주당 후보가 뽑히지 않았던 충청남도의 지난 7년 간의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모든 원망도 듣고 책임도 져야 했다. 문제제기와 비난(을 제기하는 분들) 앞에서 대화하려다보니 ‘저 분이 골탕먹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문제의식이 있으니까 저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졌고, 그제서야 그 분들의 말이 들렸다”고 설명했다.

협치와 연정이라는 자세를 내보이는 것이 중도·보수 표를 노린 수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저 정치인 안희정의 계산법은, 하늘로부터 받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역사와 시대와 소통한 결과로서 마음에 비친 소리와 진실이 명령하는 바 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라며 현학적인 표현으로 답했다.

“친노는 노 대통령 민주주의 시대정신 동의한 시민 흐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는 인물로도 일각에서는 평가된다. 실제로도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안보와 국정 운영 방향 등에서 ‘노무현의 향기’가 느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친노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집중됐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친노’에 대해 안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걸었던 민주주의 시대 정신에 동의했던 시민들의 흐름”이라고 규정했다. 안 지사는 “자발적으로 깨어있는 시민 참여 운동이 친노운동이다. 단순히 노무현과 문재인, 안희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론될 흐름이 아니”라며 “민주공화국 시대에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기치를 내건다면 친노 흐름은 그 정치인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비주류 선배들께도 말씀드렸다. 친문 패권 너무 겁먹지 마시라. 시대정신을 받들면 언제든 그 힘은 당신의 것이 된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민주당 내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패하면 탈당 후 독자 후보로 출마하지 않겠냐는 가능성도 나온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 지사는 “탈당은 제 사전에 있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를 넘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에는 “‘재인산성’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모든건 국민이 결정한다. 이 시대와 흐름에 제철음식 될 수 있다면 국민들에게 선택될 것”이라고 답했다.

‘노무현의 적자’라고 불리는 안희정 지사는 정작 참여정부 시절에는 공직과 거리를 뒀다. 대선불법자금 문제 이후 스스로 내린 선택이다. 다만 자주 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식사를 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비선실세’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가끔 일요일에 특별한 공식일정이 없으면 점심 때 저를 불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시간들이 대통령으로서 고민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고 큰 훈련 과정이었다”면서도 “비선실세가 준동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선불법자금 건, “이미 벌은 벌대로 받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노무현 캠프 당시 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 상당의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특히 안 지사는 당시 받은 자금 중 일부는 개인적 용도로도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불법선거자금 중 일부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것으로도 밝혀졌다.

과거 불법대선자금 수수 건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실질적 선거 책임자로서 벌 받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차원 포함해서 벌받았다”며 “벌은 벌대로 받았고 (참여정부 당시) 공직에 한번도 안나갔고, 그 전과 때문에 공천에서도 미끄러졌다”고 답했다. 이후 안 지사는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뽑혔고, 충남도에서도 도지사로 두 차례 연임 중이다.

안 지사는 당시 받은 자금 중 2억원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저의 잘못”이라며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의 잔금 지불 일정 때문에 강금원 회장으로부터 융통해서 썼다”면서도 “강 회장도 (대선 불법 자금과) 연동됐으니 면할 길이 없다. 당시로서는 해당 돈을 돌려쓴 것에 대해서는 분명 잘못”이라고 답했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이재용 부회장이 대통령 뇌물혐의로 구속되기 전, 처음 특검 구속 영장 청구는 기각됐다. 이에 대해 다른 민주당 후보에 비해 유화적인 입장을 냈다. 본인이 삼성으로부터 수수했기 때문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안 지사는 “제가 삼성한테 특별히 개인적인 관계로 뭘 받은게 아니지 않냐”며 “개인적 금전 거래로 신세진 것처럼 보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여전히 대선 국면에서 특정 캠프와 기업 관계자 간 금품이 오갈 수 있다는 의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떤 조치가 필요하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저에게도 (기업들로부터) 유혹이 많이 들어온다. 도와주겠다고 많이들 접근한다. 그렇지만 제가 다 차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희정 지사는 “저는 그렇게 불법 자금이 왔다갔다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며 “2003년 자금 수사로 비자금 창구는 모두 털었다. 더 이상 대기업 누구도 엄두내지 못한다. 현재 시대가 거기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청년운동이 ‘안희정’ 지금도 규정하지 않아”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이념관도 도마에 올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80년대 ‘러시아혁명사’를 읽고 반미청년단 활동을 하는 등 청년 시절 민족주의 사회운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안 지사는 “청년기때 북한 출판물들을 읽었다”며 “각종 전집시리즈를 비롯해 모택동주의와 맑시즘, 카스트로, 트로츠키 세계혁명 등에 대해 공부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청년기 때 민족주의자였다. 외세에 의해 조국이 분단됐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 그때 민족의 통일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했다. 전두환 독재정권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없겠는지 (여러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다”면서도 “그러나 그 혁명의 시간은 사회주의 이념 시대와 함께 끝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30년 전 청년운동이 아직 현실 정치인인 안희정을 규정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냐”며 “지나친 이념공격”이라고 반박했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통령 후보로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냐는 질문에는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은 세계적으로 고립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라며 “구체적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대화를 통해 좀 더 파악해야 한다”며 대화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협력도 이어가겠다는 자주국방을 추진할 뜻도 밝혔다. 

한편 안 지사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구체와 추상을 오가는 특유의 화법을 구사했다. 이 때문에 일부 패널 중에서는 안 지사의 화법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안 지사의 답변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내놓았던 동북아 균형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는 “저의 태도는 3·1운동 기미선언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과도 맥을 닿고 있다”며 “이땅의 평화 지키기 위한 노선을 우리 조상들로부터 배운다”며 ‘조상의 지혜’를 본받자는 말을 던졌다.

협치와 대연정 등 정치와 국가통치의 기본적인 관점에 대해서는 많은 말을 꺼냈지만 정작 경제 등 실질적인 정책 구상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안 지사는 경제 공약을 꺼냈지만 ‘공정·혁신·개방’ 등의 키워드 제시 정도에 그쳤다는 평가다.

안 지사는 “현재 헌법 체계가 대통령제를 채택한 이유는 대통령이 국정의 확고한 중심을 잡아주길 바라는 것”이라며 “그 방법으로 지휘자로서 원칙과 소신을 말씀드리는게 중요하다. 나머지 문제는 나머지 전문가들과 민주주의 방식 통해 여러 안을 만들고 실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이외에도 지방자치의 영역을 대폭 늘려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개헌 논의에 포함시켜 관습헌법 차원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입법 추진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과 복지지출에 대한 국가 책무를 얘기하면서 추진해야 한다. 무조건 밀어버리면 노동자들은 물러설 곳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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