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헌법재판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미르재단 모금액이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 배경에 대해 증언했다.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이어 두 번째 헌재 증인 출석이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안 전 수석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은 내가 대통령 지시를 받아 일방적 증액 지시를 내렸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당시 이승철이 ‘모으다 보니 호응도가 있다’는 말과 함께 증액을 먼저 제안해 대통령에게 보고 드리고 공감했다”며 “아무래도 체육보다는 문화가 호응도가 높으니 두 재단을 300억원씩 하는 것보다는 미르재단 500억원, K스포츠재단 200억원을 하는 게 더 나은지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지시’라는 연락을 받고 기업에 무리한 증액 요구 전화를 급히 돌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안 전 수석은 K스포츠재단이 검찰 수사를 앞둔 롯데에게 75억원을 반환한 것 관련 “(출연금 외의) 70억원을 따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돌려주라 한 것”이라며 “(우병우) 민정수석과는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안 전 수석은 자신의 행위가 대통령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통령 측이 “증인은 미르재단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안 전 수석은 “대통령께서 미르재단보다 K스포츠재단 쪽에 지시를 많이 하셔서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정현식 사무총장이 전화하지 않고 제가 먼저 전화하는 경우도 대통령께서 확인을 해보라고 할 때”라고 말했다.

강일원 주심재판관은 “이승철 부회장은 국회에 가서 ‘전경련이 주도한 것’이라고 한게 위증한 것이 됐다고 했다”며 “위증한 이유가 증인이 청와대 개입사실을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서 위증했다고 했다”고 물었다.

이에 안 전 수석은 “그런 사실 없다”며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상황인데, 언론에서 집중보도됐을 때 이 부회장이 ‘어떻게 언론에 대응할 것인지’ 먼저 말했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은 “증인 수첩에 보면 ‘BH개입(X) 전경련 주도(O)’라고 대통령이 지시한 것처럼 써있다”고 묻자 안 전 수석은 “그 메모는 저(정책조정수석)왕 민정수석, 홍보수석이 대통령에게 가서 건의를 드리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이 말씀을 할 때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하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강 재판관은 “증인 방기선 국장이 나와서 ‘안 전 수석이 재단 설립을 비밀리에 지시하라’고 증언했다”며 “왜 비밀리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비밀리에 하라고 얘기한 기억은 없다”며 “대통령께서 7개 대기업회장과 독대했다는 사실 자체는 당시 비밀로 해야하는 상황이었다”며 “재단 설립 자체는 비밀로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강 재판관은 “말씀 들어보면 좋은 취지로 운영되는데 왜 청와대가 주도했다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고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일을 풀었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은 “문화계 괜찮은 사람을 추천했다고 판단했는데 최순실이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보도돼 사후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자금을 출연했는데 재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청와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워질 수도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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