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무리하게 방송통신위원회 차기 상임위원 선임을 강행하고 있다. 당 내부에서조차 이해하기 힘든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까지 야당추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공모를 진행했다. 위원장 포함 5인으로 구성된 방통위원은 청와대에서 2명, 여당 1명, 야당 교섭단체에서 2명 임명한다. 임기가 4월과 6월에 끝나는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고삼석 상임위원을 제외한 3명의 위원이 3월 임기만료가 예정된 상황에서 민주당은 야당추천 김재홍 상임위원 후임 몫 선임절차를 시작했다.

그러나 야당이 선임절차에 돌입하면 정부에도 선임 빌미를 줘 황교안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인정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노조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를 벗어난 적극적 인사를 단행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라며 “민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강행할 경우 자연스럽게 4월초 공석이 되는 방통위원장의 후임 인선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행정적인 측면에서 기간만료에 따른 후임인선 요청이 방통위로부터 왔고, 국회 추천 몫에 대해 국회가 선임하는 건 당연하다”면서 “황교안 권한대행의 인사권을 인정하는 것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가 오해를 하고 있는데 후임 인선이 안 돼 방통위가 멈추게 되면 업무가 중단돼 더 큰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방통위원 선임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통위원의 임기가 연장 될 수 없다고 해도 지금은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종합편성채널 심사 등 중요한 사안이 임기만료 이전인 3월에 있고, 5~6월에는 중대한 이슈가 없다. 공백을 우려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들 위원 선임 논의는 탄핵이 결정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또, 조기 대선이 5월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임기가 6월까지 남은 고삼석 상임위원이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논란이 되자 원내대표는 ‘절대 청와대가 추천 몫을 행사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국회는 선임을 하고 청와대 선임을 막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만약 청와대가 강행하면 정권이 바뀌어도 이들의 임기를 보장해줘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야당 몫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기존에는 양당제였기 때문에 야당 몫은 민주당이 추천하는 게 당연했지만 야당 교섭단체가 3당이 된 지금은 3당이 논의를 해 추천해야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바른정당 출범 이전에 국회의장과 논의해 야당 몫 2명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나누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과 달리 바른정당이 출범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조직 개편이 예고된 상황에서 방통위원을 선임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미래창조과학부가 해체되고, 방통위의 업무가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 예견됐다”면서 “개편 후 업무영역이 정해진 뒤 위원을 선임해야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야당 방통위원 선임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당 내에서 반발이 있음에도 ‘원내대표실’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우상호 원내대표가 내정한 인사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선임에 나선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정자가 있다면 추천위원회를 꾸리지도 않고 공모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무리하게 선임에 나선 배경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는 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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