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에 동참했던 대전MBC 기자들이 회사에 경위서를 낸 후 징계를 받았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 발언한 MBC 기자도 경위서를 요구받았다.

지난달 4일 서울 MBC 3년 차 막내 기자 3명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부끄러운 MBC 보도에 대한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후 사측이 경위서를 요구하자, 10일 MBC기자협회 소속 기자 90여 명에 이어 12일 전국MBC기자회 소속 동료 기자 79명도 막내 기자들을 지지하는 경위서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다.

그러자 지난달 19일과 20일 양 일간 열린 지역MBC 사장단 회의 이후 대전·안동·울산·경남MBC 등 4곳에서 경위서 동영상 참여 기자들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지역 기자들이 낸 경위서를 근거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린 곳은 대전MBC(사장 이진숙)뿐이다.

대전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동영상에 참여한 고병권·이교선 기자에게 경위서를 받은 후 이달 초 인사위를 열어 ‘주의 각서’ 징계를 내렸다. ‘주의 각서’는 직원에 대한 징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공영방송 보도에 자성의 목소리를 낸 후배들에게 이진숙 사장만이 징계 결정을 내렸다.

▲ 지난 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 갈무리.
지난달 12일 전국 16개 MBC기자회 소속 기자 79명이 올린 ‘용기를 낸 막내 기자들을 위한 지역 MBC 동료들의 경위서’ 동영상 갈무리.
본사에선 ‘반성문 동영상’을 올린 이덕영·곽동건·전예지 기자 외에도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MBC 보도와 경영진을 비판하는 발언을 한 이호찬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도 경위서를 냈다.

이날 조합 집행부 자격으로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오른 이 기자는 “촛불시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MBC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을 철저히 방조했고 은폐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로 일관했다. 촛불 관련 뉴스 자체를 축소하고 심지어 태극기집회를 촛불집회보다 먼저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보도국 간부 입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금 MBC에서는 3년 임기의 차기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데, MBC를 이토록 몰락시킨 현 경영진들이 다시 사장으로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들이 새 사장을 선임하려고 하고 있고, 지금 사태에 어떤 반성도 사죄도 하지 않고 아무 책임 의식도 느끼지 않는 이들이 또다시 MBC 경영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MBC 사측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장소에서 사원급 노조원의 일탈 행위도 도를 넘고 있다”며 “마치 회사를 대표한 듯 다수 군중 앞에서 회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서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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