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우병우 구속영장 기각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22일 새벽 법원에서 기각됐다. 오는 28일까지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구속영장 재청구가 어렵기 때문에 우 전 수석은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1시9분께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직무유기·특별감찰관법위반·위증 등 총 4가지 혐의가 적용됐지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는 다툴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22일자 한겨레 1면
22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유치돼 있던 우 전 수석은 곧장 풀려났다”며 “이로써 특검팀이 출범 초기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주요 수사대상으로 꼽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우 전 수석 가운데 ‘법의 기술자’ 등으로 불리던 우 전 수석만 구속을 피한 셈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등 보도에 따르면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러 특검팀 사무실과 법원을 드나든 우 전 수석은 현 상황 자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더러는 상기된 표정에서 짜증도 묻어났다.

국민일보는 “우 전 수석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할 때부터 최씨 관련 질문에는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침묵하던 우 전 수석은 ‘최순실씨를 여전히 모르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질문한 기자를 쏘아보며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이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한 서울중앙지법 앞 포토라인에서도 동일한 질문에 ‘당연히 모른다’고 답하며 기자를 노려봤다”면서 “서울구치소로 출발하기 전에는 ‘여러 번 얘기하지 않았느냐’며 다소 짜증스럽다는 식으로 답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청문회와 검찰 소환 때 보여준 뻣뻣한 태도는 여전했다”고 묘사했다.

22일자 국민일보 12면
22일자 국민일보 12면
“최순실과 우병우는 친분 있었다”

동아일보는 우 전 수석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우병우 前민정, 검찰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정수석만 제대로 역할을 했어도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번지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판에 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꾸라지’ 우 전 수석에 대해 특검이 수사 막바지에 형사처벌 절차를 밟은 것도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민정수석실은 공직인사 검증은 물론이고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하는 자리다. 우 전 수석은 최 씨의 비리를 묵인하고 방조한 것도 모자라 보좌를 했고, 이런 민정수석을 감찰하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거꾸로 몰아내기까지 했다”면서 “검찰 인사권을 틀어쥐고 검찰의 독립성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며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간 ‘우병우 사건’은 검찰 역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22일자 동아일보 사설
한편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최철 전 문체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최씨가 우병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고 민정수석실 동향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진술해 주목된다.

최 전 보좌관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로부터 최씨가 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난해 초 민정수석실이 자신을 뒷조사한 사실도 최씨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최 전 보좌관은 “고씨로부터 나에 대해 안 좋은 보고서가 민정수석실로 올라갔고, 나를 뒷조사한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고씨가 ‘최씨로부터 들은 얘기’라고 하면서 관련 자료를 없애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세계일보는 “당시는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있던 시기로 사정 등 민감한 정보를 취급하는 민정수석실의 활동 상황까지 최씨가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얼마 후 실제 민정수석실로부터 연락이 왔고 두 차례에 걸쳐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만나 묻는 것에 답한 뒤 사건이 일단락 지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고 전했다.

최근 논란이 된 ‘고영태 녹음파일’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최 전 보좌관은 최씨 측의 “국정농단 사건은 모두 고씨가 기획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고씨는 K스포츠재단을 장악할 능력도 의도도 없었다”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세계일보 10면
22일자 세계일보 10면
황교안의 ‘침묵’… 특검 연장 물 건너가나

이런 와중에 ‘최순실 사건 특별검사’의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의 국회 통과가 21일 무산됐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특검 수사기간 연장 여부를 21일까지 결정해 달라는 야4당의 ‘최후통첩’에 대해 거부 입장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바른정당·정의당 등 야 4당 대표들은 21일 국회에서 만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게 특검팀이 요청한 수사기간 연장을 즉각 승인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들은 황 권한대행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23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특검 연장을 위한 특검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국회의장이 특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도록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다음 본회의 예정일인 3월2일로 넘기면 그 사이 특검 수사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늦어도 23일에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오후 자료를 내고 특검 연장 여부와 관련해 “특검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련법에 따라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고만 밝혀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 승인 결정이 미뤄지면서 황 권한대행의 결단 시점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며 “법률상으로는 특검의 수사기간 만료 전까지만 연장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되지만 황 권한대행 측 관계자는 ‘결정 시기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하지만 ‘빨리 답변해주면 수사 기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특검의 입장을 계속 무시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정치권 역시 수사기간 만료가 다가올수록 압박 강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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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특검 수사기간 연장이 사실상 무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특검법에 따라 황 권한대행이 활동 기간을 연장해줄 수는 있지만 청와대와 총리실에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국회가 특검의 수사 기간을 50일 더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현재의 특검팀이 수사를 더 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황 권한대행이 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면 새 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또 “특검 수사 기간 만료일인 28일까지는 불과 일주일 남아 그 기간에 황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1일 “(특검 연장 요구는) 협박이자 전형적 대선용 정치 공세”라며 “황 권한대행은 야권의 무리한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요구에 개의치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강행 처리 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본회의가 열리지 않도록 막겠다”고도 했다.

김영재 원장, 박 대통령에 보톡스 주사 놨다

조사할 게 산더미인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없이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규명 또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검팀은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인 김영재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왼쪽)에게 여러 차례 미용시술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특검은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 안면시술을 한 적이 없다”고 한 김 원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해줄 것을 국회 측에 요청했다. 국가원수에 대한 의료행위는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선 진료’ 자체가 금지된다.

22일자 경향신문 1면
22일자 경향신문 1면
특검은 박 대통령이 김 원장에게 최소 3~4차례 필러와 보톡스 등 미용시술을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김 원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와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김 원장과 그의 부인 박채윤씨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경향신문은 “특검은 또 대통령 피부과 자문의를 지낸 정기양 연세대 교수도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필러와 보톡스 등 미용시술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지난해 12월14일 국회 국정조사특위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원장과 정 교수는 미용시술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김 원장은 ‘김영재 증인은 대통령 안면시술을 한 적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 질의에 ‘없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한 비선 진료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이날 “비선 진료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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