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구성원들이 ‘잡포스팅’(Job Posting, 사내직원공모제) 시행으로 혼돈에 빠졌다.

잡포스팅은 보통 일반 기업에서 직원 충원이 발생하거나 신규 사업을 할 때 외부가 아닌 사내에서 인재를 모집하는 제도다. 

직원이 특정 부서에 응모하면 최적 인력을 부서장이 직접 채용해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언론사에서 잡포스팅을 실시하는 경우는 드문 데다 KBS처럼 전 사원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낮은 연차 기자들이 지역국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순환근무제가 폐지됐고 이로 인해 빚어진 지역 결원을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거나 회사에 비판적인 구성원으로 채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정 부서에 지원을 했음에도 끝내 부서장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연수원 훈련 등 후속 조치가 뒤따를 수 있으며 결국 아무 곳에서도 원치 않는 인사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높다. KBS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선 ‘인력 퇴출 제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현재 기자·PD를 중심으로 1차 인사에서 ‘매칭’이 되지 않은 구성원들은 15~20명으로 파악된다. 

앞서 1차 신청에서는 지난해 반공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 지시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은 기자들이 매칭이 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일도 발생했다. 

2차 인사는 21일로 예정돼 있으나 KBS 구성원들은 인사에 대한 잠정 보류를 요구하고 있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KBS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2차에서도 매칭되지 않는 취재기자들은 실체도 없는 저성과자라는 수모 속에 인력풀에 들어가고 이른바 직권배치라는 명분으로 근무환경이 현저히 변화된 지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간부들도 잡포스팅 제도의 불합리성에 많은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며 “잡포스팅 제도가 인력관리실 주도 하에 이뤄지고 있어 관여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대영 KBS 사장은 잡포스팅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고 사장은 지난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KBS 인력 재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KBS 구성원 평균 연령은 46세이고 50세에 근접한 직원이 30% 수준”이라며 “새로운 직원들이 와도 그런 인력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인사도 적체돼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KBS를 개혁하는 데 있어서 낭비되는 인적 자원이 있으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잡포스팅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사장이 인사권을 놓고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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