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와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 통제에 맞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던 권오훈 전 언론노조 KBS본부장을 포함한 집행부 및 조합원 8명에게 징역형을 구형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오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권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 함철 전 부위원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나머지 조합원에게도 길게는 징역10개월, 짧게는 징역6개월을 구형했다. 선고기일은 3월23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306호 법정에서 열린다.

지난 2014년 5월 당시 권오훈 본부장 등은 길환영 KBS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가 사측으로부터 업무방해 및 폭력행위 등의 혐의로 고소당했다. 

출근 저지 투쟁에 앞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서울 여의도 KBS 사옥을 항의 방문했고 길 전 사장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사퇴로 논란을 무마하려 했다. 이에 김 전 국장은 ‘대통령의 뜻’이라며 길 전 사장이 자신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통제와 사장의 보도 개입에 KBS 구성원들은 길 전 사장 퇴진 운동에 돌입했고 2014년 5월19일 KBS 양대 노조의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은 그 일환이었다. 

▲ KBS 양대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길환영 KBS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KBS 양대노조(KBS노동조합·언론노조KBS본부)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길환영 KBS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고 있는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참사 직후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압박한 사실은 지난해 6월 공개된 ‘이정현 녹취록’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 있다. 

이후 KBS 이사회는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 △사장으로서 직무수행능력 상실 △공사 경영 실패와 회사 재원 위기 가속화 등의 이유로 길 전 사장의 해임을 제청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2014년 6월 길 전 사장을 해임했다.

권 전 본부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은 그날 당일에 있었던 사건에만 주목해 회사가 제공한 CCTV자료, 보도 장면을 근거로 혐의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당시 충돌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공정방송 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공정방송 투쟁에 나선 언론인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한 만큼 또다시 현 정부의 언론 자유 침해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2012년 MBC 파업 관련 재판을 보면, 재판부는 일관되게 공정보도는 언론 노동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길환영 전 사장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공정 보도를 훼손했고 언론사 노동조합은 이에 맞서 공정보도 사수를 최우선에 두고 활동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언론사 노동조합을 탄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길 전 사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세월호 사건 오보로 인해 신뢰가 훼손된 상태에서 KBS 양대 노조 파업으로 KBS 내부 조직 체계가 극심한 파행을 겪고 있었다. 이런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길 전 사장이 보도에 개입하는 등 공영방송의 독립성·공정성·자율성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확산됐다”며 길 전 사장에 대한 해임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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