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박 대통령의 선고지연 카드가 먹히지 않고, 탄핵 선고일이 3월로 가시화되면서 ‘선고이전 자진사퇴설’이 나왔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을 통해 자진사퇴를 주장했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20일 칼럼을 통해 역시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했고, “박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인정하고 하야하면 모든 사법조치를 중단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기로 하고 여야4당 대선후보 전원이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박 대통령이 탄핵 전 하야를 언급했다. 21일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사법적 해결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국민과 언론이 많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는 탄핵 심판 전 국민을 통합할 방법이 있는지 심사숙고 해주길 바라고 정치권도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는 보수세력이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도 각각 13일과 15일 탄핵이 아닌 ‘정치적 해법’을 언급해 자진사퇴에 무게를 뒀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생길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당이 얻을 실익은 크지 않다. ‘탄핵 선고이전 자진사퇴설’엔 이런 정치적 배경이 있지만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시나리오다.

▲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각역과 종로2가 일대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각역과 종로2가 일대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탄핵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해당 주장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헌재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임기를 마치는 3월13일 이전에 선고를 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인용결정 예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파면되느니 탄핵 전 하야결정이 유리하다. 박 대통령의 지연작전이 통하지 않고 ‘8인체제’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두 가지 불이익이 생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도 받지 못하고, 구속될 가능성도 크다. 뇌물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으니 뇌물 받은 혐의자도 구속할 거란 예상이다.

자진사퇴시 박 대통령이 받게 되는 전직대통령 예우법상 혜택에는 연금(퇴직 후 사망시까지 매월 대통령 급여의 95% 상당금액 지급),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경호 및 사저경비, 교통 통신 및 사무실 제공 등 지원 등이 있다.

현행법상 대통령의 자진 사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회법 134조 2항에 “소추의결서가 전달되면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해 탄핵심판 대상자의 자진 사퇴를 금지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해당 법률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할 경우 이를 강제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통령의 경우 국민의 선출을 통해 스스로 대통령직에 ‘취임’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특정되는 임명권자가 없다.

헌정사 최초로 탄핵당할 경우 불명예스럽게 역사에 남게 된다. 선고일 이전인 3월초에 하야하는 게 박근혜 개인에게는 유리하다. 사실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2월말로 기한이 끝나는 특검을 연장할 가능성이 없고, 국회에서 특검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3월초에 내려오더라도 특검의 칼날은 피할 수 있다. 이후 검찰수사는 황 대행의 지휘아래 진행된다.

박근혜의 남은 카드는

선고이전 자진사퇴설은 박 대통령 측 선고지연 카드를 쓸 수 있는 유효기간이 다하면서 나온 주장이다. 박 대통령 측의 탄핵심판 지연작전에 계속 끌려가다 헌재가 달라진 건 지난 14일 14차 변론에서부터였다. 불출석한 증인을 재소환하지 않기로 했고, 대통령 대리인단의 불필요한 질문도 적극 차단하기 시작했다.

증인무더기 신청과 ‘김수현 녹취파일’ 검증신청 등은 헌재가 계속 거절했다. 헌재는 20일 1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됐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상목 전 경제금융비서관이 나오지 않자 증인채택을 철회했다. 박 대통령 측이 증거로 신청해 재판정에서 재생하자고 했던 ‘김수현 녹취파일’에 대해서도 헌재는 대통령 측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박 대통령 측이 최종변론기일을 오는 24일이 너무 빠르다며 3월2일이나 3일로 재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헌재는 거절했다.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23일까지 최종의견서를 제출하고 24일에 최종변론 한다는 것인데 일반 재판에서도 그렇게 안 한다”고 반발했다. 최종변론을 미루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직접출석 여부도 변수다. 박 대통령 측은 헌재에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국회나 재판관들이 신문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는데 헌재는 신문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 출석 여부에 대해 22일전까지 알려달라고 공지했다. 헌재는 대통령 출석도 24일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대리인단은 기자들과 대화에서 “상의해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특검에 나가 대면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헌재에라도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헌재에 출석해 자신의 입장만 말한 뒤 국회나 재판관 측에서 질문을 하면 답을 하지 않거나 퇴장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정기회) 10차 본회의에 참석해 예산안 및 현안 등과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최순실 의혹 등 관련 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정기회) 10차 본회의에 참석해 예산안 및 현안 등과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최순실 의혹 등 관련 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대통령 출석 카드가 성사돼 선고를 3월13일 이후로 늦출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대통령이 출석할 가능성도 크진 않다. 이 결정은 일단 22일 16차 변론 때 있을 예정인데 혹 27일경 추가 변론이 잡히더라도 3월13일 이전 선고에는 큰 지장이 없다.

탄핵인용 결정이 나면 60일 이전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황 대행이 탄핵선고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대선날짜를 정해 공고하게 된다. 일부 언론에선 5월 첫 주 ‘황금연휴(1일 노동절,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가 있어 4월 말이나 5월 8~9일 경 대선날짜가 잡힐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연휴에 영향을 덜 받는 장년·노년층에게 지지를 받는 보수진영 후보들에겐 2일이나 4일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야 하지 않을 거란 의견도

물론 다른 예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정규재TV와 인터뷰 등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고, 법조계 원로인 정기승 전 대법관·장창호 변호사·이동흡 전 헌재재판관·김평우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을 최근 대리인단에 영입해 세를 불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하야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전 회장이 20일 재판관들을 향해 고함을 지른 것도 재판관과 지지층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같은 이유에서 대리인단 총사퇴(중대결심)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중환 변호사는 기자들과 대화에서 헌재 심판 공정성에 대해 “상당히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전원사퇴’ 가능성에 대해 묻자 대답 없이 사라졌지만 이 방법을 통해 선고일정을 미루긴 힘들어 보인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이들도 하야 가능성이 없다고 예상했다. 오히려 좀 더 공격적인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초기 시사저널 인터뷰에서 “5000만이 시위해도 절대 안 물러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 육영수 여사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한때 가까웠던 전여옥 전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은 아마 절대 가만있지 않고 처절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그 속내를 조금은 아는 언론들은 ‘그러지 말고 탄핵인용 전 물러나는 것이 좋겠다’며 달래는 듯하다”고 했다. 하야가 아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냉혹한 권력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다.

자유한국당이 “헌재 결정 승복” 주장?

▲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김진태(오른쪽) 새누리당 의원 참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지난해 12월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김진태(오른쪽) 새누리당 의원 참가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박 대통령과 한배를 탄 한국당이 야당을 향해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고 제안한 것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지난 14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한 데 모여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할 것을 분명히 선언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날 여야 4당 원내대표가 회동해 헌재 결정 승복에 합의한 이후 한 발언이다.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은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지지층결집에 힘쓰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면 이런 분위기에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자신들 지지층에서 탄핵인용결정을 인정할리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16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탄핵기각은 법치주의 부정”이라는 발언을 ‘헌재 결정 불복’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집권세력이 주장한 만큼 기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1일 헌재가 탄핵사유별 쟁점을 정리하고 최종변론 이후 원활한 재판관 평의와 결정문 작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고 알려졌다.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이날 오후 회의를 거쳐 최종의견서 작성하고 있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정미 권한대행 퇴임일까지 남은 기간은 2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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