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명 중에 2명 출석은 너무하네. 수능 끝난 고딩도 아니고…”

지난 1월9일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다음날 올라온 조선일보 웹툰 ‘권권규 뉴스툰’은 연재 2화만에 반응을 끌어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ㅇㅂㅇ’이모티콘으로 그리면서 풍자한 만화에 “약 빨았다”(약에 취해서 그린 것 같이 웃기다는 뜻)는 댓글들이 달렸다.

새누리당이 새로운 당명을 모집할 즈음에는 ‘개명왕’편(뉴스툰 8화)에서 ‘진짜 보수들의 새로운 당’이라는 뜻으로 ‘진보신당’을 추천하는 도발을 보여주기도 했다.

▲ 조선일보 '권권규 뉴스툰' 8화.
▲ 조선일보 '권권규 뉴스툰' 8화.
‘권권규 뉴스툰’이 가장 주목을 받았던 때는 연재 결정 직후였다. 보수 성향인 윤서인 작가의 ‘조이라이드’ 연재가 끝나고 시작된 연재라 시선이 쏠렸다. “윤서인 다음 권권규라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조선일보가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청와대 공격에 선봉을 선만큼 웹툰 성향도 바뀌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권권규 작가도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조선일보 연재를 알리면서 “갑자기 사상을 갈아치운 건 아니고 때가 때다 보니 시사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차에 기회가 됐다”며 “왠지 호랑이 굴에 들어온 느낌이라 아주 짜릿하다”고 썼다.

권권규 (본명 권중규) 작가가 지금까지 특별한 정치성향을 나타내는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공군 시절 군대공감만화 ‘CQ’로 만화를 시작했고 맥주를 소재로 한 ‘맥주는 많다’를 그렸다. ‘엄친아’(엄마)라는 말을 만든 ‘골방환상곡’의 워니 (본명 박종원)작가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의 만화는 정치만화보다는 생활만화에 가까웠다.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권권규 뉴스툰’ 댓글을 살펴보니 반응이 갈린다. ‘윤서인씨 그만두었나요? 수준이...(떨어진다)’라는 댓글이 있는 한편 ‘권작가, 깡다구가 대단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권권규씨 조선일보에 이런 만화 그릴 생각하다니...진짜 최고’라는 반응도 나온다. 왜일까. 미디어오늘이 조선일보에 ‘권권규 뉴스툰’을 연재 중인 권중규 작가를 만나 물었다. 인터뷰는 2월17일 성수동에서 진행됐다.

▲ 조선일보에서 '권권규 뉴스툰'을 연재하는 권중규 작가. 사진=정민경 기자
▲ 조선일보에서 '권권규 뉴스툰'을 연재하는 권중규 작가. 사진=정민경 기자
-조선일보에서 연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됐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만화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 윤서인 작가의 경우 자신의 정치색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권권규가 조선일보랑 작업을 한다는 것을 두고 ‘조선일보랑 작업 안할 거 같은데…’라는 반응이 나온 것 같다. 나이가 어린 편인 작가가 연재하는 것도 의외의 지점이라고 보신 것 같다."

-조선일보와 일하게 된 계기는?

"조선일보의 웹툰을 작업하는 회사와 ‘골방환상곡’을 그린 박종원 작가를 통해서 알게 됐다. 본격적으로 정치만화를 그린 적은 없지만 개인페이지에 정치와 관련된 그림을 올린 적은 있다. 선입견일수도 있지만, 내 그림을 조선일보가 선호할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기회가 왔고 나 역시 탄핵 정국 이후 정치에 관심이 더 많아졌고, 이런 시점에 조선일보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았다."

-지금까지 정치적 만화를 그리지 않았는데 왜 갑자기 조선일보에서 연재하게 됐나?

"우선 매체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요즘 시대에 맞춰서 무언갈 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냐. 요즘 종이뉴스를 안보니까 카드뉴스를 만들고 SBS도 ‘스브스 뉴스’ 같은 걸 만든다. 전통매체라고해서 전통적인 방식만 고수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언론사에서 만화를 찾는 것도 이런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홈페이지마다 어떤 만화를 데려올 것이냐가 중요해진 이유가 아닐까."

-대중이 의아했던 부분은 두 종류였다. 첫째는 ‘왜 조선일보가 권권규랑 할까?’였고, 둘째는 ‘왜 권권규가 조선일보랑 할까?’였을 거다. 왜 연재를 하기로 결정했나.

"우선 큰 곳에서 연재해보고 싶었다. 두 번째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런 조합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조선일보 연재가 결정 나기 전 몇 가지 콘티를 줬는데 사실 그게 OK된 것이 놀랐다. 그때 건넨 콘티가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를 비판하는 내용, 건국절을 비판하는 만화, 개성공단을 멈춘 것을 비판하는 만화였다. 요새도 만화를 그리면서 ‘어디까지 괜찮을까?’, ‘여기까지 해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런 작업이 재미있다.
세 번째 이유는 ‘언론사 홈페이지’라는 플랫폼에 대한 흥미다. 뉴스툰의 경우 페이스북에도 올라가지만 가장 먼저 올라가는 곳은 조선일보 홈페이지다.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연세가 있는 분들이 많이 접속하시지 않나. SNS나 포털에 비해 고립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보통 생활만화를 많이 그렸는데.

"정치나 사회적인 사안을 표현하는데 계속 관심은 있었다. 미대를 다니면서 관련 작업을 하기도 했다. 이번 2월 졸업을 하게 됐는데 졸업 전시 작품으로 ‘국민교육헌장’이라는 작업을 했다. 학교 교가를 모아서 국민교육헌장을 만든 작업인데, 우리가 여전히 부르는 교가에도 ‘국민교육헌장’의 사상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화도 그렇고, 작업도 그렇고 내 작업 방식은 사회의 불합리한 점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식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방향은 같다. 그래서 처음에 조선일보에서 ‘정치만화 그릴래?’ 할 때 거부감이 없었다."

▲ 권중규 작가가 서양화과 졸업전시작업으로 제출한 '국민 교육 헌장'. 초등학교, 중학교 등의 교가를 부분부분 합쳐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었다. 권 작가는 해당 작품이 대한민국 학생 대부분이 부르는 교가가 '국민교육헌장'을 떠로르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며 해당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출처=권중규 작가.
▲ 권중규 작가가 서양화과 졸업전시작업으로 제출한 '국민 교육 헌장'. 초등학교, 중학교 등의 교가들을 부분부분 합쳐 '국민교육헌장'을 만들었다. 권 작가는 해당 작품이 대한민국 학생 대부분이 부르는 교가가 '국민교육헌장'을 떠로르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며 해당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출처=권중규 작가.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조선일보가 소재에 제한이 없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주로 내가 소재를 정한다. 하지만 반기문 불출마, 마지막 청문회 같이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이런 소재를 다뤄달라는 이야기를 하긴 한다. 하지만 소재를 요청하긴 하지만 그 이후에 특정한 방향을 그려달라는 이야기는 아직 들은 적 없다. 세세한 수정은 하는 편이지만 ‘외압’(웃음) 같은 건 느껴본 적 없다.”

-연재를 시작한지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조선일보와 권권규, 잘 맞는다고 생각하나?

‘권권규 뉴스툰’의 경우 ‘윤서인 다시 데려오라’는 반응도 나온다. 조선일보가 원래 이런 성향의 만화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웹툰과 지면의 성향은 따로 갈 것인가 하는 건지.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언론사 웹툰의 방향에 대해 주목을 갖게 하기도 하지 않나.

-조선일보가 연재하는 다른 웹툰 ‘고콜 뉴스툰’이나 ‘치삼 만화’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다. 차별점같은 걸 안두해두고 작업하는 건지?

굳이 분류하자면 이른바 ‘병맛’이라고 불리는 느낌은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내 경우 재미있는 만화도 하고 싶지만 생각도 있는 만화를 하고 싶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웃기는 것 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다른 방향으로 웃기게 보여주고 싶다. 2화 ‘최후의 청문회’같은 경우가 이런 균형이 잘 맞아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2화 반응 이후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 조선일보 '권권규 뉴스툰' 2화.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 조선일보 '권권규 뉴스툰' 2화. 출처: 조선일보 홈페이지
-개념 있는 만화 같은 걸 지향하는 건가?

정치나 사회에도 관심이 많지만 넓게 보면 정보전달을 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 남무성 작가의 ‘페인트 잇 락’(Paint It Rock)같은 만화를 좋아한다. 락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린 건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이 특별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알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이전에 현대미술사 이론을 만화로 만드는 계획을 하고 있는데 요즈음 바빠서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연재를 하다보니까 정치원론 같은 것을 공부도 할 겸 만화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만화를 그릴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만화에서 특정인물이나 정당을 겨낭할 때, 이걸 원색적인 비난을 하는 것은 겉핥기로 끝난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냥 재미만 있고 마는 거다. 이런 겉핥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고, 인터넷이든 지면이든 만화로 한 구석을 차지해 의미를 만드려면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것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재미만 있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있는 거다.

-최근 만화나 웹툰에서도 혐오발언 등에 대해 지적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조심하는 작가들이 많지 않나.

그렇다. 네이버의 ‘뷰티풀 군바리’ 같은 경우 여성혐오라는 지적이 많았다. 상업 만화에서 성인물을 다루는 문제도 그렇고. 여성혐오나 소수자혐오 등에 대한 지적이 느는 현상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논의가 생긴다는 게 좋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장이 생기는 현상이 좋은 것 같다.
여성, 인종, 소수자 등과 관련된 이야기는 계속 조심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난받는 것이 두려워서라기보다 많은 이들이 타자화되는 인물이나 집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화화하는 게 버릇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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