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8월9일 상지대 정상화는 불법이었음이 2016년 10월27일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불법 정상화’로 지난 7년 간 상지대와 상지대 구성원들은 막대한 피해를 강요당했다. 모든 평가와 입시에서 실패해 대학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다. 국가가 지원하는 모든 사업에서 실패하거나 취소 혹은 반납됐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사분위는 불법 정상화의 내용이 별 것 아니므로 다시 하면 된다는 적반하장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정대화 상지대 교수)”

길게는 30여년 간의 상지대 사태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걸림돌들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3년 김문기 전 이사장이 사학비리 등으로 구속되면서 상지대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상지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1일 오전 국회에서 시민단체인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는 교육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사태를 ‘정상’으로 매듭짓기 위해서는 종전이사 측의 정이사 후보 추천권을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명연 상지대 교수는 “과거 사분위가 해왔던 정상화 법리가 헌법재판소 등에 의해 부정됐음에도 이에 대해 검토와 심의없이 종래 정상화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 (상지대) 학교 법인을 정상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국회의원회관에서 21일 오전에 열린 '사분위의 상지대 정상화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를 주최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사학개혁국본 제공
▲ 국회의원회관에서 21일 오전에 열린 '사분위의 상지대 정상화 어떻게 해야하나' 토론회를 주최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사학개혁국본 제공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교육부의 상지대 이사 선임 처분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상지대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은 지난해 6월 교육부를 상대로 이사선임 처분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전 이사장인 김문기씨의 학내 복귀를 초래한 교육부의 이사 선임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이끌었다. 교육부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최종 기각했다. 또한 지난해 9월 교육부는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예고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7일까지 6개월 임기로 상지대 법인에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이에 대해 상지대교수협의회 등 구성원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상지학원이 김문기 쪽에서 벗어나 새로운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된 임시이사회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정이사 선임이다. 임시이사의 임기가 끝난 이후 상지대는 정이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사분위의 사립대학 정상화 관행에 따르면 종전이사 측에서 정이사 선임권을 사실상 갖는다는 분석 때문이다. 또한 김문기씨가 종전이사의 지위에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김문기씨가 사실상 이사 선임권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분위는 지난 2013년 사학 정상화 심의원칙을 일부 수정했다. 수정 후 심의원칙에는 ‘비리 등으로 학교 경영에 중대·명백한 장애를 발생하게 하거나 파렴치 범죄, 반인륜 범죄, 강력 범죄 등의 범죄를 범한 종전이사는 비리의 정도 및 정상화를 위한 노력 등을 고려해 정이사 추천권을 전부 또는 일부 제한’한다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여러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는 김문기씨에 대해서는 종전이사 측이라도 하더라도 정이사 추천권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그러나 “교육부와 사분위가 종래와 같이 김문기 구 재단에게 학교운영권을 회복시키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지대의 지난해 10월 판결이 갖는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판결을 정상화 과정에 있어 개방이사 선임과 관련한 단순한 절차상 하자로 의미를 국한했다”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상지대 판결의 핵심은 “정식이사 선임 당시 약속한 정상화 방안의 미이행”이라고 봤다. 또한 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사분위가 심의 원칙을 개정하게 된 계기도 김문기씨를 고려해 종전이사라는 이유만으로 과반수의 정식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을 일부 제한하기 위한 국회의 요구였다.

주로 설립자인 종전이사 측에 사분위가 정식이사 후보 추천권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김 교수에 의하면 사분위는 학교 정관에 의해 명시된 학교법인의 건학이념과 정체성에 따라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인격적 신뢰성을 가진 자를 정식이사로 선임할 것을 예정한다. 이는 학교 운영 상 문제를 야기한 설립자더라도 지속적으로 이사회 구성원이 되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로도 활용된다.

김명연 교수는 “한국의 사학은 막대한 사재를 출연해 독자적인 운영을 해온 형태가 아니다. 농지개혁 당시 보상단가를 보전받기 위한 방법으로 학교법인을 출연했다. 결국 설립 과정에 일정 부분 국민 부담이 들어간 것이다. 유럽과 달리 일부 종교계열 사립학교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사학들은 국공립 학교를 양적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 교수는 단순히 상지대 판결을 통해 언급된 개방이사 선임 관련한 절차 상 하자만 개선할 것이 아니라 정식이사 선임을 통해 정상화를 제대로 하려면 무엇보다 현재 상지대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현재 상지대는 대학의 존립이 위협받는 중대한 위기 상황”이라며 “사분위의 정식이사 심의로 새로운 긴장과 갈등을 야기하기보다는 학교를 안정시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국민의 교육권을 위해 사학이 설립목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사학의 자주성과 건학이념을 제대로 보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지대를 포함해 사학 재단이 원래 목적대로 정상활동 할 수 있도록 상임위와 당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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