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차기 사장 선임을 앞두고 또다시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면서 MBC 전 부문을 비언론노동조합 조합원으로 ‘물갈이’하려는 밀실·졸속 채용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 18일 △방송경영 △PD/기자 △방송기술/제작카메라 △사업 등 부문별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2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원서접수를 시작했다.
MBC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경력직 채용 인원은 40여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아나운서(전문계약직)와 예능·드라마 조연출 등도 계약직으로 뽑는다. 이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이후 최대 규모의 채용으로 기존 계약직 사원의 일반직 전환까지 합치면 무려 60명 안팎의 정규직 사원이 충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MBC는 대규모 인력 수급이 필요할 만큼 직원이 부족한 상황도 아닌데도 차기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며칠 만에 졸속으로 경력직 채용 방침이 정해졌다는 게 노조 측 지적이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언론노조 MBC본부는 20일 “사측은 2012년 파업이 시작되자마자 보도국에 시용기자와 경력기자를 대거 투입했고, 이후 5년간 채용된 일반직만 무려 250여 명에 달한다”며 “경영진은 이들을 보도와 시사교양, 경영 부문의 주요 부서에 집중 배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MBC 보도국(스포츠취재부 포함)만 하더라도 파업 이후 입사한 시용·경력기자는 80~90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노조는 “법원이 잇따라 부당전보 판결을 내렸지만, 현 경영진은 법원 판결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그 빈자리는 대체 인력으로 채워 넣었다”면서 “합법 파업에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의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 방침이 현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내·외부의 반발을 무시하고 차기 사장 선임을 강행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노조는 이어 “방문진이 낙점한 임기 3년의 차기 사장 최종 후보 3인, 권재홍(부사장)·김장겸(보도본부장)·문철호(부산MBC 사장)는 하나같이 MBC를 파괴한 주범들”이라며 “최후가 임박한 박근혜 체제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하고, 설사 박 대통령이 탄핵되더라도 앞으로 3년간 MBC를 극소수 극우 세력과 박근혜 체제의 보루로 삼아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해 파문을 일으킨 일명 ‘백종문 녹취록’에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경력사원 채용과 관련해 회사 말을 잘 듣는 인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인사 검증을 한답시고 지역도 보고 여러 가지 다 봤다”고 시인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MBC 녹취록 파문, “지역차별 채용 시정하라”)
노조는 “지난 5년 사이 채용은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하며 임원진과 극소수의 담당자들이 밀어붙이고 있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채용하는지 극소수 경영진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며 “면접 과정에서는 사상 검증이 횡행해 경영진이 ‘당신은 보수냐, 진보냐’, ‘누가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버젓이 던졌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노조는 “과연 이러한 채용 과정을 통해 MBC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들을 뽑을 수 있느냐”며 “현재의 MBC는 거대한 파놉티콘(Panopticon·원형감옥)으로 전락해 자기 검열과 침묵만이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지난 17일 “100명 넘는 MBC 구성원이 현업에서 쫓겨나고 6명이 해고돼 있는데 사측은 이미 진행 중인 경력기자 채용을 포함해 새로 경력사원 또 대거 뽑겠다고 한다”며 “사장에 지원한 김장겸 본부장은 ‘MBC DNA를 바꿔버리겠다’는 말도 했다. 청와대의 사장 선임 강행에 태극기 세력이 MBC 앞에 몰려오는 이 시기 경력사원을 또 채용하는 걸 결코 그대로 두고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 우상호 “더민주, MBC 새 사장 인정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