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탈북 여간첩 1호’로 주목받았던 원정화(43)씨의 20일자 중앙일보 인터뷰가 논란이다. 

원씨가 자신의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내용의 증언이 담긴 녹음파일 등이 무려 3년 전 보도된 바 있는데 중앙 일간지가 앞뒤가 맞지 않는 간첩 활동 내용으로 ‘간첩 조작’ 꼬리표가 붙은 인물의 주장을 검증 없이 실었다는 비판이다.

중앙일보는 20일 3면에서 “나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지령을 받고 남파돼 주변 인물 탐색에만 3년을 썼다”는 원씨의 주장을 여과없이 실었다.

이 인터뷰에서 원씨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씨 피살과 관련해 “북한은 소행임을 감추는 동시에 김정남이 덜 경계하도록 일부러 외국인 여성을 고용했을 것”이라며 “내가 속했던 (공작원)팀도 현지인을 쓴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원씨에 대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보위성) 소속으로 공작원 교육을 받고 2001년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했다”며 “한국군 인사들에게 접근해 기밀을 빼내고, 탈북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활동하다 2008년 검거됐으나 전향 후 5년형을 받고 2013년 만기출소했다”고 설명했다.

▲ 중앙일보 20일자 3면 원정화 인터뷰.
▲ 중앙일보 20일자 3면 원정화 인터뷰.
하지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인터뷰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원씨를 법정에서 신문한 적이 있는 장경욱 변호사는 “단순 탈북자를 무시무시한 여간첩으로 조작한 가짜 여간첩 원정화에 대해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정보가 부재한지 정말 몰랐다”며 “난 2008년부터 원정화는 가짜 여간첩이라고 주장해왔다. 2014년에는 신동아와 한겨레신문의 취재를 통해 간첩조작 진실이 거의 다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언론이 원씨를 주목하는 것에 대해 “가짜 여간첩 원정화에 대해 초보적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아니면 말고식의 북풍몰이 보도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며 묻지마 언론들이 거짓 기사로 도배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광철 변호사도 중앙일보에 대해 “한심하다. 메이저 신문사가 최소한의 팩트 필터링은 했어야 했다. 아무리 김정남 건으로 뭔가 센세이셔널한게 필요했다고 해도 이런 생계형 탈북자인 자칭 간첩을 인터뷰하고 여기에 단독을 붙이는 게 할 짓인가”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원정화에 관해서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693회), 신동아, 한겨레 등에서 지속적으로 그 실체를 파헤쳐왔다”며 “동업자로서 중앙일보가 이를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일보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원정화 인터뷰 기사에 관해선 이건(20일자 인터뷰) 그냥 찌라시”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4년 신동아 기자로 “女간첩 원정화 ‘황장엽 살해 지시 받은 적 없다’”는 단독 보도를 했던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원정화 간첩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다 밝혀졌다”며 “원씨는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말이 달라지고 있는데 기자들이 생계형 탈북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기자는 2014년 3월 신동아 보도를 통해 원씨가 자신의 의붓아버지 김동순씨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원씨는 김씨와의 대화에서 “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며 “황장엽, 국정원 요원 등을 살해하라는 지시를 북한으로부터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같은 해 원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원씨 여동생 증언을 보도했다. 이를 취재한 허재현 한겨레 기자는 “인터뷰이가 북한 전문가인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언니 말은 다 생거짓말…왜 그러고 산답니까?”
관련기사 : 
‘탈북 여간첩 1호’ 원정화 사건도 뒤집히나
관련기사 : “국정원 요원 살해 지시 받은 적 없다 난 보위부의 ‘보’자도 모른다”
관련기사 : 남파간첩 주장 스스로 뒤집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